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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대지진

절전하는 동경 생활 (1)

2011/05/22 절전하는 동경 생활 (1)

 

요즘 동경 생활은 모든 게 절전 위주로 돌아가는 것 같다

아직까지는 날씨가 그렇게 덥지 않고 장마철에 들어가지 않아서 그래도 견딜만하다그러나 멀지 않아 기온은 상승할 것이고 장마철에 접어들 것이다. 나는 러시아워를 피해 붐비지 않는 전차를 타는 편이다그래서 절전으로 인한 전차의 냉방온도를 높게 설정한 것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편이다그래도 더운 전철 안에 전기를 끄고 있어 책을 읽을 수도 없고 잠을 잘 수밖에 없다전철 창문을 열 수있으면 시원한 바람이라도 들어온다그러나 창문도 열수 없는그리고 햇볕을 가리는 가리게도 없는 최신식 전철을 타서 햇볕이 들어오는 쪽이면 솔직히 괴롭다

그리고 역구내에 있는 에스컬레이터는 멈춰있는 경우가 많다에스컬레이터를 사용할 수 없는 건 어쩔 수 없으나 그 부분은 그냥 공간을 차지하고 있어 계단이 그만큼 좁아진다사람들은 묵묵히 계단을 걸어 올라간다. 계단을 오르고 내리다 보면 타이트하게 짜인 다른 노선으로 갈아타는 전차를 예정대로 갈아탈 수 없는 상황이 된다. 아무리 계단 바로 앞에 문에서 내려서 뛰어간다고 해도 말이다. 나도 지난주 그런 일이 생겼다기다려야 하는 전차가 그냥 가버린 것이다. JR창구에 가서 항의를 했더니 입으로는 미안하다고 하는데 태도는 배 째라는 식이다나는 출근 시에 그 전차를 써왔는데 10분 정도는 기다렸다왜냐하면 그만큼 자주 사고(인신사고즉 투신자살)가 있었기 때문이다

 대학에다 그 사정을 얘기해 택시를 대기시켜달라고 했더니그것도 자기가 알아서 하라고 한다. 작년까지는 그 대학에서도 협조적이었는데, 올해는 수업시간에 늦거나 말거나 모르겠소라는 것이다신학기 시작이 한 달이나 늦어져 수업시간은 그만큼 줄었는데도 불구하고, 강도들아, 비싼 돈 받아먹으면서 양심이 있어야지.

그다음부터는 갈아탈 수 없다는 걸 전제로 전차를 타기 시작했다출근시간이 두 시간에서 두 시간 반이 걸린다그렇다면 내년부터는 이 학교에 가는 걸 고려해 봐야겠다그래도 그 학교는 사무직원들이 일을 잘해서 일을 할만했는데.

어제는 오랜만에 대학도서관에 갔다 왔다..

내가 사는 곳은 대학까지 걸어서 갈 수 있고 걸어 다니는 걸 좋아한다
대학까지 가는 길도 걷기에 좋다나는 대학도서관을 자주 이용하기에 내가 사는 곳이라면 밤중이라도 도서관에서 걸어서 돌아올 수 있고밤에도 도서관에 책을 반납하러 갈 수 있다. 나는 학생 때처럼 도서관을 잘 이용하고 도서관을 이용해서 일을 하는 걸 전제로 많은 것들이 계획되어있다대학도서관은 대학에 따라 아주 차가 많이 난다. 내가 쓰는 대학도서관은 서비스는 안 좋으나 책들이 많고 사용하는데 익숙해 있어서 좋다절전생활로 인해 도서관에 어떤 영향이 있는지를 파악해야 하기에 어제 오전부터 도서관에 갔다

이 층에 도서관 입구가 있는데 일 층에서 이 층으로 올라가는 실내계단에 불이 꺼져있어 넘어지기 쉽겠다한숨이 나온다.

아무리 절전이어도 계단에는 불을 켜야지!!! 사고나잖아!!!

 

도서관에 들어갔다그 전보다 학생수가 적다이 층은 많은 학생들이 이용한다검색하는 컴퓨터가 많이 놓여있고 복사기도 많다항상 사용하는 사 층으로 올라갔다사 층은 사용하는 사람도 적고 열을 발사하는 컴퓨터나 복사기도 적다그런데도 불구하고 땀이 더나고 잠이 몰려올 정도로 따뜻하다바깥보다 공기도 나쁜 데다가 밀폐된 공간이라 더 덥다. 

최저한 필요한 일을 재빨리 마치고 실내온도를 봤다. 30도다기가 막힌다즉 학생들에게 도서관에서 공부하지 말라는 것이다바깥 온도가 최고기온 25도였다학교는 나무도 많고 바람도 있어서아직은 바깥 쪽이 훨씬 쾌적하다대학도서관은 대학이 돌아가는 중요한 엔진룸이라고 생각한다학생들에게 비싼 등록금을 받고 있으면 그에 상응하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절전을 하더라도 어떤 곳을 어떻게 절전해야 하는지 생각해야 한다.

 

일본의 심각한 문제는 문제점을 지적하지 못하는 것에 있다.

 

문제점을 지적하는 사람을 이상한 미친놈으로 취급한다작년에도 대학이 건물을 보강하는 공사를 해서 도서관 앞에 단이 생겨서 내가 넘어져서 다쳤고 다른 사람이 넘어지는 것도 봤다그래서 도서관 직원에게 나도 넘어져서 다쳤지만 다른 사람도 넘어졌는데 거기에다 비가 올 때 까는 파란색 매트라도 깔아 두면 어떻겠느냐”라고 건의했다도서관 직원이 나를 바라보는 눈이  (이상한 미친놈) 아줌마 뭐야”라”  식이었다나도 더 이상 이상한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서 포기했다. 나중에 그 직원이 내가 선생이라는 걸 알았나 보다. 나에게 그 건에 관해서는 회의 때 보고를 했다”라고 전해준다회의 때 보고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즉 인간이 다치든 말든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희망이나 기대를 가지는 걸 포기하게 만든다
모든 게 그런 식이다.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문제를 느끼는 당신이 문제라는 무언의 압력구조적인 폭력으로 인간을 억압한다사람들은 미친놈 취급을 당하고 싶지 않아 참다가 지친다
그리고 인간들은 정말로 미친놈이 되어간다

인간을 멜트다운(Meltdown)  시킨다.

 

대학 주변,적어도 25년 이상 변하지 않은 모습으로 시원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