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8/11 살인적인 더위
오늘 동경은 오전에 맑았다가 오후에 들어서 천둥을 계속하더니 가랑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내 마음으로는 시원하게 소나기가 내렸으면 좋겠지만, 가랑비가 살짝 비치기 만해서 좋게 말하면 안개가 낀 것처럼, 솔직히 말하면 저온 사우나 같은 상태다.
내가 사는 주변은 어제, 오늘 최고기온이 38도였다. 동경시내는 오늘 최고기온이 41도란다. 7월에 폭염이 계속된 날도 최고기온은 36도였다. 그런데, 38도에, 41도라니, 이런 기온은 일본에서 본 적이 없다.
어제 일어나서 채점을 마무리하러 도서관에 갈 예정이었다. 그런데, 짐을 지고 길을 나설 용기가 나질 않아서 그냥 집에 있기로 했다. 성적입력이 하루 이틀 늦어서 문제가 생기면 그때 대처하면 된다. 목숨을 걸 필요는 없는 법. 집에 있으면서 조금이라도 선선하게 지낼 갖은 수단을 동원했다. 주말인 데, 집에서 늘어져 있어야지. 그 때 까지만 해도 최고기온이 36도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데, 아무래도 이상하다. 실내온도가 32도까지 올라가고 체온이 내려가질 않는다. 몸이, 체온조절 기능이 고장 났나 봐. 그래도 다행인 것은 금요일 저녁에 소나기가 내린 다음에 쇼핑을 다녀왔다는 것이다. 즉, 먹을 게 있다는 말이다. 이렇게 더우면 아무것도 못한다. 그냥 집에서 가만히 있는 게 상책이다. 쇼핑을 나가는 것 자체가 위험하다. 요새는 쇼핑도 3일에 한번 그것도 저녁 늦게 나간다.
더워서 집에서 채점을 못하겠다. 단순한 작업도 있지만 학생들 리포트를 읽을 때는 집중을 해야 하니까, 포기했다. 그래서 집에서 뒹굴거리면서 책을 읽고 지내기로 했다. 그런데, 실내가 덥다. 전기를 켜면 더 더워질 거라, 얇은 커튼을 친 곳에서 흘러 들어오는 빛에 선풍기를 켜고 바람이 잘 통하게 해 놓고 누워서 책을 읽었다. 더워서 책을 읽는 진도도 안나가고 머리에도 안 들어온다. 이상하다. 이 건 내가 경험했던 기온을 넘은 것 같은 데… 인터넷으로 일기예보를 검색해서 최고기온을 확인했더니, 38도가 아닌가. 그러면 그렇지, 내가 경험한 적이 없는 온도야. 문제는 저녁이 되어도 집이 식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내가 사는 주변은 공원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선선하다. 저녁이 되니 바깥 기온은 선선해졌다. 그러나 낮에 달구어진 집은 식질 않는 것이다. 이런 일도 처음이었다. 낮에는 더워서 매미도 울지 않더니, 저녁이 되어가니 매미도 맴맴맴 시끄럽게 울어 댄다. 매미도 너무 더우면 안 우는 걸 어제 처음 알았다.
창문을 다 열고 환기를 시켜도 실내 기온이 안 떨어진다. 스프레이로 물을 좀 뿌리고 바람을 잘 통하게 했더니 조금 내려갔다. 답답해서 바깥 바람을 쏘이려고 밤중이어도 공원에 나간다. 집안보다 바깥이 훨씬 선선하다. 공원에 가는 길에 매미들이 나를 공격한다. 나를 공격하면서 몸부림을 친다. 부딪쳐서 떨어진 매미는 길가에 홀랑 뒤집어져서 누워있다. 매미들도 더위를 먹었나 보다. 공원에 갔더니, 벌써 낙엽이 져서 바스러지면서 나는 달콤한 냄새가 난다. 낙엽이 지기에는 너무 이른 시기다. 풀밭 위를 걸었는 데, 선선해도 물기가 없었다. 보통은 물기가 촉촉한 데… 손이 닿는 나뭇잎을 만져본다. 나뭇잎이 말라서 파삭거린다. 세상에, 그래 이 정도 더위면 수분이 날아가지… 빨래를 너니까, 30분에 마르든 데… 오늘 같은 폭염은 식물에게도 가혹한 것이다.
어젯밤에 오늘 일기예보를 봤다. 어젯밤에 볼 때는 최고기온이 36도였다. 그래 36도면 어떻게 견디겠지 그런 마음으로 있었다. 어젯밤은 일찌감치 침대에 누워서 선풍기 바람을 쏘이면서 책을 읽었다. 밤 2시까지 책을 읽고 잤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니 영 찜찜하다. 오늘도 더위가 장난이 아닐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우선 커튼을 내리고 베란다에 물을 자주 뿌리면서 지냈다. 바깥에서 바람이 불어오는 데, 열풍이다. 마치 온풍기 바람처럼… 이 열풍은 36도가 아니다.
인터넷으로 최고기온을 확인했더니, 38도였다. 역시, 38도였구나. 동경시내와 기온 차이가 있는 곳이라, 참고 삼아 동경시내를 봤다. 세상에, 동경시내는 41도란다. 도저히 믿을 수가 없어서 몇 번씩이나 보고 말았다. 그리고, 평상시 기온이 높은 지역을 봤다. 그 지역은 최고가 36도였다. 최고라는 36도도 높은 거다. 그런데, 38도에, 41도라니, 들어본 적도 없거니와 상상도 못 했다. 동경은 여름에 최고기온이 33도가 높은 거다. 33도여도 밤에 기온이 안 떨어지니까, 괴로운 데… 38도, 41도라면 대책이 없다. 일본집은 여름에 덥고 겨울에 춥다. 보통은 더위나 추위에 에어컨으로 대응을 한다, 그런데, 에어컨 바람을 장시간 쪼이면 몸이 아주 피곤해진다. 나는 에어컨을 싫어한다. 일을 할 때는 어쩔 수 없이 사용하지만, 평상시에는 별로 쓰고 싶지 않다. 실은 선풍기도 싫어한다. 그러나 이 살인적인 더위에는 어쩔 수가 없다. 조금이라도 쾌적해질 갖은 방법을 동원해서 지내야 한다.
오늘은 다행이다. 오후에 흐려져서 비가 조금 뿌려도 기온이 꽤 가라앉은 것 같다. 실내기온도 조금 내려간다. 하늘은 잔뜩 흐려서 천둥을 치는 데, 왜 비가 안 오지? 소나기라도 시원하게 내려주면 기온이 내려갈 텐데… 더위가 살인적이다.
살인적인 더위에 내가 타서 확 사그라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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