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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야기

불친절한 중국 여행기 25-항주 서호 4

 

2018/03/21 불친절한 중국 여행기 25-항주 서호 4

 

불친절한 중국 여행기를 계속한다.

항주에 가서는 도착한 첫날 저녁에 서호를 산책하고 저녁을 먹고 잠을 잤다. 다음날부터 감기몸살에 꼼짝도 못 하고 아파서 누워 있었다. 이틀째 되는 날 천진에서 건축회사에 다닌다는 아가씨 두 명 중 한 명이 영어를 한다. 한명이 약을 사러 가자고 하면서 같이 자전거를 타고 약을 사러 나섰다. 몸이 아파서 정신이 얼떨떨했지만 같이 나서기로 했다. 휴대폰으로 내가 탈 자전거도 챙겨줘서 그 아가씨를 따라서 큰 길가를 자전거로 나갔다. 중국에서 잘 쓴다는 과립으로 된 감기약을 사고 만두를 사서 돌아왔다. 만두를 먹고 다음은 약을 먹었더니 너무 졸리다. 다음은 만두를 먹고 약을 먹고 자기를 거듭해서 꼬박 3일 이상 그렇게 지낸 것 같다. 천진에서 온 아가씨네는 주말에 여행을 온 것이라, 천진으로 돌아갔다. 내가 아파서 누워있는 동안 같은 방에서 지내는 사람들이 나를 관찰했는지, 같은 방에 머무는 사람들이 빠짐없이 젊은 취준생도 나를 챙겨준다. 자기가 산 먹을 것도 나눠주고 말이 통하지 않지만 적극적으로 나를 챙긴다.

 

내가 머물고 있는 숙소 계열에서 일하는 여성도 자신의 말을 한다. 영어를 잘 못해도 의사소통을 했다. 젊었을 때도 일을 하지 않다가 결혼해서 아들을 키우고 처음으로 고향을 떠나 일을 한단다. 아는 사람의 소개로 숙소에서 일을 배우며 하고 있단다. 내가 하는 일에도 관심을 가지고 자기가 아는 사람을 소개하려고 힘을 써줬다. 쉬는 날에는 내가 매일 가던 음식점에 가서 저녁을 사줬다. 내가 사겠다고 했더니 자신이 낸다고 했다. 같은 방에 묵었던 다른 사람들도 나이 먹은 내가 혼자서 여행하는 걸 보고 배울 점이 많았다고 한다. 그때는 사드 배치 문제로 중국과의 관계가 흉흉했던 시기라서 중국에서 한국으로 단체여행도 금지했지만 한국에서 중국에 가는 것도 캔슬을 하던 시기였다. 내가 아는 친구들도 한국사람이라고 중국에서 험한 일을 당하지 않을까, 걱정하던 시기였다. 내가 뭐라고 배울 점이 많았는지, 배우는 사람은 어디서나 무엇에서나 배운다는 걸 새삼 느꼈다. 누군가에게 뭔가 배운다는 자세는 '겸손함'이다. 내가 접한 중국사람들을 보면 겸손했다.

 

천진에서 온 건축회사에 다닌다던 아가씨도 항주가 좋아서 항주에서 일하고 싶다고 했다. 나를 약국에 데려가 약을 사준 이 아가씨와는 지금도 가끔 연락을 한다.

 

같은 숙소 계열에서 일하는 언니와도 가끔 연락을 한다. 내가 연락을 하면 반가워하면서 자신의 근황을 알려준다. 영어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다면서.......

 

지금까지 중국에 여러 번 갔지만 남쪽에서 길게 머문 것은 처음이다. 동북지방 보다 문화가 섬세하고 세련된 걸 느껴진다. 사람들도 많이 달라서 자신들 문화에 대한 프라이드가 대단하다. 중국사람들은 남의 일에 간섭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전혀 그렇지가 않다. 숙소에서 만난 언니도 잔소리를 하면서 청결과 안전과 위생에 신경을 쓴다. 친구네 집에서 일하는 베비 시터도 외출을 할 때는 나에게 별걸 다 챙기라고 간섭을 하고 잔소리를 했다. 이 사람들이 하는 일에는 꼭 이유가 있다. 줄 선 음식점은 꼭 맛있듯이 결과가 확실하다.

 

내가 머물렀던 숙소 계열로 내가 있던 곳과 서호 반대편에 있다. 그 쪽에는 옛날부터 서호를 감상하기에 좋은 곳이었나 보다. 내가 있었던 쪽은 새롭게 개발된 쪽이었다. 항주를 떠나는 날 아침에 서호를 걷고 언니가 일하는 곳에 가서 사진을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