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0/17 옛길을 걷다
오늘 동경은 흐리고 비가 오는 날씨였다. 아침부터 흐리고 비가 와서 하루 종일 그런 날씨였다.
월요일은 도서관에 가는 날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아침을 먹고 준비해서 도서관에 갔다. 오늘 오후에 세무지도를 받을 예정이 있어 좀 바쁘다. 오전에 도서관에 가는 길에 공원을 지나는데, 떨어진 낙엽이 달작지근한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아직 주변 나무는 파랗게 언제 단풍이 질까, 궁금하다. 그 중에는 낙엽이 떨어진 나무도 있다. 그 냄새가 달작지근한 것이다.
도서관에 가는 길에 비가 오는데도 불구하고 무인판매에 들렀지만, 살 것이 없었다. 재미있는 것은 꼭 청소한 뒷날 비가 오는 징크스가 있다. 운동화를 깨끗이 빨아서 신고 나간 날에 비가 오는 징크스도 있다. 현관을 걸레질해서 깨끗한데, 비가 온 날 운동화에 흙을 묻히고 오면 현관이 더러워진다. 어제는 청소하기 전에 김을 궜다. 지금까지는 청소한 날에 김을 궈서 김가루를 날리던 사람도 잠깐 생각해서 청소하기 전에 김을 굽고 생선도 궜다. 어제는 일요일이라고 2주만에 밥을 해서 국과 반찬까지 챙겨서 먹었다. 김이나, 생선은 청소를 하기 전에 구울 수가 있지만, 비는 어쩔 도리가 없다.
도서관에 가서 읽은 책은 반납하고 새 책을 집중해서 봤다. 짧은 시간에 집중해서 책을 보고 점심시간에 전철을 타려고 도서관을 나왔다. 가까운 모노레일이 아니라, 10분 이상 걸어 내려가서 20분에 한번 오는 전철을 타기로 한 것이다. 정말로 오랜만에 옛날 걷던 길을 걸으니 좋았다. 비가 와서 촉촉이 젖어 길이 미끄러웠지만, 한적하고 나무냄새가 나서 아주 좋았다. 그래서 돌아오는 길에도 일부러 그 길을 걸어서 돌아왔다.
세무지도를 받으러 갔다가, 용무를 끝내고 돌아오는 길에도 오랜만에 걸었던 길을 걷고 싶어 일부러 돌아서 왔다. 비가 오는듯 마는듯 해서 우산을 쓰지 않고 한 시간을 걸었다. 돌아오는 길에도 무인판매에 들렀지만, 살 것이 없었다. 요즘 산책을 하지 않아서 그런지, 아니면 옛날 걸었던 길을 걸어서 그런지 몰라도 기분이 상쾌했다. 이 글을 쓰면서 세어보니 그 길을 걸어서 다닌 것은 13년이었다. 86년부터 99년까지, 학부 4년에 석사 2년, 박사 4년에 겸임강사 3년 동안 그 길을 걸어서 학교에 다녔던 것이다. 주변 나무들이 많이 자라서 길분위기가 아주 좋게 변했다. 세월이 지나 좋게 변하는 것도 있어서 다행이다. 지금은 도서관을 사용하느라 주로 정문으로 출입하지만, 정작 내가 학생 때나, 일을 하고 있을 때는 거의 정문으로 출입한 적이 없었다.
지난 목요일에 학부 때부터 친한 친구를 만났다. 그 친구는 어느 길로 다녔을까? 친구 근황이 별로 좋은 것 같지 않아서 신경이 쓰인다. 내가 걱정한다고 좋아질 일도 아니지만, 시간이 되면 결단을 하겠지 싶다. 친구네 형제를 비롯해서 다른 가까운 친구들 근황을 전해 들었다. 내 주변 친구들은 일본에서 중상류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집마다 문제를 안고 있어서, 안타깝기도 하고 사람이 살아간다는 것이 결코 순탄한 것은 아니구나 싶었다. 나는 주변 친구들 해결사였다. 그러나, 지금은 힘든 말을 들어주고 조언만 한다. 그런데, 사람들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이 아니라, 점점 복잡하고 힘들어지는 방향으로 나간다. 그래도 젊었을 때처럼 나서지 않는다. 그들 인생이기에 시간이 되면 갈 방향으로 가겠지 싶어서 지켜본다. 살아가는 것이 어렵다.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다시 시간이 있을 때, 옛길을 산책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