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2/09 캔버라에서 웰컴 파티
지난 일요일에 나리네 집에서 웰컴 파티가 있었다.
내가 왔다고 같이 살고 있는 나리가 다른 친구들을 초대해서 저녁을 먹었다. 저녁이라고 해도 늦은 점심 겸 저녁이다. 오랜만에 만난, 처음 만난 네 여자가 몇시간을 쉴세없이 떠든 성대한 저녁이었다.
나리는 전날 밤 늦게까지 음식을 혼자서 만들었다. 내가 돕겠다고 하니까 날씨가 더우니까 미리 만들었다가 차겁게 해서 먹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뒷날은 좀 쌀쌀했다.
호주에서 저녁을 초대해도, 기본적으로 캐주얼하게 한다. 물론 그 건 사람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정식으로 딱딱하지 않은게 좋다고 생각한다. 비록, 정식이라도 딱딱하지 않고 릴랙스한 걸 좋게 여긴다.
그래도 일요일 저녁은 소박하지만 정식처럼 테이블 세팅을 했다. 사진보다 칵테일 글라스 하나가 더 추가 되었다. 이처럼 정식이였던건 아마도 나리가 다른 친구들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였으리라 본다.
그 날 모였던 네 여자를 보자.
내가 한국/제주도여자이자, 일본에서 20년 넘게 살았다.
나리는 나보다 나이가 조금 위이다. 아프리카계 남성과 결혼해서 애가 둘, 이혼했다. 애를 키우면서 공부해서 지금은 정부기관에서 일한다. 이 나라에서 정부기관에서 일을 한다는 건 아주 우수하다는 뜻이다. 손자가 있는 할머니이기도 하다. 그리고 자기 어머니 때부터 대를 이어, 환경보호나 마이노리티, 사회운동에 적극적인 사회주의자이기도 하다.
엘바는 어렸을 때 자기나라에서 혁명을 돕다가 난민이 된 남미출신이다. 작년에 나도 칠레에 같이 갈 예정이었는 데 못갔다. 엘바는 학교교육은 별로 못받았지만, 강한 호기심과 탐구심으로 항상공부를 해서 이나라 최고학부를 나온 사람보다 말빨이 세다.
그야말로 통뼈 사회주의자이다. 엘바도 결혼했었다. 남편이 술에다 도박을 해서 돈을 집에다 전혀 들여놓지 않아 고생하다가 이혼했다. 아이 네 명이 성장해서 손자가 여덟 명이나 되는 할머니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금도 자신의 일을 한다. 오랜만에 칠레에 가려고 돈을 많이 받는 주말에 일해서 돈을 모았다. 그렇게 고생해서 모은 돈을 이혼한 남편 친척네 집을 고치라고 거금을 다 주고왔다는 ‘바보’같은 사람이기도 하다. 칠리에서 가져온 술 한병과 프루츠 샐러드를 만들어 왔다.
또 한 사람은 뉴기니아 출신인데 나리와는 20년 정도 알고 지낸단다. 이 사람도 일을 하고있다. 무슨 일을 하는지는 정확하게 모르겠다. 다른 사람들과 생각이 비슷하고 씩씩한 교육을 많이 받은 지성적인사람인걸 알수 있었다. 와인을 한 병 가지고 왔다.
엘바가 칠레에서 가져온 술로 칵테일을 만들어 줬다. 내것도 있으니까 일본 갈 때 가져가라고 한다. 엘바는 내가 일본에 갈 때 가져갈 걸 챙겨둔다. 지난 번에도 딸기를 많이 사다가 쨈을 만들어 주었다. 좋은 꿀도 사다가 가져가라고 해서 무거워서 혼났다.
그래도 가져갔다. 여기 사람들은 인정이 있다. 물론 누구나 그런건 아니다. 아주 가끔 그런 사람이 있다. 재미있는 건 이민들끼리가 더 가깝고 서로 도운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이 나라는 이민들이 많아서 서로가 배우는 것도 참 많다.
나는 이 친구들을 통해서 살아가는것, 나이를 먹어가는 것을 배우고 있다.
아주 아주 좋은 웰컴 파티였다. 고마워 나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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