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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생활

강물과 벚꽃 잎 1

2016/04/11 강물과 벚꽃 잎 1

 

오늘 동경은 맑은 날씨였다. 요새 날씨가 좋으면 주로 하는 것이 빨래다. 오늘도 아침에 욕조에 남은 물로 1차 손빨래를 해서 널었다. 빨래를 널 베란다가 좁아서 빨래를 나눠서 널어야 한다. 아침을 삶은 야채와 계란으로 먹었다. 어제저녁을 부실하게 먹어서 밤에 배가 고팠지만, 그냥 자서 배가 고팠다. 그래서 아침을 든든하게 먹었다. 빨래를 해서 널고 집안일을 하다 보니 어느덧 점심시간이 가까워졌다

꽃구경을 겸해서 도서관에 빌린 책을 반납하고 일도 하려고 준비를 했다. 요새는 하루가 다르게 새싹이 나고 벚꽃 표정이 달라진다. 하루하루가 다르다는 걸 선명하게 느껴지는 계절이다. 계절을 즐기기에 좋은 날씨라서 마음이 바쁘다. 날씨가 좋으니까, 빨래도 해야지 집안 일도 할게 많다. 그러니 바쁘게 움직여서 할 일을 하고 계절을 즐기러 나가야 한다. 점심으로 과자를 좀 먹고 도서관을 향했다. 가까운 농가에 들렀더니 봄동은 다 팔리고 없다. 도서관에 가기 전 교정에 벚꽃이 살짝 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눈발처럼 꽃잎이 날리는 벚꽃나무 아래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빡 세게 책을 읽었다. 가까이서 학생들이 모여 신입생 환영회를 하는 모양으로 소란스럽다. 체크할 원고도 거기서 펼쳐놓고 일을 하려 했더니 학생들이 시끄러워서 집중이 안된다

원고를 들고 도서관 앞으로 갔다. 도서관 앞은 그늘이 지고 바람이 불어서 춥다. 무엇보다도 벚꽃이 핀 벚꽃나무 아래와는 비교가 안된다. 그래도 자리를 잡고 신경을 집중해서 원고를 읽었다. 사실은 벌써 읽어야 할 원고였지만, 설레임과 두려움으로 읽질 못했다. 새로운 일을 할 때에는 건강한 상태로 최선을 다해서 임하고 싶다. 시드니에서 돌아와 일주일 동안 쉬고 동경에 적응하면서 몸과 마음의 준비를 했다. 설레임과 두려움을 느끼는 시간이 소중하고 고맙다. 두려움이나 설렘은 느끼려고 느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설레임과 두려움의 순간을 기억하고 소중히 여기며 살고 싶다. 많은 종류의 두려움이 있었지만, 설레임을 동반한 두려움을 별로 없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는 것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책을 반납하고 원고를 읽어 만족한 기분이 되어 도서관에서 돌아왔다. 2차로 겨울옷을 손빨래해서 베란다 가득히 널었다

어제도 강가에 산책을 갔다. 그저께 강가에 꽃잎이 지는 환상적인 분위기와는 달리 꽃이 많이 졌다. 하루가 다르게 꽃이 지고 잎이 나왔다. 그래서 강물에 떨어져 흐르는 꽃잎을 주로 찍었다. 강물 가까이 가서 봤더니 꽃잎이 모여서 케이크에 생크림처럼 폭신폭신하다. 물결에 따라 꽃잎이 다양한 모양을 연출한다. 같은 강물이지만 꽃잎이 전날과는 표정이 다르다. 하루가 다르다. 나도 하루가 다르게 진화해야 하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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