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3/07 선데이 어셈블리
오늘도 캔버라 날씨가 좋다.
요새 날씨가 가을로 접어드는 낌세가 보인다. 캔버라는 가을이 가장 아름다운 것 같은 데... 나는 캔버라에서 시드니로 향한다. 짧은 생활이라도 아는 사람이 생기고, 전에 알던 사람들도 있어서 가기 전에 얼굴을 보려니 갑자기 바빠졌다. 어제도 오후에 만 세 사람이나 만났다. 마지막은 버스가 끊길까 봐 마지막 버스를 타는 순간까지, 버스정류장에 서서 말을 했다. 헤어지기가 아쉬워서다.
어제는 그동안에 짜던 마리아의 베스트도 완성했다. 일을 하나씩 마치니 마음이 홀가분하다. 오늘도 오후에 그동안 보던 사람을 보고 시드니에 간다는 인사를 해야지, 그리고 마지막 시간을 좋게 마무리하려고... 오늘은 킴스에 가서 맛있는 멜론을 사고 새송이 버섯을 사서 맛있게 먹어야지. 내일은 뜨개질하는 사람들 모임이 있다고 해서 좀 멀리까지 가려고 했더니, 너무 불편하다. 나중에 아는 사람에게 전화를 해보고서 결정해야지. 시드니에도 모임이 있는 것 같으니까...
친한 친구와 제대로 만나질 못해서, 시드니에 갈 시간을 확정하지 못했다. 오후에 전화를 해서 약속을 잡던지, 아니면 그냥 시드니로 가던지 정해야지.
이번에 캔버라에서 본 모임을 소개하기로 하자.
이 모임은 지난 2월 16일에 있었던 것이다. 한 달에 한 번 모임이 있다고 한다. 명침은 Sunday Assembly라고, 2013년 런던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각 지역에서 생기고 있는 모양으로 캔버라는 세 번째 모임이라고 했다. West Bank Festival에 같이 해서 모임의 주제가 Creativity였다. 내 작품을 전시한 곳에서 열려서 나는 보게 된 것이다. 사람들이 모임이 종교가 중심이 아니라, 사람들 Community가 중심이란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는 교회와 아주 비슷하다. 사람들이 올 적에 케이크이나, 뭔가를 가져오는 것도 교회와 아주 비슷하다.
그날 모임은 사회자가 진행을 했다. 같은 Community에서 교사이자, 시인이 나와서 창작 활동에 대해서 스피치를 한다. 젊은 여성도 나와서 시를 낭독을 했다. 음악은 멜버른에서 왔다는 가족들이 연주를 했다. 아이들도 와서 아이들이 뭔가를 만들고, 색칠놀이도 했다. 그 걸 돕는 사람들이 있고, 회장에는 사람들이 가득 찼다. 캐주얼하지만 열기가 있고 모임이 끝나서 차를 마시고 케이크를 먹고 수다를 떤다. 그전에 약간 춤도 췄던 것 같다. 교회와 아주 비슷한 데, 중심에 신이 있는 게 아니라, 사람과 사람에 관한 것이 다르다.
교회에 출석하는 사람이 줄고, 신앙생활을 중심으로 살지 않아도 여전히 교회가 가졌던 기능이 필요하다. 생활이 바빠져서 주위 사람들과 사귈 시간이 없어도 사람이 살아가는 지라, 동네, Community가 필요하다. 어떤 식으로 엮이는 것이 좋은지, 또 하나의 대안이 아닐까 싶다. 내가 동경에서도 생겼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나보고 하라고 한다. 내가 나서서 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동경에도 뭔가 다른 방식의 Community를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다는 걸 안다. 배타적이 아닌 좀 더 수용적인 Community를 만들어 가야 한다.
일본에서는 마을, 동네를 무라(村)이라고 한다. 일본의 인간관계를 무라 샤카이(村사회)라고 표현한다. 근본적으로 무라는 배타적이며, 공동체의 룰을 어기면, 벌을 받는다. 어디로 도망갈 데가 없다. 굳이 도망갈 수 있다면, 이 세상을 떠나는 것이다. 지금도 그런 것들이 기능해서 인간을 옭아맨다. 무엇보다도 무라라는 공동체가 무섭다. 개인이 의사대로 살아갈 여지가 아주 좁다.
캔버라의 인간관계는 일본의 무라처럼, 거주지역을 기준으로 엮이는 것이 아니라, 사는 동네가 떨어져 있어도 가깝게 지내는 사람이 가깝다고 여긴다. 지역이 아니라, 사람중심인 것이다. 그러나, 가까이에 사는 사람들과도 어느 정도의 관계를 유지하지 않으면 골치가 아프다. 친구가 될 필요는 없지만 말이다.
이런 모임을 통해서 교회의 대안이 되는 Community를 만들어 가는 과정인 것 같다. 과정이 중요하고, 항상 과정인 것이기도 하다. 인사를 하고, 음악을 듣고, 노래하고 춤을 추고 특정한 테마에 관해서 생각을 공유하면서 나누고, 즐겁게, 다른 Community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 참여를 한다.
시드니에 살면서 동네 교회(Community Church)에 나갔었다. 여기서도 뜨개질 교실이 열리는 교회에 가니까, 일요일 예배에 가는 것은 아니지만, 교회에 간다. 교회에서 동네일을 아주 많이 한다. 어린이집을 비롯해서, 장애자를 돌보고, 영어교실과 동네 사람들이 모이는 교실을 운영한다. 장례식도 음악회도 하고 다양한 활동을 한다. 호주에서 비록 일요일 교회에 출석하는 신자수가 적어도 교회가 가진 힘은 아주 강하다. 정치적이나, 문화적으로도 부정할 수가 없다. 그러나 사람들은 점차 교회에서 멀어져 간다.
그런 사이에 있는 모임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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