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석날에 치자꽃 향기
동경생활 2011/07/07 21:26 huiya
오늘은 칠월 칠석날이였다.
나는 해마다 칠석날에는 견우와 직녀를 응원하는 의미에서 칠석날용 청바지를 입는다. 일년에 한번씩 밖에 못 만난다는 연인들을 위해서 입는다. 몇 년전에, 색이 바랜 청바지 옆라인을 청색 반짝이실로 수를 놓았다. 그 게 견우와 직녀가 은하수를 건너서 만날수있게 까마귀와 까치들이 모여서 만들어 준다는 ’오작교’인 셈이다. 까마귀와 까치들이 은하수에 다리를 못 놓아주는 일이 있어도 내 청바지에 청색 반짝이실로 수놓은 오작교는 아름답게 반짝인다. 설사 일년에 한 번, 하룻밤 밖에 못만난다 하더라도 만나고 싶은 연인들은 만날수 있게 응원하고 있다.
요즘, 동네에 치자꽃이 피기 시작했다.
가까운 공원입구에 있는 아주 큰 치자꽃 나무에 치자꽃이 조금씩 피기 시작했다.
동경시내에는 벌써 한달 전부터 피기 시작해서 끝났는데, 내가 사는 주위는 공원과 나무가 많아서 기온이 낮아서 그런지 요즘에야 피기 시작했다.
나는 치자꽃향기를 좋아해서 치자꽃이 피기 시작하면 밤에 공원에 치자꽃향기를 맡으러간다. 치자꽃향기를 맡고는 좋은 기분으로 집에 들어온다. 왠지 꽃향기는 밤에 더 짙어지는 것 같고 흰 치자꽃 색도 어둠속에 하얗게 떠오른다. 그리고 어둠속에서 요염하게 짙은 향기를 뿜어내는 것 같다. 밤에 공원은 나무들도 각기 낮에 하던 일을 마치고 기지개를 피고 하품을 하며 각자 향기를 뿜어내는 것처럼 향기가 짙어진다. 그래서 저녁에 공원을 걷는 걸 좋아한다. 나무들도 하루에 본 일들을 서로 수다떨면서 깔깔대고, 킥킥거리는 것 처럼 움직인다.
지금 나는 치자꽃 향기가 아닌 모기향을 맡으면서 블로그를 쓰고 있다. 지금부터 책을 싸들고 밤중에 대학도서관까지 걸어가서 책을 반납하러 간다. 반납기간이 이미 지나서 도서관이 열려있는 시간에 반납하러 차마 갈 수가 없다. 물론, 가는 길과 오는 길에 치자꽃을 보고 냄새도 맡을 거다. 신난다.
내 방에 있는 치자꽃입니다, 향기를 느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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