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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사회

끝나가는 겨울방학

2013/01/08 끝나가는 겨울방학

 

오늘 동경 날씨는 맑고 포근한 날씨였다.

요즘 며칠 계속 맑아도 기온이 낮아서 추웠다오늘은 기온이 좀 올라간 날씨였다내일 아침부터 강의가 시작되니겨울방학도 오늘로 끝나는 거다. 2주일이 눈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다나는 폐인모드로 게으름을 피우며 지냈다덕분에 몸과 마음을 추스를 수 있었지만내가 원하지 않은 뱃살도 보너스로 두둑이 늘었다정말로 왜 이런 건 내 허락도 없이 멋대로 불어나는 것일까옷을 입을 수 있을지옷을 입었다가 폭발하는 사고가 나지 않을지 정말로 고민스럽다그리고 오랜만에 나갈 거라오늘 자기전에 대충 준비를 해놓고 자야지… 내 자신이 심히 걱정스럽다.

 

어제는 고베에서 친구가 왔다내가 사는 곳에서 가까운 곳에 일이 있다면서우리 집에서 자고 갔다. 친구에게 내 집은 엄청 춥고 불편하지만그걸 핑계로 온 거다. 어제 만나서 저녁을 먹으러 갔다평소에 붐비는 곳인데 사람이 적어서 들어갔다둘이서 음식을 넉넉히 시키고 맥주도 한잔씩 마시면서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나는 술을 못 마시는데, 아주 친한 사람과 맥주 딱 한잔 정도 마신다집에 와서 잠자리를 만들고 목욕을 해서 잠잘 때까지 수다를 떨었다아침에도 눈을 뜨자마자 수다를 떨기 시작해서 아침을 먹고 친구가 가야 하는 곳까지 쫓아가면서 수다를 떨었다가끔은 수다를 떨어야 한다친구와 수다는 일본과 한국의 경제와 정치를 비롯해서 친구네 가족과 회사 문제에 이르기까지 종횡무진한다

친구는 남편이 치매증상을 보여서 퇴직하고 현재는 친구가 사장이다친구로서는 조금이라도 빨리 사장직도 내주고 은퇴해서 자신을 위해 살고 싶어 한다. 그러나 그 건 어디까지나 요망사항일 뿐이다나는 친구가 은퇴하면 나와 장기로 해외여행을 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친구는 치매 걸린 남편을 두고 갈 수가 없을 거란다친구는 해외유학도 하고 싶어한다남편이 아직 심각한 상태가 아니니 일이 년 다녀오라고 했다그것도 남편을 두고 갈수가 없다고 한다자식들이 같이 살고 있지만남편은 자기책임이라고 한다남편을 데리고 가라면 남편이 말을 안 듣는 단다나는 남편도 잘안다결국친구가 자유롭게 자신을 위해서 시간을 쓸 수 있는 것은 남편에게 달려있다남편이 먼저 죽는다던지… 남편보다 친구가 먼저 죽을 수도 있는 거다친구는 태어나서 부모밑에 있다가 20세 정도에 일찍 결혼해서 남편과 아이들 셋이다사업도 독립해서 나와 회사도 크게 성장 시켰다자식들도 잘 성장 해서 다 같은 회사에서 일한다일이나가정적으로도 성공 했다그러나자신을 위해서는 시간조차 마음대로 쓸 수가 없다그렇다고 자신이 희생을 한 것은 아니다이 게 보통여자들이 살아가는 라이프 코스 인지도 모른다거기서 조금 더 자유스럽던가아닌가의 차이일 것이다내가 여행을 다니면 부럽다고 한다아마도 자신이 하고 싶은 걸 내가 하고 있어서 그런가 보다나는 친구처럼 모든 걸 잘하려는 야심조차 없다나는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책임을 지고 싶지 않은 사람이다그런데나와 친구는 많이 닮았다.

 

또 한친구는 같은 단지에 사는 친구다같은 학교에서 강의를 한다고베친구나 이 친구도 나보다 나이가 열 살 정도 많다그래도 친구이지 언니는 아니다단지친구라고 부르자단지친구도 올해 들어 갑자기 옛날 아는 사람이 죽었단다아직 죽기에는 이른 나이다그래서인지 요즘 며칠은 매일 같이 차를 마시고 수다를 떨었다산책도 조금 같이 하고수다를 떨었다나도 친구도 허전함을 조금이라도 채우려고 수다를 떤다나도 12월 중순에 아주 가까운 사람이 죽었다너무도 황망히 떠나고 말아서 아무런 준비도 없었던 나는 연말에 힘든 시간을 보냈다주위 사람이 죽은 걸 어떻게 받아들이면서 살아갈지장수하는 사회라고 하지만장수를 하는 사람도 있고 평균수명보다 훨씬 일찍 죽는 사람도 있다그리고 죽은 사람과의 관계로 인해 상처를 입거나외로워지거나힘든시간을 보낸다나의 경우는 아직 수습이 안된 상태라다른사람 들에게는 말을 못 한다. 수습이 되면 말을 할 수 있을 것이다억지로 수습 하려고 서두르지 않는다그것도 관계의 연장선이기 때문이다. 가까운 사람이라도 살아서 다시 보지 않는 관계가 있다이 관계는 죽은 것이나 다름이 없다그러나 육신이 죽어서 다시 볼 수 없지만언제까지나 마음 속에 살아있는 사람이 있다이 관계는 살아있는 것이다내가 살아있어생각하는 한 살아있어서 같이 살아가는 것이다그런 관계도 있다단지친구와 나는 며칠 그렇게 허우적거렸다둘 다 먼저 보낸 사람에 관한 말은 한마디도 안 했지만, 쓸데없이 수다를 떨면서 서로를 위로하지 않았을까괜찮아, 무리하지 마. 그런 친구가 있어서 참 다행이다.

 

단지 친구를 위해서 뜬 것이다노랑색이 수확을 끝낸 논이나밭 같은 노란색이다. 결코 예쁜 색은 아니지만 좋은 색이다. 스토리성이 있는 색감이라고 할까몸과 마음이 조금이라도 따뜻하길 바라면서저녁시간에 찍었다. 저녁햇살을 받아서 따스하게 보인다.

이건 아주 단순하지만, 활용도가 높고 멋있다. 배색을 바꿔서 손수 짜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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