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2/15 소소한 것들
오늘도 동경은 맑고 건조한 날씨였다. 일기예보에 의하면 요 근방 최고기온이 11도에 최저기온이 영하 2도란다. 이정도 기온이면 겨울 날씨가 된다. 그러나 내가 사는 곳은 기온에 관계없이 맑은 날에 바람이 없으면 볕이 잘 들어서 아주 따뜻하다. 비록 그게 아침에서 오후까지라 해도 밝고 따뜻하다. 그리고 춥지 않다는 것은 단지 기온 만이 아니라, 분위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겨울에는 따뜻한 기분으로 지낼 수 있는 소품들을 쓴다.
오늘도 늦잠을 잤다. 실은 맑은 날에는 햇살이 너무 좋아서 늦잠을 자는 게 아깝다. 그래서 쉬는 날도 일하러 가는 날과 같은 시간에 일어나 설치다가 제풀에 피곤해진다. 오늘은 늦게 일어났지만, 일은 일찍 끝냈다. 완전 신나게 하루를 벌었다는 것이다. 아주 단순한 것이었지만, 대단한 발견이라도 한 것처럼 신났다. 그래서 좋은 하루를 보냈다는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요가를 하기 전에 고구마를 찌느라고 가스에 올려놨다.. 옆에서는 닭 한 마리를 삶아서 먹는 중인 냄비가 있어서 그것도 같이 끓인다. 요가를 하고 나서도 고구마가 아직 쪄지지 않았다. 요가를 하면 체온이 올라간다. 체온이 오른 김에 그냥 청소기를 돌리고 청소를 했다. 유리창 청소도 했다. 일어나서 물 한모금 안 마시고 오늘 할 중요한 일을 해치운 것이다. 일을 마쳐도 아직 10시가 안됐다는 것이다. 그리고 느긋하게 아직 따뜻한 고구마를 아점으로 먹었다.
요즘 고구마를 쪄서 먹는 게 좋다. 고구마를 찔 때 나는 증기가 건조한 실내를 촉촉하게 하고, 달콤한 냄새가 행복감을 준다. 그리고 고구마도 맛있다. 좋아하는 고구마를 맛있게 먹기 위해 일을 재빨리 끝냈다는 것이다. 이방법은 좋은 것 같으니까, 앞으로도 써먹어야지… 대단한 발견을 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어차피 해야 할 일도 즐겁게 빨리하고 좋아하는 것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방법…
오늘 할 중요한 일을 간단히 끝냈으니 그다음 시간은 보너스가 되었다.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반소매 잠옷에 양말도 안신은 채로 소설책을 읽었다. 유리창 청소를 해서 창밖에서 들어오는 햇살도 눈부시게 빛난다. 난방이 전혀 없어도 따뜻하다. 오전에는 환기시키느라, 앞 뒤로 창문을 열어 놨다. 그래도 기온이 낮아서 밖에는 나가지 않기로 했다.
늦은 점심으로 삶은 닭에서 한쪽 가슴을 떼어내어 먹었다. 이번에는 뭘 넣어서 스프를 만들까… 수프가 가장 맛있다.
호주방송을 들으면서 따사로운 햇살을 한몸에 받으며 느긋하게 소설책을 읽는 행복감… 아주 마음에 들었다. 오랜만에 소소한 행복감을 느꼈다.
싱싱한 당근을 잘라서 손으로 집어먹었더니 손가락이 물들었다. 달콤한 토마토를 먹고 났더니 손에서 달콤한 토마토 냄새가 난다. 손을 씻지 말아야지...
집에는 먹을 것도 나름 충실하게 있다. 연말이 가까워서 먹을 게 있다는 것도 기분이 좋다.
나에게는 필수품인 카망벨치즈가 아홉 개, 맛있는 저온살균 우유, 블랙쵸코렛이 두 개, 좋아하는 과자가 세 봉지, 이게 잘 안 나와서 보일 때 사야 한다.
평소에 먹는 달걀, 약간 비싸도 맛있다. 크리미 한 두부, 요새는 추워서 그냥 먹지 않고 뭔가 볶아서 먹을 때 넣는다. 요거트가 두 종류.
고구마 종류가 달라서 맛도 다르다는… 연근, 유자, 규슈 남쪽이나 야쿠시마에서 나는 퐁캉, 이스라엘에서 온 스위티, 싱싱한 당근, 다시마는 한국에 갔을 때 사다가 걱정 없이 먹는 것이다.
김과 멸치도 두 종류, 요것들도 한국 갔을 때 상자로 사오는 것이다. 리츠는 도시락으로 가져가기도 한다. 요새 잘 만드는 피클이다.
색도 다르지만 종류도 다양한 사과, 감, 봉지에는 키위와 사과가 같이 들어있다. 숫자보다 다양한 종류가 중요하다.
예쁜색 담요, 호주공항 면세점에서 한눈에 반해서 샀다. 그리고는 잘 때는 이불 위에 덥고 추울 때는 무릎에 덮고 허리에 감으려고… 포인트는 밝고 따뜻한 색감이다.
예쁜 색감에 따뜻한 덧신… 따뜻한 색감이라, 훨씬 따뜻한 느낌을 준다.
그리고 건조한 날씨에 필수품인 핸드크림, 원래 발에 바르라는 것이지만, 손에 바른다. 수많은 핸드크림 중 가장 마음에 든 것이다. 이렇게 소소한 것들과 따뜻한 햇살이 춥고 우울한 겨울 날씨에 소소한 행복감을 맛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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