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8/16 야스쿠니 2014-1
오늘 동경은 흐리고 오후에는 가랑비가 살짝 내린 선선한 날씨였다. 일기예보를 보니 최고기온이 31도였다. 요새는 며칠 선선한 날씨가 계속되었는 데, 어제는 특별히 더웠다.
어제는 최고기온이 34도로 아침부터 맑고 더위가 심상치 않을 조짐을 보였다. 그러나, 전날까지 비가 오고 선선한 날씨여서 무더운 날씨가 계속된 것과 조금 다를 거라는 근거 없는 기대가 있었다.
친구와 나는 아침 9시에 만나서 야스쿠니에 가기로 했다. 작년보다 한시간 늦게 약속시간을 잡았다. 작년에 갔던 시간이 좀 일렀다는 것이다. 실은 친구가 지방에 가느라고 야스쿠니에 못 간다고 했었다. 나는 작년에 봤던 기억으로 올해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아주 궁금했다. 몸도 시원치않지만 꼭 봐 둬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친구가 못간다면 혼자서 가기는 무섭고 누구와 같이 갈까, 고민하고 있었다. 친구가 일정을 조절해서 같이 가자고 했을 때, 다행이다 싶었다. 전날에 사진을 찍으려고 카메라 배터리를 충전하고 담겨있던 사진을 옮기도 나름 준비했다. 기대와 긴장으로 잠도 제대로 못 잤다. 분위기로 보면 작년에 비해 올해는 대단할 것 같은 예감이었다. 얼마나 대단할지가 무서우면서도 궁금했다.
친구와 둘이 야스쿠니에 가까운 역에 도착했더니 역구내에 유도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작년에는 시간이 일러서 없었다. 그런데 역에 내렸더니 작년과는 분위기가 아주 다르다. 이게 뭐지? 작년에는 처음 와서 그렇게 느꼈었나? 그건 아니다. 역을 나가니 야스쿠니로 향하는 길가에 많은 단체들이 나와서 자신들의 활동을 홍보하는 자료를 나눠준다. 각종 서명활동도 하고 있어서 서명을 부탁하기도 한다. 우선, 친구와 나도 자료를 받는다.
자료는, 다양하고 국제적인 것 같지만, 비슷한 성향을 가진 것이었다. 예를 들어 ‘새로운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에서 나눠준 자료의 일부를 소개하자.
“물음. 70년 전의 전쟁, 명칭은 무엇입니까?
대답. 일본의 자위를 위한 전쟁으로 『대동아전쟁』이라고 합니다. 『태평양전쟁』은 미국의 침략 루트에 유래하는 명칭입니다.
일본의 자존자위를 위한 전쟁은, 아시아에 있어서 식민지지배의 타도를 목적으로, 「대동아(동아시아)전쟁」이라고 각의 결정되었습니다.
인디언의 땅을 시작해서, 태평양을 건너서 하와이・필리핀에 침략했던 미국의 다음 표적은, 일본이었습니다.
그에 대해, 일본은 정의롭게, 그리고 지혜를 다해서 맞섰습니다. 대의가 있는 방위전이었기 때문에, 많은 국민이 가족과 나라 그리고 민족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용감하게 싸웠고, 그 결과 이백수십만 병사가 전쟁터에서 돌아갔습니다.
일본은, 자원이 적고 경제력이 작았기 때문에, 자국을 지키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일본은 강했습니다. 「대동아전쟁」은 아시아 민족의 독립에 공헌해서, 마음으로부터 감사를 받고 있습니다.
-중략- 「히로시마・나가사키에 원폭 투하」나 「동경대공습」은 엄연한 사실이며 인류 최악의 전쟁범죄이지만, 「남경학살」이나「종군위안부」는 날조된 허구입니다 -하략-“
참으로 아름답게 역사가 왜곡되어있습니다. 자신들의 ‘가해자’며 ‘침략자’라는 점은 조금도 없고 ‘피해자’며 ‘자국 방위’ 나아가서 ‘아시아 해방’을 위한 전쟁이었다고 합니다. 아시아의 희생자는 2천5백만이라고, 일본군 희생자의 열 배에 달한다는 데… 그러나, 일본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점점 학생들 역사인식이 제가 인용한 내용과 닮았습니다. 조선과 중국을 침략해서 식민지 지배를 했던 것도 중국과 조선을 위한 것이였다는 거지요. 한국과 중국의 경제발전도 일본의 식민지지배를 기반으로 한 것이라는 인식입니다. 그런데, ‘반일’이라니, 가당치도 않다는 겁니다. 실은 학생들은 역사를 잘 모릅니다. 그러나, 역사에 대한 인식, 특히 주변국에 대한 것은 어른들에게 그냥 물려받아서 아주 우익적입니다. 지금도 과거의 식민지였다는 ‘우월감’을 가지고 한국이나 중국을 내려보고 있는 것이지요. 그러나, 자신들의 ‘우월감’이나, 한국이나 중국을 내려다보고 있다는 걸 모릅니다. 왜냐하면, 일본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기 때문이지요.
야스쿠니에 들어가기 전에, 마이크를 쥐고 연설을 하고 있었습니다. 내용은 일관성이 없었지만, 중국과 한국이 ‘반일’은 시건방지다는 ‘다음에’ 두고 보자는 ‘다음’은 다음에 있을 전쟁을 의미합니다. 그러면서 ‘이민’을 받아들이면 안 된다고, 일본에 ‘일본인’들만 살면, 경제적으로 가난해도 좋지 않냐고, 전기가 없어도 좋지 않냐고 끝맺었습니다. 주위에서는 박수가 일어났고요. 정신론이지만, 일본 사람들의 정신적인 측면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전쟁은 경제적인 이익을 추구한 결과입니다. 식민지 또한 경제적인 이익 추구가 주된 것이지요. 그런데, 경제적으로 가난해도 좋다는, 전기가 없어도 된다는 말에는 어이가 없더군요. 전기가 없다는 것은 단지 전기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굶어 죽는 수준의 빈곤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주변국에 대해서 다음 전쟁에 보자면서 침략적인 야욕을 감추지 않으면서 정신적으로는 전기가 없는 빈곤이라도 일본 사람들만 사는 세계라면 좋다는 극과 극을 달립니다. 일관성이나, 논리성으로 보면 문제가 있어 보이지만, 일본 사람들의 심정적인 측면을 대변한다는 것은 중요합니다. 어쩌면, 그게 가장 중요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리얼리티로서 전기가 없는 생활은 상상도 못 하고, 아마, 일본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다름 아닌 ‘가난한 생활’입니다. 일본은 가난한 나라였고, 패전 후 고도성장을 통해 경제적으로 부흥한 것은 그다지 오래된 일이 아닙니다. 그리고, 버블경기가 끝난 후 경기침체는 오래 지속되고 있어서 현재, 일본은 결코 풍요한 나라가 아닙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일본 학생들, 일본 사람들의 인식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고 풍요한 일본”에서 살고 있다는 겁니다. 일본이 경기가 아주 좋을 때, 일본 사람들은 일본이 풍요롭다고 하진 않았거든요. 현실과 인식은 점점 거리가 멀어져 갑니다.
올해도 많은 사람들이 야스쿠니에 왔더군요. 그러나 분위기는 작년 같은 긴장감이 없었고 아주 차분한 느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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