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6/12 경축! 북미 정상회담
오늘 동경은 오전에는 맑았다가 오후가 되면서 흐려서 저녁에는 빗방울도 비쳤다. 오늘은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이 있는 날이다. 주말부터 북미 정상회담에 관한 뉴스를 중심으로 보면서 긴장감과 기대감을 부풀려 갔다. 어제는 도서관에 갔다가 와서 전야제 기분으로 지냈다.
오늘은 세기의 결전 본방이다. 나쁜 예감이 전혀 없었지만 미리 김칫국을 마셨다가 혹시 만에 하나 안 좋은 결과가 나오면 안 되니까. 힘들게 부풀어 오르는 기대를 감추고 아침을 맞았다. 도대체 북미 정상회담이 뭐라고 잠도 제대로 못 자나.
뉴스에 가슴 조이며 잠도 못 잤던 것은 작년 '세월호'가 인양되는 밤이었다. 밤에 잠도 못 자면서 스마트폰을 켜서 '세월호'가 올라오는 걸 지켜봤다. 스마트폰으로 바꾼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스마트폰이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비록, 중국에서 친구네 집 침대에 누워 눈물을 흘리면서 무사히 인양되길 빌었다. 왜 그랬는지 이유를 설명하기는 어렵다. '세월호'의 인양은 기묘하게도 박근혜의 탄핵과 동시였다. 박근혜가 '침몰'하면서 '세월호'가 인양되었다. 그동안 '세월호'를 인양하지 못한 게 아니라, 인양하지 않았다는 것도 알았다.
어젯밤은 '세월호'처럼 가슴이 아프고 눈물이 나는 것이 아니었다. 괜히 설레는 마음이었다. 제발, 부디,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적이어야 할 텐데. 남북한이 화합을 해도 북한과 미국 관계가 원활하지 않으면 협력을 할 수 있는 게 제한된다. 무엇보다도 북한이 세계무대로 나오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북한이 세계로 나와서 정상국가로 다른 나라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어야 하는데, 노심초사했다.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미국과 북한의 교섭이 좌절된 것을 보면 북한보다 미국이 더 걱정이었다. 미국으로서는 잃을 것이 없으니까, 북한과 교섭을 꼭 성공시켜야 할 이유나 명분이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북한은 핵무기 개발까지 간 것이다.
올해 들어서 남북한 교류를 비롯해 중국과의 교류 등을 볼 때,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실패했다고 해서 이전으로 돌아갈 수도 없다. 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북한에서는 어떤 일이 있어도 성공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도 미국 내에서 입장이 결코 순탄한 것이 아니다. 싱가포르에 오기 직전에 참석했던 G7도 마지막에 깽판을 쳐서 엎어 버리고 말았기에 낙관할 수가 없었다. 북미 정상회담에서도 깽판 쳐서 판을 엎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는 것이다.
아침 학교에 가면서도 스마트폰으로 북미 정상회담이 진행되는 걸 확인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했다는 말에 감동했다. 대단하구나, 무슨 일이 있어도 앞으로 나가야 한다는 결의가 보였다. 북미 정상회담은 성공하겠구나, 김정은 위원장이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는 확신이 들었다. 점심시간에도 혼자서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보면서 지냈다. 낙관적인 시그널이 나왔지만 끝까지 방심할 수가 없었다. 부디, 좋은 결과를 내기를 바랐다.
오후 수업을 끝내고 집에 가서 뉴스를 봐야 하기 때문에 뛰어서 왔다. 전철에서 뉴스를 보면서도 실감이 나질 않았다. 북미 정상회담은 성공리에 끝났다. 하루 종일 마음은 콩밭에 가 있어서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뉴스를 보면서도 눈물이 나고 현실감이 들지 않았다. 재일동포들이 얼마나 오랫동안 긴 세월을 가슴 조이며 이 날을 기다렸을까. 남북이 사이좋게 지내길 바랬을까. 북한이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훌륭한 지도자다. 한국사람들 마음을 돌려놓은 것도 김정은 위원장이 아닌가 싶다. 물론, 거기에는 문재인 대통령이라는 신뢰할 수 있는 지도자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정말로 신이 있는 것이 아닐까? 사기꾼에 이어, 머리가 비정상으로 보이는 사람을 대통령으로 맞아 '침몰'해가던 나라를 국민이 촛불을 들어 '인양'해냈다. 촛불이 '세월호'를 '인양'하고 박근혜를 '침몰'시켰다. 촛불 빛에 이끌려 문재인이라는 하늘이 내주신 선물로 밖에 보이지 않는 지도자가 생겼다. 제대로 된 대통령을 만났다는 것만으로 세상이 '지옥'에서 살아갈 '희망'이 보이는 곳으로 바뀌었다. 북한에서도 말이 통할 것 같은 문재인 대통령이었기에 교류를 재개한 것이 아닌가? 북한을 적대하던 한국에서 예고편으로 김여정을 만나고 조연 김영남 선생을 보고 본편을 기대했다. 과연, 1차 남북정상회담에 등장한 주연 김정은 위원장은 독특한 캐릭터로 한방에 한국사람들 마음을 사로잡고 말았다. 이런 캐릭터 세계적으로 봐도 별로 없다.
한국사람들 관객 수준이 세계적으로 봐도 대단하다. 일상적으로 한국 드라마를 보면서 훈련에 훈련을 거듭했다. 현실은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해서 사랑하던 대통령을 하루아침에 잃고 사기꾼 대통령이 국토까지 갈아엎더니 머리가 비정상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던 분도 모시다가, 도저히 견딜 수 없어 촛불을 들고 나섰다. 이렇게 이론과 실전에 잘 훈련된 관객들이 집중해서 봤으니 잘못 보기가 힘들다. 한국사람들이 산전수전 공중전을 겪고 촛불을 들고 각성하고 말았다. 웬만한 연기나 쇼는 보고 거를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왜 이래, 세계 수준이야. 그런 한국사람들이 한방에 갔다. 그래서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하기를 기원하기에 이른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잘 해내기를 기도한 것이다. 결코, '종북'이어서가 아니다. 모든 것이 최적의 타이밍이다.
앞으로는 북한과 같이 갈 수밖에 없다. 북한을 위해서가 아니라, 한국을 위해서다. 북한과 같이 가는 길이 새로운 희망의 길이 열린다. 남북정상회담을 보면서 안 것은 지금까지 못한 것이 아니라, 안 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서로가 등 돌리고 적대했던 과거로 돌아갈 수가 없다. 과거와 결별하고 앞으로 미래로 향해야 한다.
막상 북미 정상회담을 성공하고 보니, 허탈한 심정이 들 정도다. 혼자서 자축하느라고 맛있는 빵을 사다 먹었다. 살다 보니 이렇게 꿈같은 날이 오는구나. 이산가족이 가족을 만나고, 재일동포가 가족을 만나고, 나도 북한을 여행할 날이 올지 모르겠다. 꿈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현명한 문재인 대통령, 용감한 김정은 위원장, 실용주의(?) 트럼프 대통령이 만들어 낸 드라마, 기적적인 역작이다. 물론, 거기에는 막강한 조연들이 있다, 북한에 의리 있는 형님 역을 한 중국, 좀 거리를 둔 러시아 형님이 있다면 이지메와 훼방꾼인 악역 일본이 있었다.
경축! 북미 정상회담 성공. 블로그를 쓰면서 호주 라디오를 들었다. 호주 라디오에서도 북미 정상회담 뉴스를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볼 때도 역사적인 하루였다. 새로운 평화의 시대로 나간다.
여기 올리는 수국은 레이스 실로 뜬 보름달처럼 보인다. 어두운 장마철에 은은한 달빛이 흐르는 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