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4/10 흐린 날 벚꽃 1
오늘 동경은 비가 오다가 그치길 반복하는 날씨였다. 며칠 사이에 주변에 벚꽃이 활짝 피었다. 처음 사진은 베란다에서 본 벚꽃이다. 비가 오는 중에 찍어서 어둡다. 건너편에 나무에도 새순이 나서 노르스름한 색과 연두색이 은은히 빛을 발하고 있다. 다행이다, 벚꽃을 볼 수가 있겠다.
어젯밤에 서울에서 돌아와 늦게 자서 일어났더니 비가 오고 있었다. 먹을 것이 없어서 식량을 조달해야 한다. 비가 와서 우산을 들고 나가면 짐을 들고 올 손이 부족하다. 빗발이 약해지는 걸 기다리다가 점심 때가 되어 나갔다. 쌀을 비롯해서 무거운 것을 사야 해서 배낭에 쇼핑백도 넣어서 갔다. 정말로 오랜만에 식량을 조달하러 갔더니, 비가 와서 그런지 마트에 사람이 적었다. 평소에는 주말이면 사람이 많아서 북적거린다. 쌀과 설탕에 당근, 과일, 양파에 달걀도 스무 개나 샀다. 무거운 것은 배낭에 넣고 양손에도 짐을 들고 언덕을 올라왔다.
비가 살짝 오는 중에 나가면서 카메라를 들고나갔다. 마트에 가는 길에 벚꽃이 어떻게 되었나 보고 싶어서다. 사진을 찍기에는 날씨가 너무 흐렸지만, 비가 오고 있었지만, 사진을 찍었다. 비가 와서 강물이 흙탕물이 되어 철철 넘쳐 흐르고 있었다. 벚꽃은 강으로 흐르는 꽃이 폭포처럼 보인다. 벚꽃나무가 강으로 가지를 뻗어서 그렇게 보인다. 그래도 벚꽃이 활짝 피어서 먹구름이 잔뜩 낀 어둡게 흐린 날임에도 불구하고 벚꽃으로 천연 조명이 은은히 빛을 발하고 있어 밝았다. 천연조명은 벚꽃만이 아니라, 나무에서 새순이 돋아서 연두색이 되기전 노르스름한 색도 조명처럼 빛을 더하고 있어서 밝다.
무거운 걸 메고 들어서 열심히 걸어서 왔다. 집에 와서 물건을 내려놓고 바로 친구네 집에 갔다. 중국에 간 사이에 우편물을 부탁해서 우편물을 가지러 가야 한다. 어제 하네다에 도착해서 친구에게 문자를 했다. 하네다에 도착했는데, 꽃구경을 언제 가겠냐고? 했다. 꽃구경을 가면서 우편물도 찾아오는 것이다. 친구가 문자를 보냈다. 우편물을 찾으러 언제 오느냐고, 빌려간 돈도 갚으라는 것이었다. 나는 인사를 하는 의미로 문자를 했더니, 급한 일도 아닌 걸로 재촉을 받은 것이다. 어제 하네다에 도착했더니 비가 온 후에 더운 날씨라서 습도가 높은 무더운 느낌이 들었다. 갑자기 피로가 몰려오는 날씨인 것이다. 정신이 하나도 없고 피로가 몰려오는 상황에서 그런 문자를 받아서 당황스럽고 짜증이 났다. 미안하다고, 그런데 빌린 돈을 얼마냐고 물었다. 친구가 돈을 빌렸으면 얼마 빌렸는지 메모를 해둬야지, 그 걸 받을 사람이 알려줘야 하냐고, 맞는 말이지만, 사람을 아주 피곤하게 만드는 말투였다.
솔직히 나는 무슨 돈인지, 금방 기억이 나질 않았다. 친구가 2천엔이라고 해서, 2천엔이라면 중국에 가기 전에 갚았다. 혹시, 내가 지금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 있다면, 미안하다, 그러나 확인해서 갚을 테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갚을 것이 있다면, 나가노에서 도예교실에서 만든 것을 받는 송료가 있을지도 모른다. 송료는 세 사람이 같이 부담하기로 한 거라, 금액을 모른다. 친구가 답장이 없다. 돈 받은 걸 잊고 있었던 모양이다.
마트에 가기 전에 오후 몇시가 좋으냐고 문자를 보냈더니, 점심후가 좋단다. 다시 마트에서 나올 때 문자가 왔다. 빨리 오라고, 외출하고 싶은데 나를 기다린단다. 그래서 무거운 짐을 들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 열심히 와서그 길로 친구네 간 것이다. 친구는 분명히 내가 돌아왔는데 자기에게 연락이 없어서 섭섭했던 모양이다. 돌아왔다는 문자는 했고, 나는 그냥 집에서 쉬고 있었다. 급한 일이 아니라, 서두르지 않은 것뿐이다. 친구가 갚으라는 2천엔은 갚았다. 그 때 친구가 완전히 잊고 있었다면서, 멋적스럽게 웃었기 때문에 기억하고 있다. 친구는 미안하다는 말도 없이, 그렇다면 갚았겠지, 내가 그런 걸로 거짓말을 할 사람은 아니니까 라고 한다. 말이 좀 이상하다. 다른 일이 있다.
중국과 한국에서 가져간 걸 줬다. 도예교실에서 내가 만든 것이 배달을 받고 보니 깨져서 산산조각이 났단다. 포장이 제대로 되지 않았던 것이다. 도예교실에 연락을 했더니 사과의 편지와 돈을 돌려줬단다. 친구가 그 말을 하면서 내 눈치를 본다. 그러면서 깨진 조각을 가져가겠냐고, 안 가져간다. 아마 그 물건이 나와 인연이 없었던 것이겠지. 변상을 안해줘도 되는데, 이미 보내온 거니까, 받겠다고. 친구에게는 그런 것이 부담스러웠던 모양이다. 그런 걸 돈 갚으라는 식으로 문자를 보냈다. 짜증이 난다.
나도 돈을 갚으라고 그런 식으로 말을 하지 말라고 했다. 스트레스받았다고, 일주일에 두 번은 보는 사이인데, 빌린 돈을 안 갚을 사람이 아니다. 그런 것을 잘 하지 않으면 불편하다고 했다. 사실이 그렇다. 나는 친구가 너무나 단호하게 단정적인 말을 해서 당황스러웠다. 사실은 전혀 달랐지만, 맞는 말을 한다고 다 좋은 것도 아니다.
친구네 집에서 돌아와 도서관에 책을 반납하러 갔다. 가는 길에 야채를 무인판매 하는 곳에 들러서 무우와 유채나물을 두 단 사서 도서관에 갔다. 책을 반납하고 돌아오는 길에 벚꽃을 찍었다. 하늘이 너무 어두컴컴했지만, 벚꽃은 환하게 피어 있었다.
내일 날씨가 좋으면 벚꽃을 보러 다닐 예정이다. 사진도 찍어서 올릴 것이다. 혹시, 독자 중에 벚꽃소식을 기다리고 있는 분이 계실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