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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생활

짜미가 지나간 길 1

2018/10/01 짜미가 지나간 1

 

오늘 동경은 태풍 짜미가 지나서 쾌청하게 맑고 더운 날씨였다. 최고기온이 34도까지 올라갔다고 한다. 참고로 오늘부터 10월이다. 요즘은 날씨가 미친 것인지, 아닌지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느낀다. 10월에 30도가 넘어도 어쩔 수가 없는 것이다.

 

어젯밤 태풍 짜미는 대단했다. 무겁고 길게 천천히 지나갔다. 창문을 닫았지만 태풍으로 베란다 쪽에서 빗물이 아래 쪽에서 올라왔다. 잠자러 때는 수건으로 물이 올라오는 막고 갔다. 이런 일도 처음이다. 잠을 자는데도 태풍이 부는 소리에 사이렌 소리까지 계속 나서 이상했다.

 

오늘 아침은 어젯밤에 그런 일이 있었다고는 믿을 없을 정도로 평온한 아침이었다. 우선 베란다를 빗자루로 쓸어서 느티나무 잎사귀를 모았다. 다음은 베란다에 물을 끼얹어서 씻는다. 날씨가 좋으니까, 빨래를 해야 한다. 세탁기를 돌리면서 아침을 먹었다. 마를 썰어서 현미밥에 간장과 와사비를 양념으로 비벼서 먹었다. 빨래를 널고 집안 창문을 열고 벽장문도 열었다. 너무 오랜만에 쾌청한 날씨라서 집안의 칙칙한 공기와 습기를 말리고 싶다.

 

도서관을 향하면서 단지와 공원에서 태풍 짜미가 지나간 길을 사진 찍었다. 주로 잔가지가 꺾였고 나뭇잎이 많이 졌다. 금목서가 태풍에 싸그리 날아간 것도 있었다. 다행히 피기 시작한 금목서는 태풍에도 별로 지지 않았다. 지난 토요일에 금목서 향기로 가득했던 공원은 오늘 은행 열매 냄새로 가득했다. 공원 윗길에 은행 열매가 떨어져서 냄새가 아래로 풍겨오는 것이다. 은행 열매 냄새가 너무 강렬해서 금목서 향기를 압도한다.

 

금목서 꽃이 태풍에 나부껴서 많이 졌다. 젖은 아스팔트에 떨어진 별모양의 오렌지색 꽃이 색감이 아주 예쁘다. 오렌지색 작은 꽃이 모여서 바람에 휘날리던 모양도 예쁘다. 짜미가 지나간 길을 보여줬다. 사진을 많이 찍었다.

 

농가 마당에서 가지를 봉지 사서 가방에 넣었다. 떨어진 단감도 하나 줏었다. 길을 걷는데 집공사하는 인부가 근처에 식당이 있는지 묻는다. 가까운 곳에는 없고 차를 타고 나가야 된다고 알려줬다. 길모퉁이에 할머니가 앉아 있어서 말을 걸었다. 길을 걷다가 너무 더워서 앉아 있다고 한다.

 

농가가 있는 동넷길을 걷다가 단감을 하나 줏었다. 태풍 짜미가 감도 많이 떨어 뜨린 모양이다. 태풍이 짜미가 실력을 발휘한 흔적이 있던 곳은 대학이었다. 봄이면 벚꽃이 피는 곳을 지나는데 커다란 벚꽃나무가 송드리째 뽑혔다. 다른 한그루는 옆으로 45 기울어져 있었다. 역시 짜미는 대단했다.

 

도서관에 도착했더니 도서관 문이 닫혔다. 태풍의 영향으로 오후 1시에 개관이라고 쓰였는데 보면서도 개관을 폐관으로 읽었다. 어제는 일요일인데 이런게 있지 하면서 있으니까, 안에서 아는 직원이 와서 손가락으로 1시부터 개관을 한다고 알려줬다. 이것도 태풍의 영향이란다.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엽서를 썼다. 귀갓길에 야채 무인판매에 들러서 농부 아저씨에게 주기로 애호박 재배와 씨에 관한 정보를 프린트 것을 돈상자 아래에 넣었다. 돈상자를 만졌더니 삑하는 소리가 나서 깜짝 놀랐다. 감이 있어서 봉지 샀다.

 

마트에 들릴 예정이었는데 감이 무거워서 그냥 집을 향했다. 공원을 지나는데 아는 사람을 만나서 수다를 떨다가 돌아서 왔다. 도중에 뒤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 봤더니 도서관에서 일하는 직원이었다. 근처에 사는 것은 알았지만 집은 몰랐는데 좋은 집이었다.

 

오늘 찍은 태풍 짜미가 지나간 길을 찍은 사진을 올린다. 도서관에 지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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