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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생활

벚꽃이 끝날 무렵 1

2015/04/12 벚꽃이 끝날 무렵 1

 

오늘 동경은 오랜만에 맑고 따뜻한 날씨였다. 이런 날은 빨래와 청소하기에 좋은 날이라, 아침부터 바빠진다. 일어나서 오랜만에 가볍게 요가를 해서 몸을 푼다. 그리고 빨래를 한다. 입었던 옷도 벗고 부엌에 행주도 가져다가 세탁기에 집어넣는다. 쓰던 수건도 빨려고 머리를 감고 쓰고나서 세탁기에 넣는다. 보통 세탁을 할 때는 욕조에 남은 물을 바켓으로 세탁기에 붓는다. 욕조에 남은 물을 세탁기로 옮기고 나면 욕조와 목욕탕을 청소한다


다음은 집에 있는 각종 매트와 이불을 밖에 넌다. 청소기도 꺼낸다. 운동화도 치솔로 밑창을 닦아서 널었다. 세탁기가 돌아가는 사이에 아침을 먹는다. 아침을 준비하면서도 부엌청소를 한다. 아침을 먹고 차도 마시고 빨래를 넌다. 청소기를 돌리고 걸레질을 한다. 평소보다 조금 더 꼼꼼히 걸레질을 했다. 걸레질을 마치고 통풍시키고 널었던 매트와 이불을 제자리에 돌려놓는다. 좁은 집이라도 빨래와 청소를 하고 나면 낮이 되고 만다

지난 주에 입었던 청바지 두 장을 물로만 행궈서 탈수한 다음 널어놓고 벚꽃구경과 쌀을 사러 나갔다. 벚꽃은 거의 끝나고 있다. 지난 주 벚꽃이 만개했을 때 못 봐서 벚꽃이 많이 피는 곳이 어떻게 됐는지 궁금했다. 무엇보다도 쌀이 떨어져서 밥을 못한다. 쌀을 사서 메고 올 요령으로 츄리닝에 배낭도 짊어지고 갔다. 언덕을 내려가서 마트를 둘러보고 벚꽃을 보러 갔다. 벚꽃이 많이 피는 아랫동네는 내가 사는 언덕 위보다 따뜻해서 벚꽃은 거진 다 졌다. 그래도 벚나무 아래에 앉아서 꽃구경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벚꽃은 거의 다 졌지만 부근을 산책했다. 늦게 피는 벚꽃 몇 그루가 피어 있었다. 올해 벚꽃이 끝나간다. 즐기지도 못했는 데 끝나서 섭섭하다.

벚꽃은 피어 있을 때보다 꽃이 질 때 눈처럼 꽃잎이 흐날리는 것이 좋다. 떨어진 연분홍 꽃잎도 눈처럼 길가에 쌓여 있다. 바람에 날려서 강물에도 떨어져 물에 따라 흘러간다. 벚꽃은 피어서 지고 나서도 여운이 남게 즐길 수 있다. 올해는 벚꽃을 제대로 즐기질 못해서 아쉽다

돌아오는 길에 길을 잘못 들어서 옷가게에 들어갔다. 별로 산 적이 없는 브랜드, GU라고 유니크로의 세컨드라인이다. 봄에 입으려고 검정색과 푸른색 스키니 면바지를 샀다. 시착하는 줄이 길었지만 금방 차례가 왔다. 내가 배낭을 메서 그런지 옷이 든 바스켓을 밖에 놓고 옷을 시착하라고 한다. 가격이 너무 싸서 입을 수 있을지 의문이지만, 그래도 파는 것이니까 입을 수 있겠지. 솔직히 말하면 젊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브랜드로 내가 입을 브랜드는 아니다. 그러나 내가 사고 싶은 옷을 어디서 살 수 있는지 모른다. 지나가는 길에 입을 만한 것이 있으면 사는 것이다. 작정하고 나섰다고 입을 만한 옷을 살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계산도 스스로 해서 나왔다. 일본에서 이런 식으로 계산하는 것은 처음이다

거기서 나와서 오는 길에 아무 생각없이 백화점에 들렀다. 지하식품 매장에서 외국 수입과자를 파는 가게에 들렀지만 살 과자가 없어서 그냥 나왔다. 1층 옷파는 곳에 재미있는 옷이 눈에 들어왔다. 가격도 괜찮아서 물었더니 2주일 동안만 가게를 연단다. 츄리닝에 배낭차림이라, 멋있는 옷을 입어 보기가 너무 미안해서 도저히 대화가 유지되지 않는다. 그러니까, 생각없이 백화점에 들어가면 안된다는 교훈을 얻었다. 특히, 츄리닝에 배낭을 맨 차림으로는 가지 말아야지

쌀을 사려고 마트에 갔다. 가는 길에 봤던 쌀을 사려고 봤더니 계산대에 줄 선 사람들 줄이 엄청 길다. 지금까지 본 적이 없는 긴 줄이라서 쫄았다. 긴 줄이 무서워서 쌀을 안사고 그냥 돌아왔다. 내일 다시 사러 가야지. 이렇게 오늘 하루도 꽃구경도 못하고 쌀도 못 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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