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2/31 네팔 여행 6- In Pokhara 2
낮에 연하장을 어떤 걸로 할까, 잠시 망설였는데, 오키나와에 있는 미나미다이토지마 엽서로 했답니다. 그 섬은 산호초가 두 개 융기되어서 섬이 되어있답니다. 바다와 섬이 경계가 완만하지 않고 급격합니다. 그래서 배에서 내릴 때는 화물을 내리는 크레인 같은 걸로 내려야 합니다. 저는 비행기로 갔었지만, 동경 쪽에서 이주한 사람들이 개척한 곳으로 사탕수수가 주산물입니다. 그 걸로 연하장을 쓰면서 새해는 ‘개척 정신’으로 가자고, 자신도 잘 모르는 말로 얼버무렸답니다. 아시다시피 올해 일본은 너무도 나빴거든요. 예쁜 기모노를 입은 키티 우표를 붙이고 빨간색으로 ‘연하’라고 우표 밑에 쓰고서 우체통에 넣었지요.
네팔 여행을 드디어 마감합니다.
올해 안에 숙제?를 마칠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실은 이걸 먼저 써야 했는데, 해돋이 사진이 있어서 마지막으로 미뤘습니다.
룸비니에서 포카라를 가니 포카라는 도시였습니다. 외국인들이 많은 특별한 곳이었습니다. 룸비니에서는 한국 절에서 모든 게 충족되어서 돈을 쓰고 소비할 일이 없었는데, 포카라에 오니 돈이 줄줄 나갑니다. 룸비니에 일주일분이 포카라에서는 하루를 지내기에도 모자랐습니다. 그래도 만족감이 없었지만 외국인이 지내기에는 좋은 곳이었습니다. 우선 날씨가 룸비니 보다 훨씬 선선합니다. 카트만두보다 훨씬 깨끗하고 쾌적합니다. 외국인들이 모이는 곳이라, 물가가 카트만두보다 비쌉니다. 먹을 것도 맛있는 게 많았습니다.
한국에서 일을 했었다는 분이 하는 피자집이 맛있더군요. 비싼 이탈리안 보다 더 맛있었습니다. 두 군데 있는데, 본점으로 가세요. 그리고. 저는 빵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매일 아침 저먼 베커리에 가서 빵을 사다 먹었습니다. 제 입맛에는 심플한 게 물리지 않고 맛있었습니다. 어쩌다가 동네 구멍가게 집 사람과 친해져서 빵을 사서 거기로 가면 그 사람이 생강차(홍차에 생강을 넣은 것)를 시켜줍니다. 생강차를 얻어먹고 수다를 떨다가 지나가는 과일장수에게 과일을 사서 나눠먹고, 가게에 앉아있으면 돈을 얻으러 오는 사람도 많고, 재미있습니다.
낮에는 점심을 먹으러 가지요. 맛있는 샌드위치 집도 쉴라 베커리라고 있어서 하루에 한 번은 먹은 것 같아요. 그리고 주변에는 아침에 골목길에 과일장사가 다닙니다. 동네 사람들도 거기서 삽니다. 그러면 호텔 사람과 같이 사러 가서 골라달라고 합니다. 호텔 사람도 맛있는 걸 팔러 오면 알려줍니다. 그래서 매일 과일을 사다가 먹고, 그러면 훨씬 생활이 편해지더군요.
제가 포카라에서 먹었던 중 제일 비싸고 맛없던 저녁은 같은 호텔에 있었던 영국 남자와 먹은 이탈리안이었습니다. 여기 커피가 제일 맛있다고 좋은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웨이터에게 들었지요. 맛이 없었고 비쌌던 건 이탈리안 요리가 아니라, 같이 간 남자가 내내 헤어진 일본 여자 친구 욕을 해서 고통스러웠습니다. 그 친구는 시원했겠지만, 음식 맛을 모르겠더랍니다. 돈도, 시간도, 아까웠지만, 어쩝니까. 금액으로 비쌌던 건 한국 친구들과 같이 먹었던 갈비였답니다. 한국 친구들이 트레킹에서 돌아온 날 포터들도 함께 거하게 먹고 마시고, 저는 못 마시지만, 그래도 맛있었고 분위기가 즐거웠기 때문에 기분상 비싼 건 아니었답니다.
저도 일박이일 트레킹을 갔답니다. 거머리가 있다고 해서 가기 싫었는데, 포카라에 단지 트레킹을 위해서 오는 사람도 있는데, 그래서 갔습니다. 편한 걸로 오스트라리안 캠프로 갔습니다. 룸비니에서 만난 코끼리 친구와 그 친구와 같은 숙소에 묵었던 예쁜 한국 아가씨와 셋이서 갔습니다. 편하게 지팡이를 빌리고 먹을 걸 조금 넣고서 갈 때는 주위를 보면서 여유 있게 갔지요. 올라가서 로지에 도착했을 때는 저녁이 어슬어슬 해져서 춥더군요. 거기서 중국 여자 대학생 둘과 가이드를 만나서 얘기를 했습니다. 가이드에게 네팔 아이에 관해서 의논도 했습니다. 어떻게 인도하는 게 좋을지 물었지요.
중국 여대생 둘은 너무 발랄하고 재미있어서 산에서 내려와 다시 만나서 저녁을 먹었습니다. 네팔 사람들이 놀러 와서 저희에게도 먹을 걸 나눠줬습니다.
이튿날 내려오는 길이 도중까지 중국팀과 같아서 가이드를 따라가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거머리들과의 격투가 시작되었습니다. 중국 아이가 옆구리를 물려서 피를 흘리고 내 신발 속에도 들어가고, 거의 공황상태에서 미친 듯이 거머리를 떼어내면서 산에서 내려왔습니다. 저희 쪽에서도 부상자가, 코끼리 친구가 거머리에게 옆구리 공격을 당해서 피를 많이 흘렸습니다. 건조한 곳에 오면 거머리가 없습니다. 산에서 내려왔더니 둘은 아주 피곤했던 모양입니다. 택시가 교섭을 하는데 전날 알려줬던 요금과 너무 차이가 나서 안 탔습니다.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두 사람은 쓰러져 있었습니다. 결국, 버스를 타고 가서 택시로 갈아탔습니다.
산에서 내려오는 데서 일본인 커플을 만납니다. 버스도 같이 타고, 택시도 같이 탑니다. 우리 팀과 요금을 반반씩 내기로 해서, 그런데 택시 운전사가 레이크 사이드까지 만 실어다 주고 호텔까지 안 실어다 줍니다. 요금도 쌌지만, 호텔까지 갈 줄 알았지요. 일본인 커플이 요금을 안 내고 도망갑니다. 약속이 다르다면서, 저에게도 요금을 낼 필요가 없다나요. 어처구니가 없더군요. 운전사는 제가 일본 사람과 말하는 걸보고 친구가 아니냐고 저에게 요금을 다내라고 합니다. 저는 우리 것만 냈지요. 그러더니 운전사가 주변 사람들을 부릅니다. 그거야, 자기가 좋을 대로 말을 하는 게 뻔하니까, 나도 오기가 나지요. 여자 한 명을 남자들이 빙둘러싸서, 그래도 안 집니다. 그리고 돌아왔는데, 기분이 영 안 좋았습니다. 그 뒷날까지 일본인 커플의 행태로 기분이 나빴습니다. 택시 운전사는 일본 사람들 호텔 이름을 들었으니 호텔까지 같으리라 보지만 영 찝찝했습니다. 내가 나쁜 일을 한건 아닌데, 택시 운전사에게 미안했습니다.
네팔에서 물가를 알려면, 호텔 종업원이나 로컬 사람에게 물어보면 됩니다. 약간의 바가지는 (관광지는 어디나 그런 경향이 있으니까) 애교로 봐주세요. 가끔은 터무니없는 가격을 부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는 백배, 오백 배도 들은 적도 있습니다. 그래도 사고 싶으면 사지만, 안사면 됩니다. 예를 들어 캐시미어나 퍼슈미나 숄을 사러 가면 어느 정도 품질을 알고 있으면 많이 속이지 못합니다. 그런데 전혀 구분을 못하면, 좋은 걸 제대로 못 삽니다. 가게에 들어가면 어디서 왔느냐고 물어봅니다. 일본에서 왔다면 고급품, 비싼 걸 내놓습니다. 한국 사람이라니까, 가격대가 저렴한 걸 내놓더군요. 한국 사람들은 많이 깎는 걸 알고 있나 봅니다.
저는 이번에 쇼핑을 별로 안 했습니다. 사고 싶은 게 없어서요. 야크 울을 카트만두에서 좀 사고, 쓰기 편한 스카프를 넉 장 샀습니다. 점원이 비스코스를 실크라고 하길래, 이 건 비스코스라고 했더니, 품질을 아네 그러면서 품질에 대해서는 더 이상 속이지 못하더라고요.
이 번 여행에서 저는 길동무들을 잘 만났습니다. 인정있는 한국 젊은 친구들을 비롯해 좋은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죽지 말라던 독일 스님이 있었고, 다시 돌아오라던 한국 절 주지스님이 계셨습니다. 제가 당분간 살아있어야 할 이유입니다.
네팔은 매력적인 곳이지만, 슬픈 곳이기도 해서 다시 가고 싶은 생각이 없습니다.
그러나 룸비니는 저에게 특별한 곳이어서 다시 가고 싶습니다.
새해에도 어디론가 여행을 하겠지요.
마치 해가 지고 다시 뜨는 것처럼.
아래 사진은 오스트라리안 캠프에서 해돋이를 찍은 사진입니다. 시간 경과에 따라 표정이 다릅니다.
'여행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미수와 1 (0) | 2020.01.16 |
---|---|
광주 (2) | 2019.12.30 |
네팔여행 5- In Pokhara 1 (0) | 2019.12.30 |
네팔 여행 4- In Lumbini Part 3(한국 절에서 만난 사람들) (0) | 2019.12.30 |
네팔 여행 3- In Lumbini Part 2(명상 센터) (0) | 2019.12.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