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3/21 눈부신 햇살
오늘 동경은 겨울 날씨지만 따뜻했다.
어제와 그저께, 특히 그저께는 아침에 일어나니 뜨거운 열기가 훅하고 올라왔다. 그 전날 밤에 비바람이 쳐서 그 뜨거운 열기가 갑작스러웠다. 봄을 건너 뛰어 여름이 왔다. 너무 갑작스럽다. 아직 봄도 제대로 오지 않았는데… 기온을 보니 최고기온이 25도라고, 여름날씨다. 베란다를 씻고 여름을 맞을 준비를 했다. 그래도 지금부터 이렇게 더워진다면, 진짜 여름은 어떻게 된다는 것인가. 날씨가 미쳤나 보다. 어제는 조금 가라앉아서 최고기온이 19도였다. 어제 저녁 산책 할 때 봤더니, 일부 성질이 급한 벚꽃이 활짝 피고 말았다. 하루사이에 벚꽃이 확 피고 말았다. 공원에는 벚꽃만이 아니라 각종 꽃들이 일제히 피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상하다. 날씨가 급하게 변하는 바람에, 갑자기 기온이 겨울에서 여름으로 오가는 바람에, 꽃들도 꽃을 피우는 센서가 고장이 났는지, 아니면 오작동을 한 건지 어쨌든 갖가지 꽃들이 피어 버렸다.
꽃이 많이 피었다고 다 좋은 게 아니다.
꽃에도 피는 때와 차례가 있는 법, 겨울에서 봄이 되면서 먼저 피는 꽃과 나중에 피는 꽃이 있는데, 차례가 뒤범벅이 되어 버렸다. 마저 피지못했던 동백도 서둘러 꽃을 피우는 데, 동백은 꽃이 커서 기온이 올랐다고 벚꽃처럼 하루 이틀에 확 필 수가 없다. 그래서 매화와 수선, 동백과 벚꽃, 개나리와 유채꽃, 그외 다른 꽃들이 한꺼번에 같이 피어 있다. 꽃들이 핀 것도 세상이 뒤숭숭한 것처럼, 아주 뒤죽박죽이다. 벚꽃도 다른 꽃들이 피지 않았을 때, 홀연히 피는 것이라 아름답거늘… 그런 시간을 주지 않는다. 날씨가 미친 듯이 널뛰듯 겨울과 여름을 왔다 갔다 하더니 자연도 그 영향을 받아 꽃들이 미친 듯 피어버린 것이다. 그걸 보는 사람들도 뒤숭숭하지 않을까? 철석같이 믿었던 자연이 이렇게도 갑자기 변한다는 걸 알려준다. 어쩌라고...
나도 어제와 그저께는 반소매에 반바지를 입고 지냈다. 오늘은 얌전히 긴소매와 긴바지를 입었다. 기온의 변화가 심하면 감기에 걸리기 쉽다. 요전에도 목이 부어와서 일찌감치 약을 먹었다.
나에게 반가운 뉴스가 있다. 드디어, 봄이 왔다는 것이다. 그 봄이라는 것은 인간관계를 가르키는 것이 아니다. 외벽공사가 끝난 앞쪽 베란다에 쳐있던 장막이 걷혔다. 오늘 아침에 장막이 걷혔다. 눈부신 햇살이 쏟아진다. 정말로 햇살이 눈부시게 쏟아진다. 그걸 새삼스럽게 바라봤다. 장막이 이중으로 쳐진 속에서 생활을 하다 보니 그게 단 두 달 사이였다고 해도 답답해서 미칠 것 같더니 어느새 ‘익숙’해져 버린 것이다. 형무소에 갇힌 것처럼 답답해서 팔딱팔딱 뛰더니, 비정상적인 상황을 받아들인 것이다. 인간이 이렇게 단순하다.
그러나, 장막이 걷혀서 정상적인 햇살을 바라보니, 눈부시기 그지없다. 아니 눈부셔서 바로 보기가 거북하다. 내 자신도 마음이 쭈글어져 이제 햇살을 보는 게 떳떳지 못한 기분이었다. 햇빛조차 보기에 부끄럽다니… 뭔 죄를 졌는지... 단지, 햇살이 돌아왔을 뿐인데도 고맙기 그지없다. 조그만 자유, 거침없이 빛나는 햇살을 바라보고, 햇살이 내 방을 비추는 걸 즐길 자유가 돌아왔다. 아직 창살 같은 것이 남아있다. 내일은 이것도 철거가 될 것이다. 그러면, 벚꽃이 피는 걸 아무런 장애 없이 볼 수 있다. 정말로 마음속으로 간절히 바랐다. 벚꽃이 피기 전에 공사가 끝나서 장막이 걷히고 공사 발판이 철거되기를 바랐다. 올해 벚꽃은 성급히 피기 시작했지만, 다행히도 창밖에 벚꽃이 피기 전에 눈앞이 환하게 걷힐 것 같다. 신난다.
단지 안에 있는 동백꽃을 찍었다. 동백꽃도 종류가 아주 다양하다는 것을 새롭게 알았다. 꽃 모양이 좀 다르다. 꽃봉오리를 보면 꽃이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