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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

후배 이야기

2013/02/04 후배 이야기

 

오늘도 동경은 춥지만 맑은 날씨였다.

일기예보에 의하면 수요일은 기온이 뚝 떨어지고 눈이 온다고 한다. 다음날은 평년기온으로… 눈은 안와도 좋은데…

 

어젯밤에 책을 늦게까지 책을 읽었다의학 미스테리 책을 읽기 시작해서 끝까지 읽느라고 잠을 못잤다그 전에 어제 헌책방에서 사 온 강상중선생이 쓴 ‘재일’을 침대에서 읽기 시작했더니눈물이 좔좔 흐른다이 책은 자기전에 읽으면 위험한 책이다눈물이 좔좔 흐르면 이튿날 몸이 팅팅 붓는다읽고 싶은 걸 참고 의학 미스테리 책을 읽기 시작했더니의외로 재미있어서 완독을 하느라고 잠을 못잤다침실에는 난방을 안해서 목욕을 한 뒤에 책을 오래 읽으면 어깨가 시리다그래서 잠옷위에 다운 패딩 베스트를 입으니 어깨가 안시리고 언제까지나 책을 읽을 수 있다.

 

위 사진 요새 읽은 책들, 두번째 사진, 강상중선생이 가슴을 쓴 '재일' 눈물없이 못 읽는다.

 

아래 사진 오늘 빌려온 '어머니강상중선생이 학자로서가 아니라, 막내아들로서 돌아가신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가슴으로, 사랑하는 마음으로 어머니에 관해 쓴 사모곡이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위험한 책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다시 눈물이 좔좔 흐른다이건 아침에 읽는 책으로도 위험하다아침부터 눈물을 펑펑 흘리면 몸도 뻣뻣해지고 머리가 몽롱하며목소리도 이상해진다학교에 전화할 일이 있었는 데아침부터 이상한 목소리를 내면 수상한 사람이 될거라시간이 지나길 기다려서 전화를 했다머리로 피가 쏠렸는지몸이 너무 굳어져서 아침에 하는 스트레칭을 안했다학교 도서관에 가려고 아침을 많이 먹었다이번에는 배로만 피가 쏠렸는지 무게 중심이 이상해졌다채점 자료를 가방에 쑤셔넣어 짊어지고무거운 배로 앞뒤로 무게 중심을 잡으며 학교로 갔다아침부터 울어제꼈으니 눈도 잘 안보이고 꼬락서니가 영 수상하다오늘만은 아는 사람과 마주치고 싶지 않다도서관 사람들이야내 꼬락서니에 주목을 안하니까…

이층 입구에서 항상 사용하는 사층으로 올라가려는 데뒤에서 “선배” 그러고 부른다챙피해왜 오늘 같은 날 이런 꼬락서니를 하고 있을 때만나냐고… 후배가 또 이상하다후배가 거두절미 본론으로 들어간다.  
제가 전에 사귀던 여친이 결혼한다고 해서 마음이 복잡해요” 
그 말을 듣고 내가 무슨 말을 하냐고… 내가 어제 헌책방에서 강상중선생 책을 ‘재일이라는 걸 샀거든그래서 잠자기 전에 읽으려니까마구 눈물이 쏟아져서 안되겠더라고오늘 아침에 읽으려니까또 눈물의 홍수가 되는 거야그래서 오늘 내가 좀 이상하지요전날 머리를 잘랐는데아직 정리를 못했거든. 이상하지? 아는 사람을 만나고 싶지 않았는데딱 걸렸네… 완전동문서답이다후배야어떻게 내 얼굴을 보자마자 스트라이크로 볼을 던지냐고…  후배 눈에는 내 꼬락서니가 전혀 보이질 않는 모양이다
제가요작년 12월에 그전에 사귀던 여친이 결혼한다는 연락을 받고이생각 저생각을 했어요”.
안되겠다여기서 말을 하면 다른 사람들에게 방해가 되니까 밖에 나가서 말을 하자고후배와 둘이서 도서관 앞에 양지바른 곳에 앉아서 말을 하기 시작했다얼마나 허둥거렸는지 나는 짐을 등에 계속 메고 있었다
근데너 파트너가 있고 행복하게 지내는 거 아니니그 전에 사귀던 여친이 결혼한다니섭섭하다는 심정은 뭐냐정리가 안된거야아니면그사람과 앞으로 다른 전개가 있길 바란거니나는 내가 만났던 사람이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아주는 게심정적으로 편하지잘 못산다면내가 해줄 것도 없어도 신경이 쓰이잖아
그러게 말이에요지금 파트너와 전혀 문제가 없고요그전 여친과 다른 전개도 없어요우리가 헤어진게 내가 미숙해서 헤어졌거든요만약 내가 그렇지 않았다면둘이 잘살았을 것 같아서 아쉬운 마음이 있는 것 같아요이건 논리적이고 뭐고 그런게 아니예요그냥마음이 그렇다는 거죠”. “그친구가 중학 때부터 알던 친구였는데사귄건 대학원생대학원이 끝나고였거든요” 
그러니까 단순히 연애만 하다 헤어진 사이도 아니네그냥 연애만 했던 사이면 헤어지고 다시 안보면 되는 데중학 때부터 친구였다면 같이 어른이 되었을 거고 단순하지 않겠다시간도 길고이것 저것 생각하겠네...
글쎄말이에요제 인생에 긴시간 동안 이일 저일 많았고중요한 부분이기도 해서 그런가 봐요.” 
글쎄인생이라는 게 드라마가 아니니까어떤 결말이 좋은 건지 모르잖아자기네 사랑이 성취된게 좋은 건지헤어진게 좋은 건지그러면서 사는 것 같아
제가 마흔이 넘었잖아요그래도 이렇게 흔들리고 고민 하는 거 보면언제 성숙해지죠? “ 
그렇게 흔들리고 고민할게 있다는 거 아니겠어나이가 아닌것 같아내가 어젯밤도 오늘 아침도 책을 읽고 울었다고 했잖아근데어떤 책을 읽고 왜 울게 되는지, 나이를 먹어도 모를것 같아내몸 어디에 어떤 '지뢰'가 묻혀 있는지 모르잖아어쩌다가 '지뢰'가 폭발해서 감정을 주체 못해서 울고 그러지… 

이거 중년 대학선생들의 대화다청춘남녀와 그다지 다르지 않을 지도 모른다그렇다고 해서 세상에 부끄러울 ‘바람을 피운다’거 ‘불륜’ 이런 거 아니다그냥마음이 이렇게 저렇게 움직였고, 고민과 생각을 했었다는 거다… 둘이서 두 시간이 눈깜짝 할 사이에 지나갈 만큼 말을 했다후배가 아주 편한 얼굴이 된다마치 나를 만나 수다를 떨어서 뭔가가 ‘해결이 된 것처럼...

나는 당연히 일을 많이 못했다. 책을 한 권 읽고, 두 권을 빌리고, 리포트는 읽어서 채점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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