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9/06 늦더위
오늘 동경은 맑고 아주 더운 날이었다. 아침에 도서관에 갈 때는 몰랐는 데, 5시가 넘어서 도서관을 나왔을 때 더위가 예사롭지 않았다. 도서관에서 걸어서 계란을 사러 갔다가 아침에 샀던 야채를 들고 집으로 왔다. 땀이 주체할 수 없이 흐른다. 일기예보로는 30도 넘지 않았는 데, 땀이 너무 많이 흘러서 쓰러질 것 같다. 갑자기 체력이 약해졌나, 몸이 허해졌나… 집에 돌아와서 찬물로 샤워를 하고 베란다에 물을 끼얹었다.
컴퓨터를 켜서 기온을 확인했더니 최고기온이 32도란다. 기온이 갑자기 확 올라서 정신이 없다. 밤이 늦은 지금까지도 한여름 밤처럼 기온이 내려가질 않는다. 내가 이상한 것이 아니었다. 9월이 되었다고 방심했다가 기습공격을 받은 기분이다.
오늘은 아침에 요가를 5세트 하는 걸 3세트 하고 아침을 먹고 커피를 마셔서 식량조달을 겸해서 도서관을 향했다. 나에게는 식량조달이나, 책을 조달하는 것은 거의 같은 차원이니까… 우선 가장 가까운 농가에서 이름 모를 야채와 감자를 한 봉지 챙겨서 뒤쪽에 감춰놨다. 집에 올 때 가져올 요량으로… 다음은 야채를 많이 내놓는 곳에 갔다. 볶아서 먹을 야채가 있는 데, 학교에 가져갔다가는 집에 오기 전에 상할 것 같아서 두 개에 150엔 하는 호박을 사서 가방에 넣었다.
도서관에 가서 신문을 읽었다. 아사히신문과 도쿄신문이다. 도쿄신문에서 경제를 분석한 걸 보고 내가 느끼는 것이 맞다는 걸 알았다. 나는 필드웍을 하는 사람이라, 그냥 괜히 느끼는 것이 것이 아니다. 항상 현실을 관찰한 결과 나오는 분석이기도 하다. 7월 임금은 전년대비 2.6% 상승했지만, 물가상승으로 실제로는 전년대비 -1.4%로 생활은 더 힘들단다. 그렇지, 그런데 ‘전년대비’라는 게 문제다. 전년도 상당히 나빴는 데… 그런데 정부에서는 내년 10월에 소비세를 10%로 올릴 생각인 모양이다. 소비세를 올릴 정당성을 열심히 만들어야 하겠지… 올해 4-6월에 GDP -6.8%성장이라는 예상보다 훨씬 경기침체가 심각한 데, 소비세를 10%로 올린다면 아주 힘들어진다.
요즘, 일본엔 시세가 많이 싸다. 아베정권에 들어와서 엔이 싸다. 달러당 일본엔이 80엔대였는 데, 아베 정권에서는 달러당 100엔으로 본다. 요즘은 105엔까지 내려갔다. 즉, 수출하는 기업에는 아주 유리하고 생활하기에는 힘들어지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출이 부진하다는 것이다. 일본은행에서는 시중에 돈을 많이 풀었다. 그러나, 경기가 침체되어 있는 데, 돈을 많이 찍어낸다고 뾰쭉한 수가 있는지, 묻고 싶다.
일본에는 야채와 과일을 파는 가게가 많이 있었다. 생선가게도 많이 있어서 제철 야채나 생선은 아주 중요한 것이었다.. 일본문화의 특징 중 하나가 계절을 즐긴다는 것이 있다. 모든 점에서 계절에 아주 민감하고 섬세한 문화인 것이다. 일본에는 절기에 따라 하는 것이 많다. 그런 것이 경제를 움직이는 중요한 요소이며 생활에 자극을 주는 것이기도 했었다. 그러나, 야채가게나 생선가게가 없어지고 마트에서 야채나 과일 생선도 판다. 마트에 야채가게나 생선가게가 들어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는 정육점도 들어갔다. 그러면서 다양한 야채나 과일이 아니라, 팔리는 과일과 야채가 중심이 되었다. 다양했던 야채, 지역성이 점점 적어지고 전국적인 국제적인 상품으로 바뀌어 갔다. 이런 현상은 좋게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경기침체가 심각해지면서 마트에서 파는 야채와 과일 종류도 신선함도 줄었다. 요새 매장이 커진 것은 양파와 감자, 당근과 같은 저장성이 높은 야채다. 양파와 감자, 당근은 계절에 관계없이 항상 있는 야채이지만, 그다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야채가 아니다. 아무래도 계절감을 나타내는 싱싱한 야채를 중심으로 내놓는 것이 매장을 매력적으로 보이게 한다.
생선 종류도 마찬가지로 다양하지 않다. 이전에는 많았던 사시미가 아주 많이 줄었다. 사시미는 좀 비싸다. 그러나, 저녁식사에 사시미가 없으면 좀 섭섭하다. 그런 식사도 바뀌어진 것 같다.
물론, 줄어든 것이 있으면, 늘어나는 것도 있는 법. 냉동식품의 종류와 매장이 아주 크게 늘어났다. 단지 나는 전혀 관심이 없고 사지도 않을 뿐이다. 요새 확장된 것은 요리한 음식과 도시락을 파는 매장이다. 여기에도 관심이 없어서 전혀 보질 않는다.
지금은 방학이라 야채를 주변에서 생산하는 농가에서 파는 걸 사다 먹는다. 그 날 밭에서 따온 걸 사 오니까, 싱싱함이 전혀 다르다. 마트에서 사는 야채는 싱싱하지 않다. 언제 밭에서 딴 것인지 모른다. 싱싱한 야채를 사면 행복감이 느껴진다.
도서관에서 돌아오는 길에 계란을 사러 갔다. 계란바구니에 한 사람이 1킬로씩 만 사라고 쓰여있다. 할머니에게 물었더니, 생산량이 적어서 그렇게 써놨단다. 한 사람이 와서 많이 사버리면 다른 사람이 못 먹으니까… 부추를 가져다가 먹으라고 덤으로 주셨다. 마트에서 사는 부추와는 전혀 다른 향기가 난다. 마트에서 파는 걸 먹다 보면 어느새 야채가 가진 야성을 잊고, 닭이 계란을 낳는 걸, 계란이 부화하면 병아리가 되는 생명력을 갖고 있다는 걸 잊어간다. 인간이 야성을 잃어가듯이…
호박은 돌아오는 길에 친구네 우체통에 하나 넣고 왔다. 저녁 늦게 후배가 홋카이도에서 감자를 한 상자 보낸 것이 도착했다. 감자 이름이 재미있다. 인카노 메자메, 잠에서 깨어난 잉카… 어쩌라고… 웃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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