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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야기

가미수와 1

 2014/01/12 가미수와 1


오늘 동경은 맑고 포근한 날씨였다. 쉬는 날답게 늦잠을 잤다. 그리고 이불과 베개, 담요를 널고 요가를 했다. 빨래를 돌리고 목욕탕 청소와 집안 청소도 했다. 아점으로 떡국을 끓였다. 시금치를 많이 넣은 떡국이었다. 지금 일본은 월요일까지 연휴 중이다. 나는 원래 월요일에 강의를 안 나가니 휴일과 상관없이 집에서 일을 한다

지난 수요일에 고베에서 친구가 왔다. 주말에 오는 줄 알았더니 출장이 앞당겨졌다면서 수요일에 왔다. 수요일은 비가 와서 역으로 마중을 가서 돌아오는 길에 저녁을 먹었다. 그리고 자서 이튿날 아침에 나갔다. 친구는 오사카에 있는 큰 인쇄회사를 경영하는 사장님이다. 동경에 있는 거래처에 신년인사를 온 것이다. 근래는 동경쪽 일이 많아졌단다. 목요일 아침에 같이 나가서 친구는 동경시내 호텔에서 잤다, 금요일에 일이 끝나면 다시 만나서 온천에 가자는 약속을 했다

금요일에는 바쁜 날이라, 수업 외에 오며 가며 해야 할 일을 메모했다. 빼먹으면 골치 아프니까… 아침에 집을 나가면서 온천에 갈 준비도 챙겼다. 금요일에는 친한 동료와 만나는 날이다. 직원과 동료들에게 신년인사를 하고 오랜만에 만났다고 수다도 떤다. 3교시에 블로그를 몇 개 프린트해서 가져갔다. 학생들이 읽어달라는 걸 골라서 읽어줬다. 수업은 어디까지나 워밍업을 하는 정도로 끝냈다. 4교시는 원래 학생이 적은 데, 남학생 두 명이 결석을 해서 더 적어졌다. 학생에게 사정을 말하고 수업을 일찍 끝내서 친구와 약속한 곳을 향했다. 추운 날씨였다

친구가 특급권은 자기가 살테니까, 승차권을 사서 오란다. 나는 승차권을 살 시간이 없을 것 같은 데, 승차권은 열차에 타서 정산을 해도 될 것 같은 데… 도중에 환승을 하는 역에서 승차권을 사러 갔더니 손님이 많아서 기다려야 한다. 시간이 없다. 친구와 만나기로 한 역에 예정보다 일찍 도착했다. 안내데스크에 갔더니, 열차에서 현금으로 정산이 가능하다고, 교통카드에 돈을 많이 넣은 상태다. 교통카드로는 자동판매기에서 구입이 가능하단다. 내가 자동판매기에서 사려고 자세히 물었더니 특급권도 같이 살 경우만 살 수 있단다. 뭐가 이렇게 복잡하냐고… 여기서 하는 말이 다르고 저기서 하는 말이 달라… 어쨌든 홈에 내려와서 다시 불어봤다. 승차권이 없으면 못 타는 것이냐고, 교통카드를 보여주고 타란다. 열차 안에서 정산도 교통카드로 가능하다고, 그럼 그렇지 교통카드에 돈이 있는 데, 뭐가 현금이 필요해… 일본이 쓸데없이 복잡해서 골치가 아프다.

열차는 자살사고로 늦어지고 있었다. 친구는 신주쿠에서 아즈사 호라는 열차를 타고 왔다. 친구와 같이 간 곳이 가미수와라는 곳이었다. 친구 언니 딸이 가까운 곳에 살고 있단다. 작년에도 다른 곳에서 같이 만나서 식사를 했다. 친구 언니가 젊었을 때 돌아가셨단다. 형부는 재혼을 하셨고 그래도 이모라서 조카들과 만나고 형부와도 왕래를 한단다. 친구 조카는 지진 이후에 아들을 데리고 피난생활을 하는 중이다. 남편은 전에 살던 곳에 살면서 일을 하고 부인은 아들과 같이 별장에서 살고 있단다

가미수와 역에 도착하니 밤 8시 가깝다. 너무 춥다. 전날 일기예보를 검색했더니 최고기온이 영하여서 내가 좀 이상한 줄 알았더니 실제로 그렇단다. 나는 전혀 준비 없이 갔는 데… 맙소사 서울보다 추운 곳이었다. 호텔에 저녁식사 시간이 늦어진다고 연락해서 마지막으로 식사를 했다. 식사를 하면서 친구가 권하기에 나도 유자 사와를 마셨다. 친구는 쥬스같다고 했는 데, 나는 머리가 핑 돌아서 식사 중에 옆으로 쓰러지고 말았다. 도중에 일어나서 다시 먹다가 옆으로 눕기를 반복했다. 지금까지 살아도 이렇게 매너 없이 식사 중에 옆으로 눕는 일은 없었는 데, 나는 기온변화 때문에 그런 일이 일어난 줄 알았다. 친구 말로는 빈속에 알코올이 들어가서 그런 것이라고 한다. 생각해보니 점심도 제대로 안 먹고 저녁을 먹기 전이었으니 속이 비었다. 피곤하고 추워서 그런지 음식 맛도 전혀 모르겠다. 창가에는 수와 호수에 일루미네이션이 빛난다. 어두워서 수와 호수는 잘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귀여운 일루미네이션이었다. 사진을 찍었더니 제대로 찍히지 않았다. 노천탕에 가면 더 잘 보인다고 한다.

작은 호텔로 캠페인 중이라, 요금이 싸다고 친구 조카가 예약했단다. 처음에 호텔에 들어갔을 때 담배냄새가 나서 좀 피곤했다. 실내장식은 꽃꽂이와 데마리로 통일되어 있었다

친구와 조카는 할 말이 많은 모양이라, 나는 먼저 방으로 올라와서 온천을 향했다. 온천입구의 작은 정원을 찍었다. 내 눈에는 모래처럼 허옇게 보인 것이 눈이었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이 눈이라고 해서 알았다. 이틀 전에 눈이 와서 녹지 않고 쌓인 것이라고…. 근방에는 온천이 많단다. 수질도 좋은 것 같다. 숙박 한 호텔은 짙은 갈색 온천과 투명한 온천이 있었다. 목욕탕에 카메라를 가지고 갔다. 어차피 사람이 없으니까… 그런데 노천탕에 나가니 아주 춥다. 수와 호수 일루미네이션은 불이 꺼져서 일루미네이션은커녕 호수도 잘 안 보인다. 하늘에는 반달이 떠있었다

온천에서 한참 동안 몸을 녹이고 방으로 돌아왔다. 친구가 자동판매기에서 사와를 사 왔다. 식사를 할 때 주문한 것보다 자동판매기 것이 훨씬 맛있다. 나에게도 마시라고 하기에 겁이 나서 안 마신다고 했더니 아까는 빈속이어서 그랬다고 지금은 괜찮다나. 이불을 깔아놨으니 뭔 일이 있으면 그냥 자면 된다. 친구에게 조금 얻어마셨는 데 아무렇지도 않았다. 친구가 먼저 자고 처음으로 친구 조카와도 깊은 말을 했다. 친구 조카 말을 듣느라고 밤이 아주 깊어서야 잤다. 친구는 이튿날 아침 해가 뜰 때 수와 호수가 예쁘다고 그 걸 노천탕에서 보자고 했는 데… 결국, 못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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