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5/26 그리움으로 1
오늘 동경은 아침에 개였더니 낮부터 바람이 점점 세어간다. 하늘은 잔뜩 흐려서 아무래도 비가 올 것 같다.
나는 이 주 만에 청소를 하고 겨울 생활에 맞게 닫았던 방문을 여름에 맞게 조금 바꿨다. 방문을 떼어내서 벽장에 집어넣었다. 그러면 집안이 밝아지고 바람이 잘 통한다. 유리창도 청소했다. 그리고 아침에 해가 있을 때 겨울 신발을 바람 쏘인 다음에 솔질해서 집어넣었다. 아직 겨울생활이였던 걸 여름 생활로 전부 바꾸진 못했다. 그래도 대충은 했다. 어제는 겨울옷을 바람쏘여 솔질해서 옷장에 넣었고, 서랍도 좀 정리했다. 일하는 방에 깔린 카펫을 걷어내서 빨아 집어넣고, 호주에 갔던 가방을 정리, 소매가 긴 옷들을 정리하면 거주환경은 본격적으로 여름 생활로 접어든다. 아니다, 여름이 오기 전에 장마철이니까, 장마철을 대비해서 거주환경을 정비해야 한다. 장마철에는 습기가 많아서 청결과 통풍에 신경을 써야 쾌적한 생활을 보낼 수 있다. 어쩌다가 향을 피웠다. 그 것도 상자를 하나 비우려고 좀 많이 피웠더니 향냄새가 집에 배인 것 같다.
청소를 하기 전에 냉장고에 있는 야채를 꺼내서 반찬을 만들었다. 오이가 싸서 두 봉지를 샀으니 빨리, 많이 먹어야 한다. 이럴 때는 오이를 다듬어서 통째로 두들겨서 손으로 뜯어낸다. 간장에 생강을 썰어 넣고 식초에 참기름을 넣은 것에 절인다. 가끔 뒤적이면서 잘 절여지게 한다. 이러면 오이를 많이 먹을 수 있다. 다음은 무를 채 썰어서 당근과 같이 소금에 절였다가 짜서 피클처럼 식초와 설탕을 약간 넣은 것에 다시마를 잘라 넣어서 버무린다. 처음으로 설탕을 넣어봤다. 이건 시간이 걸리니까, 병에다 넣어서 둔다. 무우와 당근이 소금에 절여져서 완전 양이 줄었다. 치바에서 얻어온 완두콩을 넣어서 밥하려고 전기밥솥에 넣고 청소를 시작했다. 청소가 끝나면 맛있는 밥을 먹으려고…
지지난주 금요일부터 지난주 화요일까지 치바에서 지냈다. 금요일에 수업을 끝내고 서둘러서 치바로 직행했다. 실은 치바에 가는 걸 많이 기다렸다. 흥분과 기대로 가기 전날 밤에 잠까지 설쳐서 가기 전에 벌써 지쳤다. 내 인생에서 이렇게 가슴을 두근거리며 흥분하고 기대한 일도 별로 없었던 것 같다. 그걸 학교에 가서 말했더니 동료가 초등학생이 소풍가는 것도 아니고, 나를 보면서 웃는다. 나는 본의 아니게 주변사람들을 웃긴다.
치바에 갈 때는 구리하마에서 페리를 타고 간다. 나는 페리타고 가는 걸 좋아한다. 마치 섬으로 건너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긴 여행을 하는 느낌이라서 더욱 좋다. 페리가 출발하는 부두에 도착했더니 아직 해가 밝아서 부둣가가 한눈에 들어온다. 아, 분위기 좋다. 페리에 탔더니 승객이 몇 명 없다. 맨 앞자리를 독차지해서 앉았다. 페리가 부두를 떠나 선두를 바꿨더니, 건너편 목적지가 멀리서 보인다. 사실 페리타는 시간은 40분 정도로 짧다. 그러나 시간이 문제가 아니라, 나에게는 페리를 탄다는 분위기가 문제다. 아니다. 내가 고향집으로 돌아갈 때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가야 했듯, 배를 타고 간다는 것은 그리운 곳으로 갈 때 필요한 '의식'이며 절차인 것이다.
내가 가는 집에 전화했다. 페리도착시간에 맞춰서 부두로 마중 오라고… 내가 가는 걸 기다려주는 사람이 있는 곳, 그리운 고향집에 가는 것처럼 가슴이 부풀었다. 동경만을 가로질러 가는 길에 눈앞에 큰 배들이 지나간다. 하나는 자동차를 전문적으로 실어 나른다고 2만 몇천톤이라고 안내를 해준다. 확실히 크긴 크다.
가나야에 도착하는 부두다. 빨강색 등대가 귀여운 느낌이 드는 아담한 항구다. 아무래도 해가 길긴 길어졌나 보다. 저녁 7시가 되었는 데도 아직 밝아서 부둣가가 낭만적으로 보인다. 저 멀리서 해가 진 모양으로 하늘 전체에 저녁노을이 졌다. 노을진 하늘을 배경으로 후지산과 내가 건너온 구리하마 쪽 풍경이 바다 위로 두둥실 떠올랐다. 덩달아 나도 노을에 안긴 것처럼 따뜻한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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