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8/18 무더운 여름밤
오늘 동경은 최고기온이 34도였다. 나는 아침에 일어나서 모기향에 전 이불을 빨아 널고 목욕탕 청소를 하고 도서관을 향했다. 세탁기에 빨래를 집어넣고 세탁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다가 좀 늦어졌다. 늦어지면 그만큼 더운 데… 월요일이라, 새로운 책이 오는 날이다. 그리고 날씨가 더워서 집에 있기가 괴로운 것도 있다. 도서관에 가면 점심을 못 먹어서 아침을 듬직하게 먹었다. 그래 봐야 오믈렛에 소면이었지만, 배불리 먹고 나갔다.
가는 길에 참외가 나올 시기라, 참외가 나왔는지 궁금했는 데, 참외는 없고 속이 노란 수박이라고 작은 수박이 있었다. 우선 가방에 수박을 한덩어리 사서 들고 간다. 이집은 숨기는 데를 몰라서 도서관까지 들고 갔다. 집에 오는 길에 없을 수도 있는 거라서…
오늘 들어온 책을 확인했다. 오늘은 좋은 책들이 별로 없었다. 새로운 책이 와도 지난번처럼 좋은 책이 많을 때가 드물다. 읽던 책에서 관련문헌을 오랜만에 찾으러 서고에 들어갔다. 서고에서 관계된 책을 찾으면서 좀 읽고 빌릴 것만 들고 나왔다. 같은 책이라도 문고판이 있으면 문고판으로 빌린다. 책이 가벼우니까…이틀전에 읽다가 감동해서 울다가 잔 책이 있었다. 그 부분과 관련된 책을 찾았더니 다행히도 있었다. 오늘 읽고 싶었던 책도 서고에서 빌려서 자기 자리로 돌아와서 읽고 반납했다.
가면서 보니까, 감이 많이 떨어졌다. 바람이 크게 분 것도 아닌 데… 비가 와서 그런가. 감은 비가 오면 많이 떨어지나? 아래 동네는 옛날부터 농가였던 지역이라서 그런지 감나무가 많다. 그래서 감이 떨어지기도 한다. 조그만 강물이 흐르는 곳에도 감나무가 있어서 강물에 감이 떨어져서 떠있다. 거기 감나무에 열리는 감은 크기가 크다. 항상 걷는 길에 있는 감나무의 특성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다. 어느 감나무 감이 큰지, 어느 감나무 감이 맛있는지, 어느 감나무 감은 떫은지를 말이다.
이번 주부터 도서관 열람시간이 많이 단축되었다. 5시면 문을 닫는다. 그래서 일찌감치 일을 끝내고 5시 전에 집을 향했다. 오늘은 아주 더워서 그 시간에도 여전히 열기가 남아있었다. 오는 길에도 수박이 있어서 수박을 하나 더 샀다. 냉장고에 작은수박이 하나 있었지만, 두 개를 더 산 셈이다. 속이 노란수박을 먹을 기회가 그렇게 많지 않으니까… 잔돈이 없어서 마당에서 일하는 주인에게 물었다. 참외는 언제 나오냐고, 기다리고 있다고… 오늘도 두 봉지 내놨는 데, 없었냐고 한다. 내가 지나갈 때는 없었다. 팔지 못한는 거라면서 상처가 있는 참외를 두 개 준다. 고맙다고 받아왔다. 수박을 하나 더 살까 만지다가, 먹어보고 다시 사러 가려고 안 샀다. 그래도 두 개는 산 거니까…
집에 거진 다 왔는 데, 아침에 출근할 때 인사하는 할아버지가 집안에서 물건들을 꺼내고 있었다. 할머니가 치매라서 항상 같이 다니고, 케어센터에서 차가 오는 걸 기다릴 때 내가 출근을 해서 인사했었다. 갑자기 짐들을 꺼내니까, 무슨 일이 있나 싶어서 인사했다. 왜 짐을 꺼내세요? 이사하세요? 아니란다. 할머니는 가까운 요양원에 들어갔고 꺼내는 짐은 안 쓰는 그릇을 필요한 사람이 가져가서 쓰라고 내놓는 거라고… 나에게도 다음에 와서 필요한 것을 가져가라고 하신다. 그릇들이 새 것으로 상자에 들어있다. 좋은 브랜드 것들이다. 나는 손을 저으면서, 저는 괜찮아요. 필요하지 않으면 기부하는 데도 있으니까, 거기로 가져가세요. 제가 알려 드릴게요. 그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릇도 취향에 맞아야 쓰는 법이다.
집에 돌아와서 야채와 소면을 같이 삶아서 먹었다. 참외도 먹고, 작은 수박도 통째로 먹었다. 냉장고에는 속이 노란 수박 만 두 개 남아있다. 보통 차가운 작은 수박을 먹으면 선선해지는 법이다. 그런데 오늘 밤은 11시가 넘어도 선선해지지 않는다. 아직도 따뜻한 바람이 불어온다. 어쩌라고... 매미도 방으로 날아와 붕붕 날아다니고 머리 위에서 발밑에서 맴맴 울어댄다. 아, 시끄럽고 귀찮다. 무더운 여름밤에 매미 울음소리가 무더움을 더하는 것 같다. 맴맴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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