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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사회

일본의 연애 사정 3

2017/10/20 일본의 연애 사정 3

 

오늘도 동경은 비가 오고 추운 날씨였다. 2 교시와 3 교시에 시험이 있어서 피곤하고 긴장된 시간을 보냈다. 편두통이 심하게 몰려왔다. 4 교시에는 호주에 관한 수업이었다. 학생들에게 머리가 아프니까, 조용히 달라고 부탁했다

 

어제 쓴 내용을 학생에게 소개하면서 왜 일본에서는 중/고등학생이 이성에 관심이 급감한 것일까? 물어봤다. 한 여학생이 말하길, 지금 일본 젊은이들이 뭔가 열심히 하는 모습이 아주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무것에도 흥미가 없고 열심히 하지 않는 척하는 것이 멋있어 보인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아무것에도 흥미가 없이 뭔가 제대로 하는 것도 없이 지내는 것 같다고 한다. 근래 중/고등학생, 특히 남학생들이 지내는 생활이 그렇다. 주변에서 튀면 안 된다. 튀었다가 이지메 하는 친구에게 찍혀서 이지메를 당하게 되는 것이다. 튀지 말고 주위에 묻혀가는 것이 최선으로 자신을 방어하는 것이라, 항상 변하는 주위를 감지하면서 그에 맞게 자신의 위치를 안전하게 지켜야 한다. 카멜레온은 아니지만 일상적으로 주위의 미세한 변화를 감지해서 알맞게 처신해야 한다. 친하다고 믿었던 친구가 언제 배신을 때려서 이지메 하는 쪽에 서서 튀통수를 칠지 모른다. 주위에 믿을 사람이 한 명도 없는 살벌한 세상을 사는 것이다. 학교는 학급이 붕괴되어 공부할 상황이 아니다. 이성에 관심을 갖기 이전에 자신들의 일상을 살아가는데 신경이 닳아간다. /고등학생들도 스트레스를 받아서 피곤한 것 같다.

 

20대 남자 대학생의 상담이다. 연애 감정을 가지는 방법을 모른다는 고민이다. 곧 대학도 졸업하는데 지금까지 한 번도 여성과 사귄 적도 없고 연애 감정을 가진 경험이 없다는 것이다. 동성애는 아니라고. 스쳐 지나가는 여성을 넋을 잃고 본 적도 있고 동아리 후배를 귀엽다고 생각한 적도 있지만, 그 것 뿐이란다. 그렇다고 그 후배와 사귀고 싶다는 마음이 든 적이 없다. 다른 여성과도 마찬가지로 사귀고 싶은 기분이 든 적이 없다. 어릴 때부터 친구가 '누가 좋아'라는 말을 수없이 들었지만, 자신은 누군가를 '좋다'라고 느낀 적이 없다. 이대로 연애 감정도 모르고 사막처럼 삭막한 인생을 사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면 불안해서 잠도 못 잔다는 것이다.

 

다른 케이스를 보자. 19살 남자 대학생이다. 인생에 대해 부정적이고 타성으로 살고 있다. 모든 것에 자신이 없고 자기혐오에 빠져 있다. 대인관계도 희박하며 동아리 활동도 잘 안 하고 성적도 아주 나쁘다. 가장 관심이 있는 이성과 연애 경험이 거의 없어서 여성이 받아 주지 않을 것 같아 무서워서 행동할 수가 없다. 고등학교  동기를 보면 여러 활동을 하면서 좋은 시간을 보내는 것 같다. 부러운 한편 컴플랙스를 느낀다. 그냥 이대로는 안될 것 같아 행동을 하려고 노력하지만, 잘 안된다. 지금 하는 노력이 맞는 건지, 잘하고 있는 건지 불안해서 무섭다. 인생에 한 번 밖에 없는 청춘을 쓸데없이 허비하는 것 같다. 멀지 않아 성인이 되는데, 앞으로 어려움이 닥쳐도 맞서는 인간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싶다는 것이다.

 

둘 다 내가 평소에 잘 보는 학생들 타입이다. 오늘 시험을 보는데도 공부를 하지 않아 0점을 맞는 학생들이 나대고 설치면서 나에게 반말이나 하고 시험문제가 잘못되었다는 등 시비를 건다. 만점을 맞은 학생들은 비록 점수는 땄지만 아직 부족하다고 더 열심히 하겠단다. 설치면서 선생에게 반말이나 하는 학생들은 사실 자신이 어떤지 알고 있으며 자신이 없다. 자신들의 열등감을 감추려고 선생에게 모욕을 주며 잘났다고 설치는 것이다. 어린아이도 그러면 안된다는 걸 안다. 잘못된 어리광인 것이다. 대학 수업은 어리광을 부리고 받아주는 것이 아니다.

 

젊은 세대의 연애가 저조하다는 것은 통계상으로도 나온다. 18-35세의 독신 남성이 '애인이 있다' 1992 26%, '교제 상대가 있다' 19%였다. 2015년에는 '애인이 있다' 21%, '교제 상대가 있다' 6%로 떨어졌다. 같은 연령대 독신 여성을 보면 '애인이 있다' 1992 36%, '교제 상대가 있다' 19%였다. 2015년에는 '애인이 있다' 30%, '교제 상대가 있다' 8%로 떨어졌다남성 쪽 숫자가 여성보다 훨씬 낮게 나온다. 재미있는 것은 남성, 여성이 '교제 상대'를 원하기보다 '결혼을 원한다'가 훨씬 높아서 두 배 이상이다. 90% 가까이가 '교제 상대' 찾는 걸 건너뛰어 '결혼'을 원한다는 것이다. 누군가와 '교제'를 해야 '결혼'을 하는데, 이렇다면 앞으로도 연애는 계속 쭉 저조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서 남성들의 성적 욕망도 낮아졌다는 '초식 남자'에 대조적으로 '육식 여자'라는 조어를 쓴다. 마치 여성들이 이성교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서 리드한다는 인상을 준다. 2011년에 조사한 것에 따르면 '어느 쪽이 키스를 했느냐'는 질문에 여성이 한 것은 2%라고 한다(상대방이 67%, 어느 쪽이라고 하기 어렵다 31%). 1995년에는 9%나 여성이 적극적이었단다. 이런 조어도 남성을 중심으로 만들어져서 유행을 하는 모양이다.

 

일본의 젊은 세대의 연애 사정은 매우 삭막한 상황에 있는 모양이다. 사막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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