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0/02 물대포의 위력
오늘 동경은 일주일 만에 쾌청하게 맑은 날이었다. 요새, 컴퓨터를 켜면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은 일기예보다. 올해는 비가 와도 너무 오래 와서 장마가 끝나지 않은 느낌이다. 그런 와중에도 날씨가 덥기는 덥다. 아직도 최고기온이 30도를 넘는다. 매일 비가 오는 습도가 높은 날씨가 계속되면 몸이 무겁고 쉽게 피곤하다. 날씨가 맑은 것만으로도 좋은 일로 여겨진다. 오늘은 날씨가 맑다고 해서 바쁘게 지냈다.
아침에 어제 말리던 빨래를 말리고 이불과 베개를 말리고 청소 준비를 한다. 세탁기를 돌려서 빨래를 널고 청소를 했다. 날씨가 좋아서 평소보다 꼼꼼하게 청소를 했다. 방에 매트리스도 말리고 여름용에서 겨울용으로 세팅을 바꿨다. 방에 깔았던 얇은 여름용 카펫도 걷어서 빨았다. 오랫만에 유리창도 청소했다. 오늘은 청소를 몇 시간에 걸쳐서 했다. 벽장문을 열어서 환기시키고 바쁜 하루를 보냈다. 이상한 것은 그렇게 많은 일을 해도 일한 표시가 나질 않는다. 그래도 느낌이 달라졌다. 집안 공기가 상쾌해진 것이다.
농민 백남기 선생이 돌아가셨단다. 폭력적인 과잉진압으로 인한 것이 원인이었다. 무엇보다, ‘농민’이라는 말에 가슴이 아팠다. 한국은 정치를 하는 위정자가 솔선해서 국민을 절망에 빠뜨리는 일을 주도하고 있다. 정치를 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이, 나라를 망치고 국민들을 궁지로 몰아넣는 것이 그들의 주된 일은 아닐 텐데, 기가 막힐 정도로 추태를 계속 보여주고 있다. 정작 국민들이 궁금해하는 의문에는 전혀 성의 있는 대응을 하지 않는다. 참으로 대단한 정권이다.
과잉진압이 문제시될 때부터 정말로 궁금했다. 진압하는 당국이 물대포의 위력을 정말로 몰랐을까? 나에게는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다. 나는 물대포를 살상용 무기로 알고 있다.
2001년 일본정부가 주최하는 프로그램에 참가한 적이 있다. 세계청년들을 선발해서 호화 여객선을 타고 선내에서 각종 강의와 많은 활동이 있다. 처음에 일본정부에서 제의가 있었을 때, 행선지가 아프리카라고 해서 타기로 했다. 아프리카에 호화여객선을 타고 갈 기회는 별로 없을 것 같아서였다. 그런데, 미국에서 9.11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9.11사건이 터졌을 때는 시드니에 있었다. 배를 타기 전에 오스트리아와 헝가리, 슬로바키아에 갔다가 돌아오면서 동경 시나가와에서 배를 탔다. 일본정부는 안전을 이유로 항로를 바꾸고 최종적으로 간 곳은 뉴질랜드였다. 타이와 괌, 피지를 경유한 항로였다. 총 50일 간의 승선이다.
동남아에서 자바해였는지 어느 해협이었는지 정확히 모르겠다. 양쪽으로 섬들이 보이면서 배가 달리는 스피드가 느려졌다. 우연히, 산책하다가 선장과 만나서 물었더니, 여기는 해적이 잘 나타나는 지역이란다. 수심이 낮아서 배가 스피드를 낼 수가 없어서 해적이 잘 출몰해서 배에 올라탄다면서 해적들은 무기를 가지고 있단다. 그래서 이 해협을 지나는 동안은 자주 순찰을 돌아야 하고 해적의 침입을 방지하고 막아야 한단다. 특히, 밤에 조심해야 한다고 알려줬다. 그러나, 해적에 대해서 걱정하지 말라고, 해적에 대응하기 위해서 소방용 물대포가 있단다. 소방용 물대포의 위력이 대단해서 팔다리가 찢겨 나간단다. 팔다리가 찢기면 몸 어디에 맞아도 그 정도 파괴력이 있다는 것이다. 아주 인상적이었던 것은 우리에게는 물대포라는 무기가 있다는 설명을 하면서 선장이 웃었기 때문이다. 아주 살벌한 이야기를 재미있는 이야기처럼 웃으면서 했다.
과잉진압이 문제가 될 때부터 내가 들었던 물대포의 위력이 자꾸 생각났다. 물대포를 쓰는 쪽에서는 그 위력을 상세히 알고 있는 것이다. 일본 호화여객선의 물대포와 어떻게 다른지 같은지 몰라도, 일본 호화여객선에서는 무기를 가진 해적에 대응하는 살상용 무기로 쓰는 물대포를 한국에서는 국민을 향해 쐈다는 것이다. 그 것도 시위하는 ‘농민’을 향했다는 것이다.
돌아가시고 나서도 정부는 부검을 하겠다고 난리를 쳤다. 국민의 몸은 국가의 것이었나? 자신들의 과잉진압이 사인이 아니라는 꼼수 시나리오를 완성시키기 위한 것인가? 정부는 국민을 보호하고 지키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 입맛에 맞지 않으면 뭘 해도 좋다는 것인가? 그렇게 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참 슬프다.
사진은 새로 찍은 것이 없어서 지난번에 올렸던 사진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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