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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생활

추수하는 날

2014/10/20  추수하는 날

 

오늘 동경은 아침에 맑았다가 낮에는 흐려져서 저녁에 빗방울이 떨어질 뻔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아침을 먹고 도서관을 향했다. 가는 길에 아는 사람을 만나서 그 사람이 아이를 데리고 가는 길을 중간까지 같이 가면서 수다를 떨었다. 그녀는 임신 중으로 1월 말에 해산한다고 배가 좀 나왔다.

도서관에 가면서 가을이 다가온 주변을 찍으려고 카메라를 가지고 나갔다. 가을 풍경이라고 하기에는 어중간했다. 그래도 요즘 사진을 못 찍어서 신선한 사진을 조금 찍었다. 마침 갖 추수를 마친 논과 오늘 벼를 베고 있는 논이 있었다. 아직 추수를 하지 않은 논도 있었어 냉큼 사진을 찍고 도서관으로 갔다

도서관에서는 수확이 별로 없었다. 아베 내각에 여성 관료 두 명이 오늘로 그만둔다는 기사 외에 이렇다 할 기사가 없었다. 가져갔던 아시아주의라는 책은 읽다가 읽기가 싫어서 대충 읽고 반납했다. 새로 빌려온 책은 소설과 철학책이다. 철학책이 좀 당기는 맛이 있었다


어제는 쾌청한 일요일이어서 오랜만에 집안을 깨끗이 구석구석 청소했다. 그동안 허리가 아파서 몸을 구부릴 수가 없어서 걸레질을 못 했다. 청소기만 돌리던 청소라, 청소를 한 것도 안 한 것도 아닌 어중간한 상태로 기분이 찜찜했었다. 어제는 걸레질을 꼼꼼히 다하고, 내친김에 유리창 청소와 베란다도 깨끗이 씻어서 맨발로 다녀도 된다. 맑은 창문을 통해서 드높고 푸른 하늘을 보니 더 맑은 것 같아서 좋다. 여름 샌들도 두 켤레 본드로 붙여서 수리해서 말렸다. 지금 신고 다닐 신발도 밑창을 붙였다. 가만히 봤더니 여름 샌들은 10년이 넘게 신었다. 물론 내가 좋아하는 신발이기도 하지만, 그런 신발을 다시 못 사니 마르고 닿도록 수리에 수리를 거듭하면서 너덜너덜 해진 신발을 신는다. 오렌지색 샌들은 사람 앞에서 벗으면 안 될 정도로 심하게 헐었다. 그래도 신는다

어제는 오랜만에 청소를 깨끗이 해서 기분이 아주 좋았다. 화장실에 걸린 작은 커튼도 빨아서 말리고 수선해서 다시 걸었다. 집안을 깨끗이 하면 집안 공기가 맑아지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요가를 좀 해봤다. 무서워서 하는 시늉 만하고 끝냈다

이번 주는 학교가 축제라고 금요일에도 쉬니까 연휴가 된다. 연휴에는 핼러윈 축제가 열리고 해마다 가는 바자회가 있기도 하다. 나는 여름옷과 신발을 정리해서 집어넣고 가을 옷을 꺼낼 예정인 데, 날씨와 허리 상태에 달린 일이라, 잘 모르겠다

오늘은 도서관에서 나와서 학교 식당에 가서 점심을 먹었다. 연어구이와 건더기가 많은 국과 밥을 조금 먹었다. 생선구이는 밖에서 먹는 것이 훨씬 편하다. 집에서 먹으면 냄새가 남으니까… 맛있게 먹고도 후회한다. 돌아오는 길에 야채를 파는 곳에 들렀다. 신선한 토란이 있어서 한 봉지 샀다. 저녁은 신선한 토란을 삶아서 된장을 찍어서 먹었다. 보통은 간장에 찍어서 먹는 데, 된장에 먹었다. 오늘 캔 토란이라, 알은 작았지만 신선해서 부드러웠다. 이렇게 평범한 주말과 월요일이 지나갔다

마지막 사진에 꽃 옆에 왼쪽에 큰 벌이 보이시는지? 여기서는 위험한 벌이라 주의하라고 아침부터 약간 긴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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