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0/12 무더운 가을날
오늘 동경 날씨는 살벌하게 더웠다. 도대체 10월 중순이라고는 믿을 수가 없었다. 세상에, 최고기온이 32.5도였다는 데… 어제도 30도가 넘었고. 분명히 햇살은 가을인 데, 기온은 한여름이다. 오늘 아침에 9시가 되니 너무 더워서 더 이상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창문 너머로 햇살을 보니 구름 한 점 없이 새파랗게 개였다. 장난이 아니게 뜨거워질 낌새가 보인다. 어젯밤에는 오늘 학교도서관에 가서 놀려고 했는 데 햇살이 무서워서 도서관에 못 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에 갔다가 피곤해서 쉬다가 집에도 못오고 밤늦게까지 도서관에 있어야 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그렇게 무리를 하기가 싫었다.
일어나서 아침으로 계란후라이에 야채샐러드를 먹었다. 날씨가 점점 뜨거워지는 낌새가 가을이 아니라 한여름인 것 같다. 어제 확인한 일기예보로는 최고기온이 30도였는 데, 아무래도 30도가 넘어가는 낌새다. 뭔가 예감이 불길하다. 햇살의 빛은 가을이다. 그리고 주변 경치도 가을이 되어가고 있다. 달력도 분명히 10월인데, 기온이 왜 이런지 믿을 수가 없다. 일어나자 마자 베개를 비롯해서 담요와 겨울이불도 꺼내서 볕을 쪼였다. 일기예보에 의하면 날씨가 급변한다고, 20도 이상 기온이 급강하해서 겨울 날씨가 된다고 하니, 그 준비를 하는 거다. 그 것도 황당해서 믿을 수가 없지만, 그렇다니 그런 줄 알고 준비를 한다. 감기라도 걸리면 골치가 아프니까… 빨래를 가볍게 흰색옷은 손빨래를 하고, 짙은색은 세탁기로 돌렸다. 물론 샤워도 했다. 근데 한여름처럼 기온이 급격히 상승한다. 한여름용 원피스를 입고 집에 가만히 있어야지, 책도 못 읽을 기온이 되어간다. 빨래를 널고 말라가는 속도를 보니 무서운 불볕더위다. 정말로 믿을 수가 없다. 집에 가만히 앉아 있어도 땀이 찔찔 난다. 더위에 정신이 몽롱해 온다. 오늘은 뭔가 한다는 걸 포기하고 그냥 집에서 늘어져 있는 게 좋을 것 같다.
이건 분명히 예상기온인 30도를 넘어선 게 분명하다. 이번 주말에는 여름옷을 정리해서 집어넣고 가을 옷을 꺼내려고 했는 데, 옷정리 하다가 땀을 흘려서 옷에 땀이 떨어질 게 뻔하다. 이런 날에 옷정리하는 것은 위험하다. 날이 너무 더워서 기운이 빠져나간다. 청소를 하기에도 날씨가 너무 덥다. 어제도10월에 30도가 넘었다고 98년 전에 같은 기록이 있다고 했던가… 이런 걸로 기록 경신 같은 거 안 해도 좋다.
한여름 더위가 그냥 계속되니 몸이 아주 피곤하다. 어제도 수업을 하면서 에어컨을 켰는 데 뒤쪽에만 차가운 바람이 돌고 내가 서있는 교탁은 더워서 땀을 뻘뻘 흘리다가 조금 일찍 수업을 끝냈다. 교실은 냉방이 들어와서 그나마 괜찮은 데, 복도는 덥고 온도 변화가 심한 곳에서 일을 하다 보면 몸이 온도조절을 잘 못해서 아주 피곤해진다. 지난주 내내 일교차가 심하고 날씨가 후덥지근해서 피곤했다. 아침에는 쌀쌀하고 낮에는 기온이 올라가 냉방을 켜도 땀을 흘리고 저녁에는 다시 쌀쌀해진다. 가을이 전혀 가을 같지 않은 장마철처럼 후지덥근한 날씨였다. 그러니 어떤 옷을 입어야 할지 감이 안 잡힌다. 우선 땀을 많이 흘리니까, 손빨래를 할 수 있는 옷이 좋다. 개강을 한 첫 주는 주로 흰색옷을 많이 입었다. 그다음은 흑백으로 입었다. 검은색을 입기에는 날씨가 너무 덥다. 아직도 여름 샌들을 신고 있는 데 이것도 좀 어색하다. 계절은 가을인 데, 기온은 한여름이라, 뭔가 박자가 안 맞는 것처럼 삐그덕거린다. 날씨도, 사람도, 기억과 감각조차도 황당하리만큼 삐그덕거린다. 지난주에 너무 땀을 많이 흘려서 이게 세상에서 말하는 갱년기 증상인 줄 알고 동료에게 물었더니, 갱년기 증상이 아니라, 날씨 때문에 그렇다고 한다. 나뿐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같은 증상을 보이니까…
오늘은 집에서 재미없는 프로그램을 보면서 멍하니 지냈다. 그동안 짜던 걸 대충 마무리한 게 오늘 한 일이다. 외출을 못해도 읽던 책을 마저 읽거나 청소를 하려고 했는 데, 그런 걸 엄두도 못 내게 하는 더위였다. 그래서 오후에 일기예보를 봤더니, 32.5도란다. 역시, 30도가 아니었어. 30도는 그래도 뭔가 할 수가 있거든, 근데 32도가 넘어가면 아무것도 못해…한여름에만 했던 베란다에 물 뿌리기를 몇 번이나 했다. 그러면 훨씬 나아진다. 저녁이 되어도 산책 나갈 엄두를 못 내겠다. 그 뜨거운 햇살이 계속 내려 쪼였던 길이 뜨거웠을 거라, 무섭다. 저녁이 되어도 뜨겁게 달구어진 길에서 후끈후끈하게 더운 공기가 올라온다.
무더운 날씨가 너무 길어가니 더위에 질리고 사람이 지친다. 계절의 변화는 오랜 시간에 걸쳐 몸에 각인이 되어있다. 어느 정도의 범위에서 추위와 더위를 견디면서 살아가는 것 같은 데, 근래는 그런 감각이 전혀 도움이 안 된다. 오랫동안 축척되어 왔던 생활습관이 도움이 안 된다고 컴퓨터처럼 간단히 리셋트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니 로봇처럼 외부조건과 과학기술이 발전에 따란 버전업을 해가면서 살면 문제가 없겠지... 인간이라, 자신의 감각과 달력을 보면서 계절을 보내고 새로운 계절을 맞이하면서 적응을 했었는 데, 어쩌라고 이러는 건지 모르겠다.
황당하게 무더웠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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