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0/24 졸지에 범인?
오늘 동경은 대체로 맑은 날씨였다. 아침에 일어나서 간단히 스트레칭을 하고 아침을 했다. 밥을 먹고 싶어서 밥을 안치고 연어를 구워서 먹었다. 원래, 밥을 하려면 전날 밤에 현미를 불려 놓는데, 오늘은 현미를 거의 넣지 않고 밥을 했다.
날씨가 좋아서, 도서관에 갈 준비를 하면서 여름에 쓰는 면담요를 빨았다. 담요를 널고 카메라와 반납할 책을 가지고 나갔다. 가을풍경도 조금 찍고 도서관에 갔더니, 카드를 넣은 지갑을 잊었다. 직원에게 부탁해서 하루 입장권을 받아서 들어갔다. 이 일은 오늘 도서관에서 일어날 사건의 서막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지갑을 놓고 간 이유를 모르겠다. 카드가 없으면 책도 빌리지 못하는데……
오늘은 책을 빌리지 않고 새로 온 책을 보고 읽은 책을 반납하는 걸로 했다. 엽서도 쓰고 나름 할 일이 있었다. 거진 볼 일을 보고 읽은 책을 반납했다. 반납하는 책 중에 젖어서 몇 장이 조금 표가 난 책이 있어서 그 걸 말하면서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평소에는 남자 직원과 말을 잘 안 하는 데, 오늘은 차례가 돌아와서 남자직원과 말을 하게 되었다. 그랬더니, 4층에서 2층 카운터로 가져가서 확인을 받아야 한다면서, 경우에 따라서는 변제해야 한다고 나를 데리고 간다. 2층에는 도서관 직원들이 있다. 나에게 자리에 앉아서 기다리라고 하면서 직원들과 중대한 일처럼 상의를 한다. 도서관에서 정해진 것이라면 따르겠다. 그런데, 무슨 범죄라도 진 것처럼 나를 둘러싸 의논할 정도의 일은 아니다. 2층 직원도 안에 들어 갔다 나왔다 하면서 4층에 있던 남자 직원은 내 옆에 서서 지키고 있다. 내가 뭔 일을 저질렀지? 졸지에 범죄현장을 들켜서 경찰에 끌려간 기분이다. 영문을 모르겠다. 거기에 앉아서 주위 상황을 보면서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마침, 입구 카운터에 내가 친한 직원이 앉아 있어 말을 했다. 지금까지 이 도서관을 30년 써왔지만, 황당하다고, 내가 책에 낙서를 하거나, 심하게 파손한 것도 아니고 물이 묻었던 책장이 약간 표가 날 뿐이다. 그 걸 변제해야 한다면 하겠지만, 무슨 범죄를 저지른 범인이라도 되는 듯하다. 다음부터는 이런 일이 있어도 정직하게 말하면 안 된다는 걸 알았다고, 같은 일이라도 간단히 실질적인 것만 처리하면 된다. 괜히 쓸데없이 공포를 조성해서 긴장감을 주지 말라. 일본에서 일하는 스타일이 이렇다는 건 알지만, 항상 쓰는 도서관이라, 주변 사람들을 다 잘 아는데, 아주 황당하고 당황스러웠다. 일주일 동안 책을 원상 복구해보고, 연락하겠단다. 그 일을 마쳤더니 너무 피곤해서 도저히 도서관에 앉아 있을 수도 없었다. 아, 진짜 일을 짜증 나고 피곤하게 처리한다. 일찌감치 집에 가야지.
도서관에서 돌아오는 길에 무인판매에 들렀더니 감이 두 봉지 있어서 샀다. 우체국에 들러 엽서를 두 장 부쳤다. 우체국 옆에 도시락 가게에서 친구에게 줄 소품과 엽서를 샀다. 엽서를 사면서 운영하는 아줌마와 수다를 떨었다. 내가 가진 엽서도 보이면서 엽서를 쓴다고 했다. 아줌마도 전에는 엽서를 쓰고 장식을 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하지 않는단다. 아줌마가 나에게 엽서를 보여줘서 고맙다고 한다. 나도 공통된 관심사로 수다를 떨어서 기분이 좀 가벼워졌다. 내가 항상 이용하는 도서관에서 이상한 짓을 할 사람은 아니다.
집에 와서 1층에 사시는 초등학교 선생님이 정년퇴임을 하신 분으로 주변을 가꾸신다. 그분과 수다를 떨었다. 그분이 초등학생에게 했던 말을 내가 대학생에게 하는 모양이다. 일본의 정세에 관해서도 하 수상하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정치적으로 많은 것이 잘되는 것처럼 포장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더 이상 나쁠 수가 없을 정도로 최악인 것이다. 소리 없이 붕괴되어 수렁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느낌이다.
‘올림픽’이 일본에 희망찬 미래를 선물할 기적의 선물 보따리 라도 되는 것처럼 ‘올림픽’에 올인하고 있다. ‘올림픽’이 모든 근심과 걱정을 잊게 하는 ‘마약’이냐고? ‘올림픽’을 위해서 어떤 희생이라도 감내해야 하는 것 같은 분위기를 조성한다. 무엇을 위한 ‘올림픽’인지? ‘올림픽’이 정말로 국민을 위한 것일까? 현실적으로 너무나 문제가 많은 데도 불구하고 ‘올림픽’으로 관심을 집중시켜 문제를 은폐하고 있다. 아베 정권이 연장되었으니, 문제가 은폐되는 기간도 연장이 되었다. 설사, ‘올림픽’이 무사히 치러진다고 해도, 그다음이 정말로 문제다.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의 미래가 걱정이다.
'일본사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상한 치료 (0) | 2019.11.09 |
---|---|
호박들 (0) | 2019.10.28 |
옆집 사람 (0) | 2019.10.22 |
일본의 연애 사정 3 (0) | 2019.10.21 |
일본의 연애 사정 2 (0) | 2019.10.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