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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생활

보름달이 안 보인다

2014/09/08 보름달이 안 보인다.

 

오늘 동경은 흐리고 저녁에는 비가 왔다. 어제 일기예보로는 맑은 날씨라고 했는 데… 오늘 저녁에는 그렇게 밝고 특별하다는 보름달을 볼 수 있을 줄 알았더니…

한국은 추석이라고 하지만, 나에게는 별로 상관이 없는 보통날이었다. 어젯밤은 모기향을 피우고 자서 아침에 일어나니 나도 모기향에 쩐 것 같았다. 안전한 모기향을 사서 쓰지만 모기가 가까이 오지 못하는 독성이 있다면 인간에게는 어떤 건지… 아침에 일어나서 요가를 대충하고 몸을 풀었다. 아침을 먹고 월요일이라, 도서관을 향했다. 비가 잠깐 왔었는 데, 나갈 때는 비가 그쳤다. 책을 몇 권 넣고 작은 우산을 넣어서 나간다.

가는 길에 고추를 한 봉지 사서 가방에 넣었다. 도서관에 갔더니, 새책이 있었다. 가져갔던 책을 하나 읽고 다른 책도 반납했다. 새책도 볼만한 책이 좀 있어서 두 권을 읽었다. 그런데, 도서관에 이상한 음악을 틀었다. 시끄럽지는 않은 데, 이상하게 신경이 쓰이는 집중을 방해하는 음악이었다. 그러나 아무도 그런 상황에 관해서 말을 하지 않는다. 내가 카운터에 가서 물었다. 무슨 음악입니까. 카운터 이상한 남자 직원이 나를 보고 긴장한다. 점검하느라고 틀어논 것 같은 데, 확인하겠습니다. 한참을 이상한 음악이 흐르더니 드디어 그쳤다. 한시간 정도 이상한 음악을 들으면서 집중해서 책을 읽었더니 좀 피곤했다

그런데, 오후가 되니 공사하는 소리가 난다. 도서관 안에서 공사를 한다는 것이다. 공사하는 소리도 안 들리는 것으로 치고 집중해서 책을 읽으려니 피곤하다. 일찌감치 3시가 넘어서 도서관을 나왔다. 바깥날씨는 찌뿌둥하지만, 저녁이면 개일 지도 모른다고 희망을 가졌다. 돌아오는 길에 야채를 파는 곳에 들러서 오쿠라 두 봉지와 데치면 끈적끈적해지는 야채를 한 봉지 샀다. 오쿠라는 아주 컸지만, 싱싱하니까 부드러울 것 같았다

집에서 일찌감치 저녁을 먹고 달맞이를 하려고 준비했다. 오쿠라는 씻어서 데친 다음에 잘게 썰면 끈 적끈 적거 린다.. 거기에 간장과 가쓰오부시를 넣고 저어서 먹는다. 닭을 삶아서 먹던 것도 건져서 먹고, 바깥 날씨를 보니 5시가 되어 비가 오기 시작한다. 정확히 말하면 집 앞은 하늘이 컴컴해서 비가 오고, 집뒤는 하늘도 밝고 햇살이 밝게 비췄다. 이게 무슨 황당한 경우람… 뭐야, 결국 달을 볼 수가 있다는 건가,, 아닌가.

카레라이스를 만들 재료를 샀는 데, 큰 냄비에 닭을 삶아먹던 국물이 남아 있어서 다른 요리를 만들기로 했다. 닭날개에 감자와 당근을 넣어서 볶는다. 저녁에 달맞이를 할 예정이었는 데… 중요한 날에 일기예보도 안 맞다니… 재미가 없다. 비가 오는 데, 요리를 했더니 집에 냄새가 배일 것 같아 향을 피운다. 결국, 컴컴하게 흐린 하늘은 전혀 달을 볼 수가 없을 것 같아서 포기했다

슈퍼문이라고 밝고 큰 달이라고 했는 데… 컴컴한 밤에 달은 보일 기색도 없고 벌레 울음소리가 시끄럽게 울린다. 내일 밤에 친구랑 산책하기로 했으니까, 내일 밝은 달을 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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