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2/11 신주쿠 크리스마스 데코레이션
오늘은 아침부터 바빴다.
같은 단지에 사는 아줌마가 9시 반에 와서 머리를 잘라주기로 했다.
머리를 자르는데 거의 한 시간이 걸리고, 대충 치우고 나서 서둘러 집을 나선다.
신오쿠보에서 12시에 졸업생과 점심 약속이 있었다.
신오쿠보 역에 도착해보니 주말이어서 그런지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활기가 있다. 요즘 일본사회에서 활기찬 모습을 보기가 어려운데 여기에는 활기찬 사람들이 있다. 서울가는 비행기에서도 들뜬 일본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서울에서도 여기저기서 활개를 치고 다니는 일본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일본 사람들도 일본 분위기가 어둡다는 걸 잘 알고 있다.
학생들과 같이 점심을 먹으러 한국식당에 갔다.
식당에는 일본 아줌마 손님들이 많다. 점심시간인데도 빈자리가 별로 없다. 초등학교 선생이 된 졸업생은 3학년을 맡고 있다면서, 식당에서 나오는 음식을 사진 찍는다. 교재로 학생들 한테 보여준다면서. 아무래도, 얘가 선생이 되기는 된 것 같다. 학생들이 아직 산타가 있는 걸 믿고 있다면서, 귀여워 죽겠다고 한다.
학생들이 산타에게 편지를 썼다나,
자기도 그래, 나도 산타가 사는 주소를 안다고 학생들 한테 뻐겼단다.
정말, 너 주소 아니?
아뇨, 모르는 데요.
근데 산타에게 편지를 써서 보내면 곤란하지, 편지 내용은 엄마 아빠가 알아야 하는데.
올해는 산타한테 편지가 아니고 메일을 보낸데요. 역시 시대가 시대라, 아이들도 맞춰가요.
우리도 점심을 먹고 쇼쿠안도리 쪽으로 나왔다. 한국광장이라는 슈퍼에 들르기 위해서다. 쇼쿠안도리에도 사람들이 많이 걷고 있다. 아무래도 주말이라 외지에서 온 관광객 같다. 여기도 거짓말처럼 활기가 있다. 한국슈퍼에 갔더니 여기도 사람들이 북적북적거린다. 쇼쿠안도리를 경계로 신오쿠보 쪽에는 사람들이 북적 거리고 신주쿠 쪽은 한산했던 것이 인상적이다. 활기가 있는 거리에 졸업생들도 낯설어 한다. 지금 동경에서 사람들이 북적 거리며 활기가 있는 곳도 있다면서 신오쿠보를 낯설게 느껴질 정도였다.
식사를 마치고 도보로 가부키쵸를 지나 신주쿠에 와서 신주쿠교엔에 가서 수다를 떨었다. 주로 직장, 연애와 실연이 주된 내용이다. 요즘 아이들은 연애와 실연 주기가 짧은 것 같다.
교엔에는 수선화가 많이 피어있었다.
수선화는 이른 봄에 피는 거 아니니?
날씨가 이상해서 핀 거 아닐까요?
글쎄, 내 창문 밖 벚꽃도 봉우리가 생겼어, 철이 아닌 때 피는 건 미쳐서 피었다고 하는데(구루이 자키), 수선화도 그런가? 아직 철이 아닌 것 같은데, 꽃이 폈네.
다음은 신미나미 구치에 있는 사잔테라스 쪽으로 크리스마스 일루미네이션을 보러 갔다. 올해는 블루를 기조로 한 차분한 일루미네션이다. 여기도 사람은 많지만 활기는 없다. 조용히 움직인다. 일루미네이션은 예뻤지만 사진을 찍지는 않았다.
다카시마야 쪽에도 데코레이션이 있어 그 쪽으로 이동을 했다.
처음에는 올해 데코레이션 테마가 뭔지 잘 보이지 않았다. 페트병들을 많이 쓴 데코레이션이 있는데 이게 뭐야? 환경문제를 염두에 뒀다는 것 같아. 데코레이션을 보다 보니 재미있다. 안내문도 재미있다. 이런 유모어가 좀 더 많았으면 좋겠다. 페트병 데코레이션이 아름답기까지 하다. 전기도 많이 쓰지 않았다. 화려하게 전기를 많이 쓰지 않아도 얼마든지 아름다운 크리스마스 데코레이션을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페트병 트리
페트 맨입니다. 페트 우먼은 없더군요.
얘가 지난 11월 21일 생일날에 실연당했다는 초등학교 선생입니다. 페트 튠인가?
페트병 우주선
페트병 터널
페트병 볼
페라미드
페트병 꽃
페트병 신전?
내가 사진을 찍기 시작하니, 아이들이 자기들에게 관심을 가져 달라고 포즈를 취해 기다리고 있었다. 사회인이 되어 어른이 된 줄 알았더니 아직도 아이들이다. 발랄한 내 학생들도 귀엽게 봐주셨으면 합니다.
토끼와 같이 찍힌 사진은 뒷 배경과 같이 조화를 이룬 포즈를 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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