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4/10 벚꽃구경 1
오늘 동경은 아침 날씨가 아주 맑았다. 날씨가 좋아서 할 일이 많은 바쁜 하루가 될 것이다. 빨래와 청소를 하고 침실도 대청소를 하고 매트리스를 말리고 교체했다. 빨래만 해도 세탁기를 세 번이나 돌렸다. 처음에는 이불과 베개를 말리고 시간차를 두면서 빨래를 해서 말려간다. 침실에 매트리스를 세 개 들어내서 말리고 교체하기 위해서 세웠다. 침대 밑에 깔았던 카펫도 걷어서 빨고 나무로 짜인 틀도 걷어서 바람에 쏘였다. 이 일을 하느라고 한시에 외출하기까지 줄곳 쉬지않고 계속 움직였다.
친구가 꽃구경을 가자고 문자가 와서 한 시에 나가기로 했다. 오후가 되면서 맑았던 날씨가 점차 흐려진다. 이불과 베개를 집어넣고 카펫도 뒤적거리며 열심히 말렸다. 세탁기를 세 번이나 돌렸으니 빨래도 많다.
꽃구경은 어디까지나 도보권에서 한다. 친구와 같이 다마센터역을 지나서 공원에 갔다. 천천히 걸어서 20분쯤 걸린다. 거기가 부근에서는 벚꽃의 명소 중 하나다. 부근에 벚꽃이 볼만한 곳은 여러 군데다. 공원에 갔더니, 평일인 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많았다. 날씨가 나빠서 사람들이 꽃구경을 못했기 때문이다. 친구와 후지산이 보이는 곳에 앉아 보온병에 든 따뜻한 홍차에 케익을 먹고 있는데, 고등학생들이 단체로 왔다. 선생들도 몇 명같이 왔다. 꽃구경을 수업의 일환으로 하나보다. 날씨는 흐리고 바람도 살짝 분다. 같은 공원을 작년에도 걸었는데, 올해는 작년보다 벚꽃이 좀 부실했다. 벚꽃나무를 많이 잘라냈기 때문이다. 내 방 앞 베란다에 황홀하게 피었던 벚꽃나무도 사정없이 잘려서, 지금은 그런 시절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흔적조차 없다. 나와 친구도 환경을 정비하는 사람들이 벚꽃나무를 사정없이 잘라내는 걸 이해할 수가 없다. 아파트 뒤쪽 가로수로 심은 벚꽃나무도 많이 잘려서 벚꽃이 아주 빈약해졌다. 일본에서는 벚꽃을 아주 특별시 하는 척하면서 실제로는 함부로 마구 잘라낸다.
공원을 한바퀴 돌고 돌아오는 길에 강가를 산책했다. 이 강가는 집에서 역에 가는 도중, 역에서 가까운 곳에 있다. 친구가 내 눈치를 보고 있어서 왜 이러나 하고 있었다. 어제부터 내 눈치를 보는데, 뭔 일인지 모르겠다. 내가 서울에 가던 날 동료를 집에 초대해서 저녁을 먹었단다. 그 말을 하고 친구는 먼저 집으로 돌아갔다. 요 며칠 친구와 이상한 신경전을 한 이유를 알 것 같다. 친구는 내가 중국에서 돌아와 있을 것 같아 동료를 저녁에 초대했다. 그에 맞춰서 인테리어도 바꿨다. 그 인테리어가 계절과 맞지 않아, 왜 이런 걸 했지? 했던 의문도 풀렸다. 그런데, 나는 서울에 가버렸다. 공통으로 아는 동료와 자기만 저녁을 먹어서 나에게 미안했던 모양이다. 난 신경이 쓰이질 않는데, 괜히 친구가 신경이 쓰여 내 눈치를 보고 있었던 것이다. 아, 좀 귀찮다. 나를 따돌린 것도 아닌데, 괜히 그런다. 내가 없는 사이에 자기네끼리 잘 놀았으면 좋은 거지. 뭐야? 내일 학교에 가면 다른 동료를 만나서 그 말이 나오기 전에 자기가 먼저 말을 한 모양이다. 아이고, 어렵다.
혼자서 홀가분한 마음으로 강가를 걷고 사진을 찍었다. 강가는 작년과 별다름이 없이 좋았다. 단지, 날씨가 흐린 것이 좀 아쉬웠다. 집에 왔더니, 계단 아래서 마주치기 싫은 이웃과 마주쳤다. 그 집 남편이 몇 년에 걸쳐 난리를 펴서 결국 이사까지 하게 만들었다. 그 집 부인이다. 나는 인사나 하고 그냥 지나치고 싶은데, 붙잡고 수다를 떤다. 내용은 잘난 척하는 것 뿐이다. 저렇게 수다를 떨고 뒤에 가서 뭘 할지 모르니, 무섭다. 정말로 상대하고 싶지 않아도 무섭고 싫어서 그냥 그렇게 상대한다. 항상 화려한 차림에 큰 선글라스를 끼고 짙은 화장을 한다. 그래서 눈에 잘 띈다.
집에 와서 침실을 정돈하고 다시 뒤쪽 강가로 벚꽃을 보러 나갔다. 뒤쪽 강은 도서관에 가는 도중에 있는 것이다. 여기도 벚꽃이 만발하고 저 멀리 보이는 산은 눈이 덮인 것처럼 산이 옅은 핑크빛으로 물들었다. 먼저 걸었던 강가 벚꽃에 비해 나무가 젊어서 좀 빈약한 느낌이다. 그리고 먼저 걸었던 강가는 양쪽에서 벚꽃이 강으로 가지가 뻗었는데, 여기는 한쪽 밖에 없다. 사진을 찍지 않았다. 그 길에 있는 중고 책방에도 들렀다. 잡지를 봤지만, 살만한 책이 없었다. 해가 질 무렵에 가까운 시간에 강가에 벚꽃을 보면서 돌아왔다. 올해도 나름 괜찮은 벚꽃구경을 했다.
오늘 찍은 벚꽃 사진을 계속해서 올립니다. 보시는 분에게도 벚꽃구경이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