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1/03 새해 첫날 2013
새해 첫날인 어제와 오늘 동경 날씨는 맑고 따뜻한 날씨였다.
덕분에 아주 평온한 기분으로 새해 첫날을 맞이했다.
작년 마지막날 밤에 같은 단지에 사는 친구네 집에 가서 도시코시소바를 먹었다. 그리고 조금 일찍 밤 11시에 제야의 종소리가 울리는 가까운 절을 찾아 나섰다. 밤하늘에 별이 많이 보인다. 친구가 오리온 좌를 가르쳐준다. 나는 별자리를 잘 모른다. 눈이 난시인지라 가르쳐줘도 헷갈린다. 달은 흔들려서 계란노른자가 터진 것처럼 보여도 한 개지만, 별은 다르다. 더군다나 달도 없이 어두운 밤에 별자리가 보여야 말이지.
집에서 가장 가까운 절에 갔더니, 조용하다. 종소리는 여기가 아니다. 어디선가 장작불 타는 냄새가 난다. 사람이 모일 거라 장작불을 핀 것이라, 둘이서 냄새를 따라서 길을 떠났다. 강을 건너서 작은 산 밑에 있는 동네 신사에 도착했다. 장작불이 훨훨 네 군데나 지폈다. 근데 신사에는 종이 없다, 제야의 종소리를 듣기는 글렀다. 가까운 절이 어디냐고 물었더니, 역하나 정도 걸어가거나, 모노레일을 타고 다카하다후도에 가야 한단다. 모르는 절은 갈래야 모르니 갈 수가 없다. 오밤중이라, 길다니는 사람도 없다. 길치 아줌마 둘이 길가에서 헤매다가 어디로 갈지 모른다. 둘이서 모노레일을 타고 다카하다후도로 향했다. 이게 결정적인 실수였다. 그래도 동경에 20년이상을 살았는데, 다카하다후도는 새해 참배를 가는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명소인데, 아는 곳이라고 거기를 선택한 것이다. 모노레일을 타고 가서 내렸다. 벌써 역근처에서 사람들이 움직일 수가 없을 정도로 열을 지어 기다린다. 아, 내가 동경을 우습게 봤구나, 아무리 오밤중이라도 사람이 물밀듯이 몰려온다. 한시간정도 걸려서 겨우 밀려서 절에 들어갔다. 보는 흉내만 내고 다른 곳도 보려니 번호표를 받아서 번호순대로 간단다. 포기다. 사람이 없을 때를 골라서 가야하는데 한순간의 방심이 어처구니없는 결과를 불렀다. 결국 집에 오니 밤2시가 넘었다. 한겨울 오밤중에 아줌마 둘이 헤매다가 집에 돌아왔다. 물론, 제야의 종소리도 못 들었다. 다른 종소리를 듣기는 들었다. 그건 무슨 종소리였지? 사람에 치여서, 그리고 절 안에 있는 수많은 포장마차에서 풍기는 음식 냄새로 피곤해져서 돌아왔다. 그래도 둘이서 제 정신이 아닌 밤 산책이 재미있었다. 그 시간에 밖에 볼 수 없는 광경들을 본 것이다. 새벽에 목욕해서 잠을 잤다. 이튿날 깨어보니 얼굴이 퉁퉁 부었다. 아무래도 어젯밤 메밀국수 국물이 짰던 것 같다.
결국, 새해 첫날이 되어서야 연하장을 썼다. 일본은 초하룻날 아침에 연하장을 배달한다. 연하장을 써서 우체국 본국으로 갔다. 조금이라도 빨리 배달이 되라고 본국까지 가져갔다. 우체국 옆에 우편배달차가 줄지어 선 것이 장난감처럼 보인다. 빨간색 차들도 연휴라고 늘어서서 쉬고 있다.
돌아오는 길에 날씨가 좋아서 공원에 들렀다. 그리고, 모닥불 냄새가 나서 그 냄새를 따라서 갔더니 신사가 있었다. 나는 거기에 신사가 있는 줄도 몰랐는데 새로운 발견이다. 나름 동네 사람들이 새해 참배를 왔다. 베넷세 건물 바로 뒤에 신사가 있었다. 그 근처에 키티네 집인 퓨로랜드도 있다. 베넷세 앞에 뱀 조형물이 있었다. 뱀 해라고 해서, 사진을 찍었다.
집에 와서 베란다에서 사진을 찍었다. 해가 지어갈 무렵이라, 일몰과 후지산이 보이는 공원에 갔다. 후지산이 선명하게 보인다. 조금 더 올라가서 후지산을 가깝게 찍었다.
돌아오는 길에 찍었다. 일몰 직후 마치 세상 전체가 안개가 낀 것처럼 보인다. 옅은 핑크색, 아래는 하늘색으로 마치 세상이 바닷속에 잠기는 느낌이다. 조용히 반반한 바닷물 위에 나도 둥둥 떠있는 느낌이다. 떠있는 나를 중심으로 평화스러운 파장이 퍼져간다. 이런 시간이 좋다. 조용히 평안히 따뜻한 바닷물에 떠있는 것 같은 몽환적이 느낌은 잠시나마 모든 짐을 내려놓고 심신을 편안하게 한다. 올해는, 새해 첫날 날씨가 맑고 따뜻한 날씨였던 것처럼, 평안한 해가 될까? 막연한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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