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0/03 네팔아이의 성장통
오늘 동경은 맑고 더운 날이었다. 목요일과 금요일에 걸쳐 태풍 같은 저기압이 통과하는 관계로 엄청난 비와 바람이 지나갔다. 그렇게 축축한 가운데 금요일은 최고기온이 29도로 습도가 아주 높으며 더운 날씨였다. 오늘도 최고기온이 28도였지만, 습기가 적은 날씨로 쾌적했다. 이불과 각종 집안에서 습기를 머금고 축축한 걸 널어서 말렸다. 빨래는 아침에 짙은 색을 빨아서 말리고 오후에는 옅은 색을 빨아서 널었다. 그동안 베란다는 베게와 담요는 물론이고 카펫까지 말렸다.
어젯밤에 오랫만에 네팔아이가 왔었다. 토플시험을 볼 때 결재시에 크레디트 카드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전화로 크레딧카드 번호만 알려달라는 걸, 네팔에 가기 전에 가져갈 것도 있으니까, 집으로 오라고 했다. 현재는 취직활동을 하고 있다. 아직, 내정을 하나도 못 받은 상태다. 이제는 취직활동이 힘들어짐에도 불구하고 좋은 직장을 구하기 힘든 시점에 와있다. 나에게는 석사과정을 미국에 간다고 해놓고 취직활동은 그냥 보험으로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학생들을 보면 어쨌든 취직은 하니까, 취직하는 것이 어렵지는 않다. 단지, 자기가 가고 싶은 곳에 갈 수 있는지가 문제인 것이다. 내가 어쨌든 취직은 한다니까, 취직하는 걸 쉽게 본 모양이다. 준비가 많이 부족한 모양이다. 이번에 올 때도 이력서 등 서류를 가져오라고 했는 데, 안 가져왔다. 처음부터 취직활동에 목숨을 걸었다면, 이력서 작성부터 면접연습까지 시켜 취직을 시킨다. 지금까지 이력서를 손본 학생은 다 취직시켰다.
네팔아이는 좋은 회사에 취직도 가볍게 하고 미국 유학도 간단히 정하려고 했던 모양이다. 내가 너 그럴려고 했지? 예… 취직활동도 그렇게 쉬운 거면 남들이 왜 고생을 하냐고? 미국유학도 비자받기가 어려울 텐데, 일찌감치 정해야지. 그렇게 간단히 두 마리 토끼가 잡히진 않아. 여기까지 왔으니까, 끝까지 해봐. 유명 여행사는 지도교수가 추천을 했는 데도 떨어졌단다. 이상하네, 업계와 관련이 있는 지도교수 추천은 바로 내정을 받는 데…
알바와 취직활동이 힘들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모양이다. 거기에 8월에는 좋다고 쫓아다니던 여자에게 바람맞아서 헤매고 있었다. 내가 보기에는 취직도 미국유학도 어려울 것 같다. 네팔아이는 올해 처음 장학금을 받았다. 그리고 다니는 학교에서 여러 활동을 해서 나름대로 성과를 내서 주목받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일본어가 정확하지 못하다. 공부도 성적은 받고 있지만, 시험을 위한 공부지, 스스로가 배우는 공부가 아니다. 대학에 다니는 동안 공부하는 방법을 익히길 바랬는 데… 공부하는 방법을 배우고 공부하는 습관을 가지라고 그렇게 외쳤건만… 말을 안 듣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어제도 처음에 6시에 온다고 했다가, 7시 반, 도중에 전철이 자살사고로 멈추는 바람에 집에 도착한 것은 9시 반 정도였다. 나는 일주일 일을 마치는 금요일에, 금요일은 수업이 가장 많은 날, 거기에 날씨가 날씨라서 아주 피곤했다. 그래도 멀리서 오랜만에 온다는 데, 학교에서 오면서 간단히 시장을 보고 오자마자 옷을 갈아입고 저녁을 했다. 밥을 많이 먹는 아이니까, 우선 쌀을 많이 씻어서 불린다. 밥을 많이 하고 생선으로 전을 부치고 감자를 볶았다. 김을 좋아하니까, 김도 있고… 과일은 종류가 좀 있으니까. 간단히 먹겠지. 나는 저녁 준비를 했더니 너무 피곤해서 뭘 먹을 기분도 안 난다.
네팔아이는 8월에 북해도에 갔던 선물을 가져왔다. 과자와 다시마를… 어디 여행을 가면 선물도 사 오고 성장을 하긴 했다. 오자마자 밥을 먹으면서 다음날 아침에 일찍 가야 한단다. 나는 빨리해서 오늘 밤에 돌아가서 잠을 푹 자고 내일 센다이에 가라고 했다. 밥을 먹고 컴퓨터를 켜고 토플시험을 신청하는 데, 뭔가 자꾸 걸려서 결국 신청도 못하고 집에 돌아갈 마지막 전철도 놓치고 말았다. 나는 밤 11시 넘어도 집에 보내고 나면 좀 더 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 데… 밤 2시가 넘어서 잤다.
오늘 아침 7시에 깨서 봤더니, 신통하게도 혼자서 일어나서 밥을 먹고 이불도 깨끗하게 개고 나갔다. 지금까지 집에 왔을 때, 자기가 알아서 일어나 집을 나선적이 없었는 데, 성장했구나 싶다. 어젯밤 밥을 먹는 것도 조절해서 먹었다. 전에는 너무 많이 먹고 배 아파했는 데… 요즘 운동을 열심히 해서 근육이 많이 커졌고 얼굴도 젊어졌다. 젊은 아이가 긴장감 없이 아저씨 같았는 데… 다행이다. 스트레스가 많아서 운동을 열심히 한단다. 운동을 열심히 하다 보니 성과가 있어서 즐겁고 뿌듯하다고…
어젯밤에 네팔에 갈 때 가져갈 선물과 요새 입을 옷을 준비했다. 좋아할 것 같은 선글라스도 챙겨뒀더니, 좋다고 난리를 친다. 선생님, 어떻게 제가 갖고 싶은 모델을 알았어요? 알리가 있나, 어쩌다가 그런 거지… 옷도 멋있다고 난리다. 지금까지는 옷도 못 입으면서 얼마나 잘난 척을 했는지, 차마 눈뜨고 보질 못했는 데… 옷이 특별히 멋있어서가 아니라, 내가 준비한 마음을 조금 안 것 같다. 성장을 한 거다.
어젯밤에 잔 것은 2시였다. 자기 전까지 잔소리를 심하게 했어야 했고, 얼마나 피곤했던지. 오늘은 늦게까지 잤지만 피로가 회복되지 않았다. 아침을 먹고 센다이를 향하는 아이에게 문자를 보낸다. 스스로 일어나서 밥을 먹고 가서 기특하다고… 이번에 네팔에 가면, 네팔이 어떻게 변할지 잘 보고, 사업을 하고 있는 친척과도 만나서 사업에 관한 것도 많이 듣고 오라고 했다. 자신의 사업을 할 생각도 해보고, 자신과 자신에게 중요한 사람들과 더불어 행복하게 살 길을 진지하게 생각하라고… 어젯밤에 우리 집에 와서 힘을 얻었단다. 내 잔소리가 힘을 주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동안 힘들다고 했는 데, 성장했다. 돈도 조금 만들었다. 돈을 키울 종잣돈으로 해야지.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도 생각하라고… 성장통인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