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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개질 이야기

자살과 수세미

 2014/09/20 자살과 수세

 

오늘 동경은 맑았지만 기온이 좀 낮은 가을 날씨였다.. 지내기는 쾌적한 데, 약간 건조한 것 같다. 요새 화장품이 떨어져서 여름부터 로션도 안 바르고 지냈더니, 가을 날씨로 접어들면서 건조해져서 얼굴에서 가루가 나온다. 인간의 몸에서 생성되어 배출되는 것도 여러 가지다. 액체, 고체, 기체에 분말까지…

 

지난주에서 이번 주에 걸쳐서 일주일 서울에 다녀왔다. 수요일 밤에 돌아와서, 목요일에 은행일을 보러 잠깐 외출했다. 돌아와서 친구네 집에 서울에서 가져온 걸 나눠주려고 가지고 가서 차를 마시고 산책을 하고 돌아왔다. 그리고는 쭉 집에서 인터넷으로 드라마를 보고 있다. 서울에서 느낀 피곤함을 풀고 동경이라는 일상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비몽사몽 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서울과 동경의 차이는 하네다에 도착하면서 확 느꼈다

하네다에서 시나가와로 들어오는 전철을 탔더니, 인신사고, 즉 누군가가 전철에 뛰어들어 자살하는 사고로 인해 JR이 늦는다고 표시되어 있었다. , 동경이구나!


사람들이 전철에 뛰어들어 자살하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린 슬프고 우울한 도시. 어쩌다가 동경은 여기까지 추락하고 말았는지… 더 슬픈 것은 사람들이 자살하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려 슬프게 느끼지조차 않는다는 것이다. 안다. OECD국가중 자살률이 가장 높은 것이 한국이라는 통계적 숫자를 모르는 것이 아니다. 아니, 어느 나라든 자살이 있고, 어떤 연령층이 어떠한 이유로 자살을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그런 자살은 눈에 띄지 않는다. 자신의 주변에 자살이 없다면, 통계적 숫자는 실감하기 어렵다. 일본에서는 다르다. 적어도 도시에서는 인신사고라는 지하철에 뛰어들어 자살하는 게 일상이 되어버렸다

 

내 주변, 내 주변은 적어도 중산층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자살한 사람들이 있다. 내 주변에 있는 학생의 가족이나, 선후배, 친구등이었다. 내가 직접 아는 사람들은 아니었지만, 아직 젊고 앞날이 창창한 것 같은 사람들이 갑자기 자살로 세상을 떠났다. 그 주변에 가까운 사람이었던 내 학생들은 쇼크와 상실감으로 어쩔 줄 몰랐다. 그러나 한 달이 지나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살아간다. 가족이나, 가장 가까운 친구가 갑자기 죽었는 데, 한달이 되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될 수 있을까. 결코, 아무일도 없었던 것이 되지는 않는다. 단지, 그렇게 보이는 것일 뿐이다

설사, 아는 사람이 자살로 죽지 않았더라도 전철을 이용하면서 사는 생활에서 자살사고가 일상이 되어버려서 그런 것에 익숙한 척하고 살지만, 그냥 척하는 것 일뿐이다. 어떻게 사람이 죽어가는 현실이 눈 앞에 펼쳐지는 데, 익숙해질 수 있을까. 실은 그 때 마다 상처를 입고 있는 것이 아닐까. 아무리 의식하고 싶지 않아도 그런 현실을 살고 있다고 인신사고가 자주 알려준다. 그러기에 인신사고는 어느 사이에 동경의 특징이 되고 말았다

 

목요일 오후 친구네 집에 갔을 때, 친구가 수세미를 짜 달라고 실을 사 왔다.. 나는 잘 안 쓰는 데, 친구는 그 수세미가 좋다고 잘 쓴다. 친구는 낡은 수세미를 수리하려고 울 100% 실을 사 왔다.. 수세미를 만드는 실은 울이 아니라고, 아크릴실을 100 엔 숍에서 사 오라고 했다. 어제 집에서 비몽사몽 간에 작고 큰 수세미를 짜 봤다.. 수세미를 친구네 우체통에 넣으면서 메모도 같이 넣었다. 써보고 어떤 것이 쓰기 좋은지 알려달라고… 친구가 문자를 보내왔다. 쓰기가 아까울 정도로 예쁘다고, 고맙다면서 일요일 오후에 저녁을 초대하겠단다. 나는 냉큼 저녁 초대가 고맙다는 문자로 답했다

 

오늘 저녁으로 감자를 삶아서 먹었다. 잠이 깬 잉카라는 감자, 감자 속이 노랬다. 아하, 잉카문명의 황금색 감자라는...... 어쨌든 맛있었다. 기억하려고, 재미있는 감자 이름 잠이 깬 잉카...

 

 

아크릴 수세미로 자살사고의 우울함도 씻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사람들의 자살을 어떻게 할 수가 없다면, 우울함을 씻어낼 수세미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 수세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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