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0/06 폭풍이 통과 중
오늘 동경은 오전에 폭풍과 태풍이 통과하고 오후에 날씨가 호전되는 모양이다. 일기예보에 의하면 최고기온이 29도라는 데, 태풍 판폰이 통과하고 나면 쨍하고 기온이 올라갈 모양이다.
실은 어제 아침부터 하루 종일 비가 왔다. 밤에 잘 때는 목욕탕 창문을 제외하고 창문이라는 창문을 다 닫고 잠그기까지 했다. 정말 큰 태풍이 동경을 직격 한다고 토요일 아침에 물리치료를 마치고 마트에 들렀더니 야채를 파는 아저씨가 야채를 사두라고 태풍이 지나가고 나면 야채가 없어서 가격이 올라간단다. 그 걸 들으면서 요전에 야채 가격이 올랐을 때 가격의 10분의 1 가격이 된 야채를 좀 샀다. 아저씨 말로는 태풍이 지나가면 그 야채는 가격이 20배나 될지도 모른다고 하는 말이 농담으로 들리지 않는다.
어제는 하루 종일 집에서 지내면서 오늘, 즉 월요일이 되면 아침부터 도서관에 갈 생각에 마음이 부풀어 있었다. 지난주 월요일에 도서관에 못 가서 아주 궁금했다. 어떤 새로운 책이 왔었을까. 페북에서 친구네 학교가 월요일 오후까지 휴강이라는 걸 보면서도 나는 그 생각을 하고 있었다. 다른 학교가 휴강이 될 정도면 도서관에 못 간다는 생각은 못했다. 아, 멍청하다. 오늘 아침에 깨어서 아침을 먹고 도서관에 가야지 했더니 비가 심상치가 않다. 도서관은 책을 걸머지고 걸어서 가야 해서 무리다. 커피를 마시면서 몇 달 만에 TV를 켜서 NHK의 태풍정보를 본다. 신칸센이 멈추고 국내선 비행기가 결항이 되었고, 공항으로 가는 전철도 멈췄다. 그리고 외출은 가급적 삼가란다. 태풍 규모가 좀 큰 모양이다. 동경은 현재 폭풍이 통과 중이다. 방에서 창밖을 바라보니 좀 떨어진 곳에서 숲이 흔들리고 있다. 내 방앞에 큰 나무는 크게 흔들리지 않다가 아주 가끔 흔들리고 있다. 비도 그쳤고 아주 조용하다. 도무지 폭풍이 통과 중인 것 같지 않다. 그래도 TV를 켜서 일기예보를 보면서 얌전히 있다가 태풍이 통과한 오후에 도서관에 갈 예정이다.
지난주 토요일에 친구가 와서 둘이 렌터카를 빌려서 가까운 산에 갈 예정이었다. 친구는 산에 다니는 사람이라서, 나는 허리가 아프지만 그냥 따라가면 된다. 내 허리는 산에 갈 상태가 아니었지만, 속이 상한 친구를 생각하면 뭔가 해야 한다. 그래서 친구와 나는 인터넷으로 검색을 시작했다. 나는 옥타마 주변을 보고 있었는 데, 친구는 엉뚱하게 온타케 산으로 가는 방법을 검색하고 있었다. 내가 보고 있는 옥타마에 가기 전에 있는 산 이름 미타케 산과 온타케 산은 한자가 같다. 친구는 온타케 산에 가려면 이렇게 가야 한다고 말하는 데, 지명이 낯설다. 나는 지리를 잘 모르지만 왠지 멀게 느껴져서 열차를 타서 옥타마로 가자고 했다. 옥타마에 가는 것도 빠른 열차를 타서 편도 1시간 반이지만 그래도 옥타마가 나을 것 같았다. 허리가 아파서 옥타마가 된 것이다. 그렇지 않았으면 렌터카를 빌려서 온타케 산으로 갔을지도 모른다.
옥타마에서 괜한 고행의 길을 걷고 왔더니 친구네 친구가 전화했다. 주말에는 산에 가는 친구를 걱정해서 지금 어디에 있느냐고 온타케 산이 분화했다고 알려줬다. 친구네 가족도 상상이 안 가는 걸 나이 먹은 다른 친구는 상상이 갔던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가 아침에 온타게 산에 가려고 했는 데, 말을 하면서도 현실감이 없다. 한 치 앞을 볼 수가 없다. 친구가 나에게 온타케 산 사고 뉴스를 검색하라고 당일 밤이었지만, 사상자 수가 적었다. 친구가 말하길 분화 시간이 점심시간이었던 점, 정상에 250명이 있었다면, 그 산은 오르기가 쉬어서 정상에서 점심을 먹으려고 오르는 산이란다. 사람들이 화산재에 많이 파묻혀 있을 것이란다. 나는 심상하게 당일날 밤에 사망자가 겨우 몇 명인 데, 그렇게 많을까 생각했다.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친구의 분석이 정확하게 맞아 들어갔다. 어제 현재로 사망자가 50명이 넘었다. 그런데 매스컴에서는 친구의 분석과 같은 예상이 없었다. 산에 다니는 사람이면 충분히 예상이 가능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무책임하다. 겨우 일주일 전 일이다. 아직도 수색이 끝난 상태가 아니다. 사상자 수색이 태풍으로 인해 중단된 상태이다.
거기에 일주일 만에 관동지방, 특히 동경을 직격 하는 초대형 태풍이 온다는 것이다. 일본 사람들은 안전에 민감하다. 안전 확보에 관한 불안감이 아주 크다. 그러나 연속된 자연재해 앞에서는 속수무책이다. 온타케 산에 관해서는 예측을 하는 기계가 고장 난 걸 방치했다, 분화가 예측이 불가능했었다고도 한다. 사실은 나중에 밝혀지겠지만, 안전관리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의 태만으로 인한 초대형사고인 것은 틀림이 없다.
일본은 대형사고가 연달아서 초대형 태풍이 온다고 해도 실감이 별로 안 난다. 자연재해에 비교적 안전하다는 도시에서 살지만, 근래는 하루하루 살아간다는 것이 얼음 위를 걷는 것처럼 위태롭다.
블로그를 쓰는 동안에 바람이 가라앉았다. 태풍이 지나간 것인가? 하늘이 갑자기 쨍하고 맑아지는 데… 모든 게 순식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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