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5/26 마녀들의 대화
오늘 동경은 기온은 낮았지만, 아침부터 흐렸다가 오후 늦게 햇빛이 났다.
오후 가까운 학교도서관에 갔다가 볼 일을 못보고 그냥 왔다. 도서관 직원이 있으면서도 시간이 지났다고 도서관 카드 갱신하지 못했다. 그 걸 보면서 정말 화가 났다. 안내 카운터 사람이 도서관 직원이 없다는 데, 뻔히 눈 앞에 보이는 것이였다. 내가 졸업한 학교지만, 갈수록 서비스가 나빠져간다. 산속에 있는 대학에 토요일에 일부러 갔는 데, 너무나 성의 없는 대응이었다. 이 대학에 남은 정도 없지만, 도서관이 좋아서 이용하는 것뿐이다. 도서관에 가는 데, 도보로 편도 45분이 걸린다. 돌아오는 길에 헌책방에 들러서 수업자료로 쓸 잡지를 한 권 샀다.
지난 수요일에 수업을 마치고 오랜만에 친구를 만났다. 내가 서류를 받을 게 있어서 긴자에서 일이 끝난다기에 만나러 갔다. 워낙 시내를 안나가는 사람이라, 긴자도 작년인가 엄마친구 음악회에 간 후로 처음이다. 일년에 한 번 정도나 갈까… 특별한 일이 없으면 갈 일이 없다. 평일 날 긴자의 모습은 좀 달랐다. 주말에는 관광객들이 많아 평소 모습과는 달라서 낯설다.
친구는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 문제가 발생해서 고민하는 중이었다. 어쩌다가 나는 그 내용을 듣고 분석과 진단을 해서 처방전을 내린다. 친구는 대학원 교수로 경영전략이 전문이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여자이기 때문에 힘든 상황에 처해있다. 그 걸 마녀사냥이라고, 처형을 당할 형편이란다. 중견 마녀인 나로서는 마녀가 마녀사냥이나, 처형을 당한다는 건 당연한 코스라서 새로울 게 없다. 마녀 세계에 입성을 환영한다고 할까. 친구는 억울하다고 하소연을 하지만, 여자가 남자들 세계에서 일을 하며 살아남아있다는 자체가 벌써 마녀급인 것이다. 마녀사냥을 당하거나, 처형을 당함으로 정식으로 마녀가 된다. 물론, 그런 일을 피해 가는 무서운 마녀들도 있다. 나는 무서운 마녀와 사는 세계가 달라서 친구 마녀 중에 무서운 마녀가 없다. 무서운 마녀는 나에게도 무서우니까, 가까이 가질 않는다. 마녀들 세계에서는 사냥이나, 처형도 캐리어에 속한다. 그 걸 초보 마녀는 몰랐던 모양이다. 아니 마녀라는 자각이 없었던 것이다. 우선은 마녀라고 불리는 게, 전혀 이상한 것이 아니라, 당신이 마녀로서 자각이 없었다는 걸 인지시켰다. 마녀로서 자각을 가지고 자신의 정체성을 받아들여야 험난한 길을 가는 데 편하다. 마녀 인생이니까, 편할 리가 없는 것이다.
다음은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 발생한 문제를 진단한다. 항상 문제는 생긴다. 그 문제가 병리적인 것인지, 생겨야 할 문제인지가 문제다. 지금 문제는 내가 보기에 변화의 과정에 필연적인 것이다. 초보 마녀는 중견 마녀인 나를 거의 점쟁이나 무당 수준으로 본다. 나는 문제를 듣고 상황을 읽어내고 앞으로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풀어나간다. 점심을 먹고 자리를 옮겨서 커피를 마시면서 상담은 계속된다. 프로젝트에 관한 상담은 끝나고 어느새 인생 상담으로 화제가 바뀌었다. 너무 일에 만 몰두하지 말고 취미를 가지라고, 마녀 특유의 엄청난 에너지와 스피드로 일에 몰두하면 그만큼 후폭풍이 오는 법인 것이다. 적당히 조절을 하지 않으면 본인도 주위도 힘들다. 젊었을 때, 춤추는 걸 좋아했던 친구라, 새로운 춤을 배우러 다니든지, 뭔가 취미활동이 필요하다. 모성애가 엄청나게 강한 사람이 아이가 없으니, 입양을 하거나, 아이를 입양하지 않는다면, 강아지라도 키우라고 했다. 제발 그 엄청난 모성애라는 폭풍 같은 애정을 주위 사람에게 쏟지 말라고, 자신도 상처를 받고 주위 사람도 무서우니까… 친구는 납득을 한다.
백화점에 들러서 친구가 부채를 선물로 사줬다. 자기 엄마 것도 사면서, 내 것도 샀다. 오랜만에 백화점에 가서 가격을 봤더니, 장난이 아니다. 교토에서 만든 것이라는 데, 6천엔, 8천엔, 만 엔이 보통이다. 뭐, 종이에 실크를 붙였다나, 나는 큰 걸 갖고 싶어서 남성용을 샀다. 친구는 복채랄까, 상담료로 점심과 커피, 부채를 사준 것이다.
상담을 하고 왔더니 너무 피곤했다. 결국 이튿날 일어나질 못했다. 수업에 지각을 할 것 같아 학교에 택시를 타고 갔다. 택시비로 거금을 날렸다는 것이다. 이런 걸 멍청한 마녀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