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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생활

흐렸다

2015/10/10 흐렸다

 

오늘 동경은 날씨가 흐렸다. 어제 본 일기예보에는 맑은 날씨라고 해서 이불을 말리고 빨래를 하려고 했다. 여름이불을 빨아서 말려 집어넣으려고 했던 것이다. 날씨를 관찰했지만, 꾸물거릴 뿐 햇빛이 안 날 것 같아 이불빨래는 포기했다. 침대셋팅을 가을용으로 바꿨다. 오늘은 겨울용 시트 사러 쇼핑을 가려고 했다. 먼 길을 산책삼아 걸어서 센베 사러 가려고 했었다. 그러나, 아침에 일어난 것이 늦었다. 아침에 시끄러운 음악소리에 일어났다. 어젯밤에는 아주 늦게 두 시가 넘어서 침대에 들어갔다. 감기기운도 있고 피곤해서 오늘은 아주 늦게까지 푹 잘 작정이었다. 그런데, 아침부터 난데없이 행진곡이 들린다. 가까운 유치원에서 운동회를 하는 모양이다. 수면부족인 상태에서 일어나 날씨가 흐린 탓에 몸도 기분도 별로여서 천천히 일을 시작했다

색이 짙은 빨래를 먼저 세탁기에 넣어서 돌리면서 이불을 밖에 내놔서 바람을 쏘였다. 햇볕은 안나도 바람이라도 쏘여야지. 그리고, 스트레칭을 하면서 몸을 풀었다. 베란다에 널었던 이불을 걷어서 침대셋팅을 가을용으로 바꿨다. 여름이불 감촉이 차갑게 느껴지니까. 아침이 늦어서 점심을 겸했다. 어젯밤에 산 표고버섯에 양파를 넣어서 볶은 것에 소면을 같이 넣었더니 시간이 지나면서 소면이 불어 간다. 그래서 엄청난 양이되고 말았다

손빨래도 해서 널었다. 날씨는 여전히 꾸물거렸지만, 빨래를 뒤적거리면서 빨리 마르도록 한다. 날씨가 좋았으면 청소를 하려고 했는 데, 청소는 못했다. 바빴던 주일이라, 감기에 걸릴 것 같아 조심하고 피로를 회복하고 싶었다. 학회가 있다고 연락이 있어서 체력과 시간이 되면 가려고 했는 데, 아무래도 내 몸이 먼저다. 빈둥거리면서 하루를 보내고 말았다

결국, 겨울용 시트를 사러도 나가지 않고 센베를 사러도 가지 않고 하루가 끝났다. 일찌감치 저녁을 해먹고 배가 너무 불러서 의자에 앉기가 힘들다. 쓰레기를 버리려고 밖에 나갔다가 신선한 바깥공기를 맡고 싶어서 좀 걷기로 했다. 가볍게 한바퀴 돌고 들어오는 길에 강아지를 안고 산책하던 아줌마를 만났다. 낯이 익은 얼굴이라 봤더니 아파트 청소를 하던 분이라네… 어쩐지 낯이 익었다. 이 동네에 사신지 40년 가까이 된다고, 처음에 이사왔을 때는 주위에 아무것도 없었단다. 주위에는 다람쥐가 있고 너구리도 나오고 토끼와 꿩도 날아다니는 산골이었단다. 지방에서 동경이라고 결혼해서 상경했더니 지방보다 더 시골이어서 기가 막혔단다. 지금은 주변에 자연이 풍부한 환경이 좋다고… 요전에 아랫동네 할머니에게 들은 말로는 결혼해서 왔을 때는 소, 돼지를 방목해서 키우고 집마당에서 닭을 키우는 것이 보통인 농촌이었단다. 지금도 거기는 뒷산에서 닭을 키워 달걀을 팔고 있지만 말이다

아줌마가 품에 안은 강아지는 늙어서 잘 걷질 못하고 아파서 털도 뽑혀서 피부가 드러났다. 나이도 먹었지만, 집에 사람이 없어서 강아지가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아서 그런지 낯가림이 심하고 같은 개도 사람도 싫어한단다. 강아지도 혼자서 고독을 즐기는 타입인 모양이다

지금도 청소하는 알바를 다니신다고, 일을 할 수 있는 동안은 일을 하고 싶단다. 그러면서 자식들은 독립해서 혼자서 산다면서 나이를 먹으면 이층 집보다 아파트처럼 단층이 좋단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은 이층인데 아파트의 장점과 단독주택의 장점이 합쳐진 형이란다. 일종의 연립아파트인 것이다. 전에 그런 집에 간 적이 있었다. 밖에서 보는 것보다 내부가 넓어서 의외였다. 마당도 있는데, 주차를 하면 남는 공간이 없단다. 같은 마당에도 훌륭한 정원을 가꾼 집도 있다. 밭을 만들어서 야채를 재배하는 사람도 있다. 사람들이 사는 모양새처럼 마당을 가꾸는 것도 각양각색이다

가을이 깊어가는 날씨가 흐린 특별할 것이 아무 것도 없는 토요일이 지나간다. 소리없이 가을이 깊어가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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