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1/08 어느 재일 제주도 사람 2세의 생활사 (2)
2. 가족과 일 그리고 사회활동
결혼은 23살 떄 같은 제주도출신 여성과 중매로 만나서 결혼합니다. 그게 제 처입니다. 결혼상대는 자기한테 부족한 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찾아서 결혼했습니다. 제 처는 대학을 졸업했습니다. 그리고 결혼 이후 가정과 사업을 잘 뒷바라지 해 주었습니다. 부족한 저 한테는 분수에 맞지않는 사람이지요. 아이는 아들이 둘, 연년생으로 둘 다 30살(2002년 당시)이 넘어 각자 일을 하고 있습니다(장남은 사업경영, 차남은 외과의사).
제 일에 관해서는 결혼 후에도 아버지일을 돕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시대흐름을 보고 있으면, 언제까지나 고철상을 할 수는 없어, 독립해서 사업을 하려고 모색하던 참이었지요.
그 무렵, 처의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하시던 금속도장공장을 폐업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 걸 제가 인수해서 공장을 빌리는 형태로, 도장업 경영을 시작했지요. 도장업 관계는 전혀 모르는 일이었습니다. 무서운 줄도 모르고 덤벼들 수 있었던건 역시 젊었기 때문이지요. 2년 후에는 사업이 괘도에 올라 50평 짜리 공장이 비좁아졌습니다.
29살 때, 170평짜리 현재 본사공장에 이전을 했습니다. 시대는 바야흐로 일본경제가 고도성장기였습니다. 저는 젊었고 체력도 힘이 넘칠 때였습니다. 사업이 순조롭게 돌아가, 공장이 매일 밤 11시, 12시까지 가동할 정도로 바빴지요. 바쁜 만큼 돈도 들어옵니다. 인생은 이렇게 즐거운건가 하면서 매일 밤, 아침까지 술마시고 돌아다녔지요. 술마시러 가는건 꼭 한국 클럽(간코쿠 크라브)입니다. 그 무렵 한국 클럽이 대성황을 이루고 있었는데, 거기에는 일본경제 사정과 재일동포의 경제사정이 좋았다는게 관련이 있지요.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제가 민족의식에 눈을 뜬 것은 한국 클럽에 술마시러 다녔기 때문입니다. 이건 단지 저만이 아니라 많은 재일동포 남성들에게 볼 수 있는 보편적인 현상입니다. 그걸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건 어렵습니다. 세상 여성들, 부인들은 놀러 갈 구실, 핑계, 변명이라고 생각하겠지요. 물론 그 게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한국 클럽에는 고국/고향에 대한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재일동포 남성들을 빨아들이는 매력이 있는 건 사실입니다. 그러니까, 그 비싼 한국 클럽에 재일동포 남자들은 무리를 해서도 다니는 겁니다. 한국 클럽에 가는 이유는 저의 경우, 한국이라고해도 사실은 제주도입니다만. 클럽에 있는 아가씨가 제주도라는 것만으로도 친근감을 느끼고, 실제 이상으로 그 아가씨가 미인으로 보입니다. 친근감이라는 건 우선 말부터 제주도말로 익숙한 것이고, 말하자면 자신이 가진 잠재적이었던 재일 아이덴티티, 다른 데서는 내보일수없는 그런 걸 확인하는 곳이라고 할수 있지요. 자신의 마음을 말로 표현한다는게 어렵고 부끄럽기도 합니다.
1980년쯤부터 지역민단에 관계를 합니다. 한국청년상공회도 들어갔고요. 당시 저는 요동네에서 조그만 공장을 하고 있어도 ‘나는 사장이야’ 매일밤 한국클럽에 술마시러 갈 돈도 있어, 눈에 뵈는게 없었지요. 청년상공회에 들어가서 그동안 동포들과 교제가 없어서 더욱 그랬지만, 크게 충격을 받았습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넓은 세계를 알았다는거지요. 거기서 자신을 보니까, 우물안 개구리, 모래성을 쌓아서 잘난 척하는 정도였습니다. 저와 나이도 별로 차가없는 선배들이 맨손으로 큰 사업을 일으켜 활약하면서 동포들 단체에 공헌하는 모습을 보고 크게 자극을 받았지요. 그 때 까지는 동네, 좁은 세계 밖에 몰라, 자기나라 역사도 모르면서 조선인이라게 창피스러워 감추고 싶었습니다. 재일동포 단체에 관계를 가지면서, 주위 분들을 보면서 크게 변했습니다.
재일동포, 한국인이라는 의식에 눈을 떴지요. 사업도, 성공한 선배들을 보면서 나한테도 가능성이 있다는 모티베이션이 생겼습니다. 그 후 재일동포 단체에 일들을 중시하게 됩니다. 재일동포 단체에서는 조선인이라는 걸 감출 필요도 없고 일본사람들 한테 처럼 괜히 쓸데 없는 신경을 쓸 일도 없었지요. 결국은 다른 데서는 알게 모르게 조선인이라는걸 감추고, 비굴했었다는 거지요. 재일동포단체에 관계를 가졌다는 건 저에게 하나의 전기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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