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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사회

2018년, 새해 맞이

2018/01/01 새해맞이

 

오늘 동경은 맑고 기온도 올라가서 따뜻한 날씨였다. 나는 어젯밤 11 반이 지나 같은 단지에 사는 친구가 문자를 보냈다. 우리 집으로 온다는 것이다. 11 반에 한다는 건지 몰랐다. 며칠 전에 봤을 , 자기네 집에서 도시코시 소바를 먹겠냐고, 아니면 새해 맞이를 갈까? 하는 것이었다. 확실하지 않았다. 그 때가 되면 문자를 하라고 했다. 11 넘어서 우리 아래에 와서 기다린단다. 새해 맞이를 하러 가는 거구나. 서둘러서 다운 코트를 걸치고 나갔다. 친구와 나는 문자를 주고받았지만, 의사소통이 안된 것이다.

 

길을 걸으면서 그 말을 했더니, 친구가 펄펄 뛴다. 도시코시 소바는 자기가 한 말이 아니란다. 오늘도 새해 맞이를 하러 가기로 약속을 정했다는 것이다. 어쨌든 괜찮다고 걸어갔다. 다마센터 역에 가는 길 가까이에 차들이 줄지어 서있다. 이 야심한 시간에 왜 이럴까? 했더니 학원이 끝나는 걸 기다리는 부모들이라는 것이다. 어머나, 세상에 12월 말일 밤 12시까지 입시공부를 하는 학원에 불이 켜져 있고 학생들과 선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는 것이다. 학원이 끝날 시간에 맞춰서 부모들이 아이들을 데리러 온 것이었다. 일본에서는 한국 입시 전쟁이 치열하다고 수능을 보는 날의 온갖 해프닝을 보도한다. 그 뜻은 일본은 결코 한국처럼 입시 전쟁이 치열하지 않다. 일본에서 사는 것이 얼마나 다행이냐는 것이다. 일본에서도 특히 지방 명문 고교에서는 그야말로 목숨 걸고 공부시킨다. 단지 조용히 치열할 뿐이다. 내가 물은 적이 있다. 왜 그렇게 목숨 걸고 죽기 살기로 하느냐고 했더니, 가장 합리적인 신분상승은 교육밖에 없다고 했다. 그래야, 지방을 탈출할 수 있는 것이라고도 했다. 일본에서, 특히 동경에서는 생활이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교육의 양극화가 더욱더 격화되고 있다. 치열한 경쟁을 이겨야 하는 아이들과 그렇지 않은 아이들 사이에 갭이 커서 서로가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것처럼 모른다. 그래서 경쟁을 심하게 겪지 않은 아이들은 일본에도 한국처럼 입시가 치열한 것조차 모를 정도이다. 그 두 그룹의 아이들이 사는 길도 일찌감치 입시를 위해 학원을 다니느냐 마느냐에 따라 갈라진다. 같은 형제나 자매라도 선택하는 길이 다르다. 다른 세상에서 살아간다는 의미가 된다.

 

 

역을 지나서 새해맞이를 하러 가까운 신사에 갔다. 2017년이 밝을 때도 간 곳이다. 일본에서는 새해맞이를 하쓰모우데라고 해서 해가 바뀌는 시간에 맞춰 가까운 신사나 절에 가족이나, 친구와 같이 간다. 같이 가는 친구도 어리바리해서 그냥 두니까, 엉뚱한 곳으로 간다. 내가 길이 다르다고 해서 돌아서 목적지에 갔다. 작년보다 좀 늦게 도착해서 길가에 줄을 섰다. 차례를 기다리는 줄이 길었지만, 이외로 춥지 않았고 줄이 빨리 진행되었다. 나는 갑자기 튀어 나가서 지갑도 없이 갔다. 보통은 돈을 넣는데, 돈도 안 넣고 그냥 시늉만 하고 나왔다.

 

옆에서는 한국의 식혜 같은 걸 따뜻하게 덥힌 아마자케 라는 걸 한 잔씩 준다. 나와 친구도 그 걸 얻어 마시고 불도 잠깐 쪼이다가 새해 맞이를 마치고 집에 돌아왔다. 친구는 도중에 스마트폰을 꺼내서 나와 주고받은 문자를 확인한다. 내가 한 말이 맞다. 친구가 잘못 생각한 것이 확인되었지만, 아무 말도 없다. 나도 내 말이 맞았다는 주장을 하지 않았다. 친구가 노망이 들거나, 갑자기 이상해진 것이 아니라는 것만 확인했다. 아직은 정상인 것 같다.

 

새해는 어떤 해가 될까? 결코, 낙관적이거나, 희망에 찬 것은 아니지만, 2016년을 견디고 가슴 조이며 2017년을 만들었다. 2018년도 지혜롭게 풀어가는 해가 되기를 바란다.

 

 

새해맞이를 다녀온 사진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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