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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개질 이야기

요코하마 전시장

2018/08/24 요코하마 전시장

 

오늘 동경은 밤새 태풍이 지나가고 습도가 엄청 높고 흐린 불쾌지수가 높은 날씨였다. 아침에 일어나서 가장 먼저 일이 태풍이 지났다고 지저분해진 베란다를 청소한 것이다. 그런데 다음 태풍이 들이닥쳐서 내일까지 지나간다고 한다. 어젯밤에 태풍으로 비바람이 몰아쳤는데 오늘 저녁도 습한 바람이 불고 있다. 오늘 날씨는 장마철 이상으로 습도와 더위로 아주 힘든 날씨였다.

 

오늘은 비즈공예작가인 지인과 같이 요코하마에 재료를 보러 갔다. 요코하마 전시장으로 재료를 보러 가는 것은 두 번째다. 지난번에 산 재료를 거의 손도 대지 않아서 오늘은 꼭 필요한 것이나, 금방 뭘 만들고 싶은 것이 있으면 사고 아니면 안 살 요량으로 구경을 간 것이다. 아침에 나갈 때도 더워서 땀을 흘렸다. 전철이 좀 시원했다. 목적지에 도착해서 전시회장에 금방 도착했다. 전시회장에서 물건을 보는데 땀을 흘렸다. 오늘은 첫날에 평일이라, 사람이 그다지 많지 않다. 실내에 분명히 에어컨을 켰는데도 습도가 높아서 땀을 흘리게 된 모양이다.

 

수공예 관련 재료 전시장에서 구경을 하면서 트렌드가 어떻게 변하는지 본다. 필요한 것이나, 끌리는 것, 싼 것이 있으면 산다. 같이 간 사람과 같이 보는 것도 있고 따로 보는 것도 있다. 꼭 같이 행동하지 않아도 돼서 편하다. 관심분야가 다른데 꼭 같이 행동하려면 서로가 불편하다. 내가 오늘 산 것은 천 종류와 실을 조금 샀다. 가장 먼저 산 것은 실크실이었다. 염색이 안된 크림색 실을 옷 한 장 짤 수 있을 만큼 샀다. 50g 500엔으로 4개 샀다. 그 가게는 거의 염색을 하지 않은 면, 실크, , 햄프, 파시미나 스카프와 숄이 주된 상품으로 가격도 착하면서 품질이 좋았다. 거기에서 같이 간 사람도 면숄과 햄프 스카프를 샀다. 입구에서 본 터키산 아주 가는 실로 짠 목걸이와 재료, 레이스 등을 팔던 가게 사람이 왔다. 거기서 수다를 떨면서 내가 상품을 권해서 사갔다. 나중에 다시 자기네 가게로 오라고 하면서 갔다. 나중에 그 가게에 들러서 다시 물건을 자세히 보고 상품 진열도 예쁘게 도와주고 가게 사람과 친구가 될 뻔했다. 가게 사장님은 못마땅한 얼굴로 보고 있었지만, 가게 물건을 파는 분이 장사를 잘하는 것이다. 거기는 주로 프로들이 가는 곳이다. 프로들과 친해지는 길이 가게를 위해서 좋은 것이다. 하나 둘 팔고 못 팔고 문제가 아니다. 가게 사장님 (남성)께서 보시기에 아줌마들의 수다로 보이지만 수다를 떨다 보면 좋은 결과가 나온다. 오늘은 그 가게에서 살 것이 없었지만, 다음에 가면 터키 뜨개질 목걸이를 짜는 가는 실을 사서 짜 볼 예정이다. 가게 아줌마는 가마쿠라에 사신다며 싸고 맛있는 맛집도 소개해줬다.

 

다음은 흰색 면 바탕에 흑백으로 잎사귀 무늬가 짜인 자투리 천을 300엔에 샀다. 타이 출신으로 추정되는 외국인 여성이 하는 가게였다. 스카프로 쓸 수 있는 것으로 가을에 스카프로 쓸 예정이다. 천은 가공하기 전에 우선 스카프로 쓸 수 있으면 스카프로 쓴다. 언제, 어떻게 가공할지는 나도 모르기 때문이다.

 

올봄에 한번 갔을 뿐인데 가게를 낸 사람들이 나를 기억하고 있다. 내가 많이 산 사람도 아닌데 왜 기억하고 있지? 지난번에 사려다가 망설였던 단추를 싸게 파는 가게는 오늘 없었다. 특별한 천을 파는 가게 언니, 유명한 사람이라고 하는데 나에게 반갑게 인사한다. 오늘도 그 가게에서는 아무것도 살 것이 없었다. 일본의 기술을 구사한 최상급 특이한 원단이 주된 상품인데, 아주 비싸다. 원단을 사서 가게 오너 언니에게 옷을 만들어 달라고 주문을 할 수 있는 것이 이 가게 특징이다. 특이한 원단을 보고 만지는 것은 나에게 즐거운 오락이라서 한참 거기서 놀았다. 아예, 가게를 나에게 맡겨놓고 천천히 화장실에 다녀온다.

 

후반에 시간을 많이 보낸 가게는 자수 천으로 만든 옷과 자수 천을 파는 가게였다. 자수 천이 좋긴 해도 가격도 세다. 나는 자수를 천천히 자세하게 보면서 놀고 있었는데 나에게 옷을 사라고 적극적으로 권한다. 나에게 아주 잘 맞는 원피스를 사라고 해서 가격이 고가였지만, 팔고 있는 분이 입고 있는 옷이 20년이나 세탁기로 돌려서 입었다는데 아주 멀쩡하다. 고급 자수라도 이렇게 캐주얼하게 입어도 되고 특별한 손질이 필요하지 않다면 좋은 원단인 것이다. 미쓰코시백화점에도 가게가 있다고 한다. 나는 이왕이면 본점에 가서 잘 보고 기회가 되면 살지도 모른다.

 

마지막으로 보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스카프를 보러 갔다. 팔리지 않았나 싶었는데 팔리지 않고 걸려 있다. 팔리지 않은 이유는 가격이 고가에 너무 튀어서 소화해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걸쳐 보는 것은 공짜니까, 나중에 후회하지 않게 걸쳐 보기로 했다. 같이 간 사람이 이런 건 다시 볼 수 없으니까, 사라고 한다. 내가 만들까 생각했는데....... 고가였지만 그냥 사기로 했다. 애착이 갈 것 같은 것이 결정적 이유다. 카드로 살 수 있어서 다행이다. 방글라데시 여성들이 손으로 스티치를 한 것으로 캐주얼하게 쓸 수 있을 것 같다지난번에 갔을 때, 천 엔짜리 스카프를 샀던 가게다. 가게 언니가 나를 기억하고 있다. 수많은 사람을 상대하는데 나를 기억하고 있다니 이유를 물었다. 자기가 좋아하는 스카프를 산 사람이란다. 수공예 재료를 만들고 파는 사람들과 만드는 사람들 주로 프로들이 많이 모이는 곳인데, 나는 그곳에서도 튀는 사람인 모양이다. 오늘 입은 옷은 전체가 큰 물방울무늬 원피스를 입고 갔다. 아주 요코하마 분위기가 나는 옷인데 더운 날씨라, 헐렁한 것이 안성맞춤이었다. 뭔가 전문가 포스가 난단다. 전문가 포스라는 게 뭔지 몰라도 기분이 나쁘진 않다.

 

오늘 내가 파악한 것은 수공예 재료 전시장을 찾는 사람들은 주로 수공예를 하는 사람들로 프로도 많고 단골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전시장 전체가 마치 한동네와 같은 분위기가 있었다. 오랜만에 전문적인 상품지식을 가진 전문가들과 대화를 해서 배우는 점도 있었고 기분이 매우 좋았다. 일본에서는 대대로 장사를 하는 전문적인 상인들이 많았다. 그분들은 자신들이 취급하는 상품에 대해서 해박한 전문지식을 가지고 있다. 거기에 수공예를 하는 전문가와 대화를 하면서 얻는 것도 있을 것이다. 요즘처럼 살벌한 세상에 알바들이 단지 파는 것에 연연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그런 가운데 자신들이 종사하는 전문분야에 대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 귀중한 것이다. 브랜드명을 바꾼 단추 회사에서 상품을 쫙 진열하고 직원들이 나와있다. 앙케트를 하면 단추를 준다고 해서 기입해서 받았다. 단추 하나하나가 예술품처럼 섬세하고 고급스럽다. 가격도 엄청 비싸다. 단추로써 아주 고급인 건 알겠는데, 이렇게 섬세하게 완성도가 높으면 어울리는 옷이 한정될 것 같다. 단주 가격만으로 오더 셔츠를 맞추고도 남겠더라만....... 그중에는 가격을 터무니없이 책정한 사람도 있었다. 이런 사람들은 뭘 물어봐도 대답도 하지 않는다. 그런 곳에서는 아무런 기대도 하면 안 된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일본에서 생산하거나 파는 것은 완성도가 높고 질도 높다. 그에 비해 가격이 꼭 비싼 것은 아니다. 그런데 많은 가게에 있는 것이 거의 무난하게 예쁜 것이라, 특별한 걸 찾는 사람에게는 살 것이 별로 없다. 하지만, 한 군데서 많은 종류를 볼 수 있는 점과 전문가들이 온다는 것은 좋다. 놀러 가는 것이다. 궂은 날씨에 하루 종일 잘 놀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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