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3/27 벚꽃소식 1
오늘도 동경은 하루 종일 비가 오고 추운 날씨다..
오늘은 집에서 지내다 보니, 좀 추워서 아까 최고기온을 확인했더니 세상에 7도란다. 이건 겨울 날씨보다 추운 거다. 아마 최저기온이 겨울처럼 낮지 않아서 추위를 덜 느끼고 있었을 뿐이다.
요새는 집에만 있어도 추리닝 같은 무한대로 늘어나는 옷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한정적으로 늘어나는 청바지나 면바지를 입는다. 필드웍에 갔을 때, 집에서도 안 입던 추리닝을 가지고 가서 입다가 몸이 인간계를 이탈했기 때문에 몸에게 보통 바지를 입혀서 인간계에 복귀해야 함을 주지 시키고 있다. 물론, 배 언저리는 살들이 마구 미어져 나온다. 바지도 괴롭다고 아우성을 치는 것 같다. 그러나 나는 가볍게 무시하기로 했다. 아직, 사회생활을 하는 처지다. 그것도 학생들 앞에 서야 하는 입장이라, 피부관리는 못해도, 학생들에게 심히 고통스러운 시각적 효과는 주지 말아야지. 솔직히 말해서 몸이 불어나 옷을 새로 사야 한다면, 경제적 손실이 아주 크며 옷을 사는 것도 귀찮다. 몸을 인간계로 돌려놓는 게 가장 간단하며 여러모로 바람직하다. 그래서 매일 산책을 하려고 신경을 쓴다. 오늘처럼 비가 오고 추우면 산책을 하는 게 여의치 않아 인간계 복귀 계획에 차질이 온다.
어제 아침에 그저께 학교에서 만난 한국 유학생이 알려준 전화번호에 전화를 걸었다. 우선은 일본 휴대폰에 거는 것처럼 걸었더니, 사용하지 않는 번호라는 안내가 나온다. 없는 번호다. 한국 휴대폰에 하는 것처럼, 국가번호를 앞에 넣고 전화를 두 번 걸었다. 안 받는다. 포기했다. 전화번호를 알려줬고 집도 알려줬으니 필요하면 연락을 하겠지. 벚꽃이 예쁘게 피어 있는 곳으로 안내하려고 전화를 했는 데…
어제 오전에 근처에서 벚꽃이 예쁘게 피어있는 곳, 좀 멀리까지 산책하러 나갔다. 지난 주말 날씨가 따뜻해서 사람이 많을 거라 피하고 평일날 간 거다. 어제도 날씨가 좀 쌀쌀했다. 그래서 벚꽃놀이하는 사람들이 적을 줄 알았더니, 의외로 사람들이 많았다. 먼저 옛날에 갔던 빵집에 들러서 얼마나 기가 막히게 변했는지 확인을 했다. 빵집이 정말 죽었다. 이 빵집은 잊어야지. 돌아오는 길에 벚꽃이 예쁘게 피어있는 공원을 걸었다. 공원이 서로 연결되어 있어 꽤 크다. 올해 동경은 벚꽃이 평년보다 열흘 이상이나 일찍 피었다. 날씨가 갑자기 여름 날씨가 되었기 때문이다. 3월은 아직 겨울인데, 중순에 벚꽃이 피어 당황했다. 어제 가까운 곳에 벚꽃을 보니 7부에서 8부 정도 피었다. 날씨가 갑자기 더워지지 않으면 요 근방은 이번 주말이 벚꽃놀이 피크일 것 같다. 동경시내는 여기보다 따뜻해서 일찍 만개했으면 벌써 지고 있을 거다. 벚꽃은 질 때가 예쁘다. 꽃잎이 눈발처럼 날릴 때, 꽃잎이 눈처럼 쌓여있을 때 예쁘다.
벚꽃놀이는 일본의 봄을 알리는 대표적인 큰 행사다. 일기예보에는 벚꽃이 어떻게 될 거라는 예보가 있다. 학교나 회사에 신입생과 신입사원이 들어가는 것도 4월이다. 그래서 벚꽃놀이는 학교에서 신입생 환영회가 되고 회사에서도 신입사원 환영회를 겸하며, 우에노 공원처럼 유명한 곳은 며칠 전부터 명당자리를 확보해 밤에는 거기서 사람이 자면서 자리를 지켰다. 그런데, 3월 중순에 꽃이 피었으니 여러 가지 행사에도 차질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 다행인 것은 꽃이 피고 날씨가 쌀쌀하다는 것이다. 이러면 꽃이 활짝 피기 전이라, 벚꽃이 좀 오래간다. 이대로면 이번 주말까지 갈 것이다..
그런데, 내방 창문 앞 벚꽃은 올해 영 이상하다. 여기가 기온이 낮아서 꽃이 반 정도 피었다. 반 정도는 아예 꽃이 필 낌새조차 없다. 2년 전쯤에 벚꽃나무 가지를 왕창,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왕창 잘라내서 꽃나무를 볼품없이 만들더니, 올해는 꽃이 필 낌새도 없다는 것이다. 자세히 보니 꽃이 핀 것은 3분의 1 정도다. 나무가 볼품없어진 데, 꽃도 안 핀다면, 꽃이 안 피는 나뭇가지가 죽었다는 건가? 죽지 마, 나하고 같이 살고 있잖아, 너 죽으면 내가 속상하니까, 죽지 말고 살아주길 바라… 벚꽃나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