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1/04 엄마와 쇼핑
하쓰모우데를 한 다음, 시부야까지 걸어가서 백화점에 갔습니다.
명절 뒷날부터 백화점이 영업을 시작하는데 아주 싸게 팝니다. 나랑 엄마도 기분전환 겸 쇼핑을 했지요. 제가 이 엄마랑 알고지낸 게 25년이 되는데 한 번도 이렇게 같이 다녀본 적이 없습니다. 엄마도 아주 개성적인 옷차림을 좋아합니다. 그냥 좋아하는 거지, 사는 건 아닙니다. 저는 아주 개성적인 것이 어울리는 사람입니다. 잇세이미야케숍에 갔지요. 30%세일입니다. 아주 밝고 선명한 색상에다 개성적인 옷들이 주력상품이죠. 저에게는 안 어울립니다. 모양이나 색은 좋은데, 체형이 안 맞아서요. 기본적으로 이 브랜드는 몸이 얇은 사람이 어울립니다. 저처럼 몸이 두꺼운, 다른 말로 하면 뚱뚱한 사람에게는 안 어울립니다. 그래도 워낙 제 헤어스타일이 야성적으로 산도적인지라, 산폭도였나, 옷과는 매치가 잘됩니다. 그래서 보통 많은 사람들에게 주목받습니다. 특히 그 매장에서는요, 부럽다는 듯이 보더군요. 머리는 자르면 되는데.
엄마는 나에게 이것 저것 입어보라고 합니다. 그리고는 재미있어합니다. 엄마는 너무 과격한 스타일은 시착도 안 합니다. 그래도 좋아합니다. 저야, 뭐 엄마가 시키면 사람이 있건 없건 옷을 마구 벗고 시착해서 패션쇼를 하지요. 엄마가 좋아합니다.
그 날 쇼핑은 주로 엄마가 샀습니다. 그레이 롱 카디건에다, 잇세이 미야케에서 구겨진 것 같은 셔츠를 샀답니다. 다른 데도 봤는데, 저는 일본(아줌마) 브랜드가 몸에 잘 안 맞습니다. 색상도 은은해서 이상하고, 팔다리가 살짝 부족, 몸통은 약간 큽니다. 한국 옷은 체형에 더 안 맞습니다. 그리고 제가 연말에 운동화를 사러 갔다가 못 샀다고 하니까 엄마가 운동화를 사줬습니다. 물론, 싸게 나온 것 중에 엄마 맘에 드는 걸로 골라서요. 엄마가 화장품도 줬고요, 물방울 무늬 폴라티도 줬답니다. 엄마가 갑자기 작년부터 저를 챙기기 시작합니다. 가면 뭔가를 줘서 보내려고 합니다. 왜 그럴까요???
제가 명절 때 가면서 새로 짠 옷을 가져갔거든요. 원피스 같은 베스트지요, 엄마가 좋아하는 색이라는 걸 처음 알았지만요. 그리고 목도리도 친구 걸 짜는데, 옆에서 엄마가 그 색상이 은은해서 좋다고 합니다. 저는 원래 말귀를 못알아 듣는 사람이라 그러려니 했지요. 또 색이 좋다고 하더군요, 엄마도 갖고싶으냐고 했더니, 나는 끈이 없는게 좋아라고 합니다. 베스트도 집에서 마당청소할 때 편하게 입으라고 했더니, 안 입고 챙겨두더라고요. 엄마는 밖에 입고 나가서 자랑을 할지도 모릅니다. 보라색 셔츠도 샀는데 안 입어서 가져갔더니 엄마가 좋아하는 색이랍니다. 저는 엄마가 뭘 좋아하는지 잘 모릅니다.
그 뒷날은 같은 단지에 사는 친구가 에프터눈 티하고 산책을 하자고 문자가 왔습니다. 갔지요. 역시 명절 때라서 그런지 티셋트가 좋은 게 나옵니다. 웻지우드입니다.
요즘 친구가 차이를 만드는 걸 좋아하나 봅니다. 저도 마셨지만 만드는 방법은 모르지요, 차이에다 케이크를 먹이더니 역시 달더군요. 입가심하는 의미에서 또 일본차와 과자를 먹었지요. 명절 때 마시는 술, 오토소도 마셨지요. 일본차와 과자에는 칠기로 된 접시을 내놨습니다. 명절 때라서 평소에는 잘 쓰지 않는 식기를 내놨습니다.
일본 과자는 열어보니까, 요렇게 되어 있더랍니다. 연출이 멋있다고 할까, 포장지가 아깝다고 할까.
이렇게 명절은 끝났습니다. 새해는 아마도 좋은 해가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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