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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사회

일본, 동일본 대지진 트라우마와 혐한 데모

NHK에 따르면 3월 6일 동경도의 코로나 19 신규 확진자는 293명으로 확진자 누계가 113,218명이 되었다. 사망자 누계는 1,462명으로 사망률 1.29%이다. 일본 전국에서 신규 확진자는 1,054명으로 요코하마항 크루즈선을 포함한 확진자 누계가 439,628명이 되었다. 사망자 누계는 8,251명으로 사망률 1.87%이다. 일본 백신 접종 누계는 주말이라서 그런지 NHK와 후생노동성 홈페이지에도 새로운 정보가 올라오지 않았다. 3월 5일 현재 누계가 46,469건이다. 일본이 코로나 백신 접종에 '느림의 미학'을 추구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일본에서는 나름 최선을 다하고 있을 것이다. 단지, 일본에서는 어느 것 하나 쉬운 일이 없어서 기본적으로 모든 일이 아주 어렵게 진행된다. 이건 일본 문화이고 스타일이기 때문에 존중해야 하는 부분이다.

 

일본에서 코로나 국면을 맞아 관련 업무를 하는 사람들이 장시간 노동으로 피폐해 있다는 보도는 자주 있었다. 이번에 다시 문제가 된 것은 후생노동성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추진실에서 장시간 노동이 과로사 라인을 넘어도 한참 넘었다는 일이다(news.yahoo.co.jp/articles/cfb7da7456238e56798687f22507471502a1db90). 한 달에 잔업이 391시간을 넘은 직원도 있었다고 한다. 100명 이상 있는 직원들 21년 1월 평균 잔업이 124시간이었다고 한다. 니시무라 코로나 담당상은 민간기업에 대해 70% 재택근무를 요구했지만 침투하지 않은 것에 대해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하지만 후생노동성은 작년 11월부터 올 1월까지 평일에 재택근무를 한 직원은 한 명도 없었다고 한다. 일본에서 과로사 라인은 시간 외 근무, 잔업 80시간이다. 평균 잔업이 124시간이면 다 과로사 라인을 넘은 것이다. 잔업이 391시간이면 통상적인 노동시간 주 5일 8시간, 160시간을 더하면 휴일이 하루도 없다고 해도 하루 노동시간이 19시간이 된다. 이건 아예 집에도 가지 않고 직장에서 먹고 잔다고 해도 수면시간이 3-4시간 밖에 되지 않는다. 더군다나 1월은 이례적으로 긴 연휴였다는 걸 감안하면 도대체 하루 노동시간이 몇 시간이었는지 현기증이 날 정도다. 나도 장시간 노동을 밥 먹듯 했고 내가 아는 졸업생들, 캐리어 여성들도 거의 회사에 살다시피 하면서 일했던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후생노동성은 복지와 노동환경에 대해 평가하고 감독하는 곳이기도 하기에 이런 상태를 지속한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모순된 일이다. 하지만 이게 일본의 현실이다. 이러니 아픈 사람이 속출하는 것은 당연하다. 한국에서 보면 일본에서 하는 일이 느려 터져서 왜 그럴까 할지 몰라도 일본에서는 정말로 말 그대로 죽기 살기로 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신규 확진자는 418명으로 내역을 보면 지역감염이 404명이고 해외유입이 14명이다. 확진자 누계가 92,055명이 되었고 사망자 누계는 1,632명으로 사망률 1.77%이다. 백신 접종은 오늘 67,840건이 추가되어 누계 296,380건이다. 내역을 보면 아스트라제네카 291,131건이고 화이자 5,249건이다. 한국 백신 접종은 순조롭게 원활히 진행되고 있다. 

 

 

요즘 일본에서는 동일본 대지진 10주년을 향해서 각 언론에서 10주년 기념 특집을 대대적으로 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이런 기념에 맞춰서 여러 방면으로 준비하면서 분위기를 만들어 사회가 모두 특별한 행사에 집중하게 보도를 한다. 일종의 '국민통합'의 장치라고 보면 된다. 예를 들어 8월에 들어서면 히로시마 원폭 투하에 관한 기사가 많아지면서 분위기를 만들어 간다. 그래서 8월 15일을 피크로 '전쟁과 평화'에 대한 대대적인 특집이 끝난다. 여기에서 중요한 키워드는 어디까지나 자신들이 '세계에서 유일한 원폭 피해자'라는 점이지 자신들이 가해자였다는 것은 쏙 빠진다. 스가 총리도 후쿠시마를 방문했다고 한다. 10주년을 추모하고 기리는 행사는 필요하고 중요하다고 본다. 그런데 나는 요새 관련 보도를 솔직히 보고 싶지가 않다. 나는 그 당시 호주 캔베라에 있었기 때문에 일본에 있는 사람들처럼 쓰나미가 몰려오는 영상을 자주 본 것도 아니고 참상을 영상으로 자주 본 것도 아니다. 그래도 멀리서나마 동참했고, 개강이 한 달 늦어지는 바람에 좀 늦게 동경에 돌아와 그 이상한 분위기를 맛봤다. 그때 인상적이었던 것이 동일본 대지진을 극복하기 위해 '단결'이 필요하다는 '정신론'을 광고와 포스터 등 대대적인 언론플레이를 할 때 너무 이상했다. 지진과 쓰나미에 대한 피해는 둘째치고 방사능 오염이 '단결'이나 '정신론'으로 극복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아, 일본에서는 '애국심'이라는 특별한 '감정'을 동원해서 중대한 문제를 회피하는구나 싶었다. 아예,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의지가 없다는 걸 알았다.

 

실은,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해 '혐한'이 본격적으로 표출되는 대규모 '혐한'데모의 시초가 된  후지 TV 데모가 8월 8일에 시작된다. 잠재적이었던 '혐한'이 '애국심'이라는 옷을 입고 대대적으로 전개되어가는 시초가 동일본 대지진이었다. 자신들에게 닥친 불행을 누군가에게 덮어 씌우고 싶은 심리를 '혐한'으로 선동한 것이다. 자신들에게 닥친 불행에 대한 울분의 표출을 '혐한'으로 정했다. 기본적으로는 관동대지진에서 조선인 학살과 똑같은 심리구조에 기본적으로 일본은 사회적 약자를 향한 '폭력'이 용인되는 사회이다. 당시 한국에 죄가 있다면 한류스타들이 앞장서서 기부하고 거국적인 일본을 위한 모금운동이다. 당시 일본에서 한국 드라마를 지상파에서 방영되어 인기를 끌고 있었던 것이 그들에게는 '혐한'의 빌미가 되었다. 그 후 '혐한'데모는 일본 역사상 가장 뜨겁고 빈번하게 전개되었고 눈부시게 성공한 '사회운동'이기도 하다. 2012년 후반부터 시작된 극우 아베 정권과 일본 언론이 동조해서 키운 '혐한'이 무기가 되어 최장기 집권 성공한 열쇠로 다름 아닌 '혐한 시대'라는 뒷받침이 있었다. 아베 정권이라는 '혐한 시대'가 키운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혐한 세대'를 형성했다. 일본은 많은 걸 잃은 대신 자랑스럽게 '혐한의 나라'라는 정체성을 얻고 거듭나서 이제는 세계적으로 자신들의 '혐한'이라는 정체성을 다양한 방법으로 보여주고 있다. 일본에서 '혐한'은 '애국심'과 동의어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렇기에 동일본 대지진에 대한 상처와 트라우마는 나에게 한층 복잡하게 다가온다. 일본 사람들에게는 전혀 기억에도 없을지도 모르지만 당하는 사람에게는 그렇지 않다. 잘못된 역사를 반복하는 나라와 사람들이 무섭다. 

 

동일본 대지진은 일본 사람들에게, 특히 후쿠시마와 가까운 도호쿠와 관동지방 사람들에게 아주 큰 상흔을 남겼다. 일본도 동경 중심이어서 동경의 피해는 일본 전체의 피해처럼 인식된다. 피해지역 사람들에게는 말할 것도 없다. 그리고 전체적으로는 당시 피해 영상이 계속 TV를 통해서 중계하고 거듭 노출이 되어서 그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상처 입고 트라우마를 갖게 되었다. 2년 전인가 내 강의를 듣던 학생이 그 전 시간에 동일본 대지진 당시 피해 영상을 보고 트라우마가 살아나서 거의 쓰러지게 생겼다. 내 수업시간에 누워 있을 정도였다. 나는 그걸 보고 담당 수업을 한 동료에게 알렸다. 당시 받았던 상처가 되살아나 힘든 학생들이 있다는 걸 염두에 두고 그런 영상을 보여달라고 했다. 그 학생이 그런 영상을 봤다면 아주 어렸을 때다. 어린아이들도 상처를 입는다. 요새 특집으로 당시를 되새기게 하는 분위기가 많은 사람들의 상처를 건드리는 것 같다. 나도 보기가 싫고 피하고 싶은데 당시 피해 영상을 봤던 사람들에게는 어떨지 모르겠다. 그런 이야기를 꺼내지도 못할 것 같다. 

 

남편과 손자 손녀 3명을 한꺼번에 잃은 할머니가 받은 상처와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쓴 기사가 있다(news.yahoo.co.jp/articles/52319146634d7318dc844fb9763071e14ded9573). 좋은 기사라고 본다. 하지만 이 글을 쓰기 위해 읽었지만 읽고 싶지 않은 기사다. 나도 가족들이 피해를 입은 학생들을 봤다. 자신들이 피해를 입지 않았지만 가까운 사람들이 피해를 입은 학생들이 있었다. 치바처럼 동일본 대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었지만 사람들 관심조차 받지 못해서 복구도 못한 지역도 있다. 동일본 대지진이 있던 날에 태어난 아이에 관한 기사도 있다(news.yahoo.co.jp/pickup/6386985). 그 아이가 태어나던 날 증조할머니가 쓰나미 피해로 사망했다고 한다. 3월 11일은 증조할머니를 추모하고 나서 생일이라고 한다. 나는 이런 기사를 읽으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그 가족에게는 증조할머니가 쓰나미로 사망한 일은 아주 큰 상처일 것이다. 하지만, 그날에 태어난 아이가 그런 상처를 일생 짊어지고 살아야 할 것 같이 보인다. 아이는 죄가 없는데 너무 큰 짐을 지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고 만다. 그 아이 가족들이 아이를 사랑하고 가족을 소중히 여긴다는 걸 알 수 있고 그 누구도 그런 특별한 인연에 대해 어떤 말도 하기가 어렵다. 그렇게 '운명'처럼 엮으려는 기사가 싫은지도 모르겠다.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상처를 치유하는 방향으로 쓴 것들이 많다. 그런데, 아직도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방사능 오염'에 관한 기사는 찾아볼 수가 없다. 기사는 사람들 감성을 자극하는 것으로 가득하다. 지금 코로나 국면만으로도 힘든 상황이라서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한다. 그런 사람들이 요새 각 언론에서 특집으로 매일 같이 보도하는 동일본 대지진의 참상을 보고 트라우마가 도져서 증상이 더 심해지지 않길 바란다. 나는 이런 언론플레이를 보면서 자민당이 좋아할 것으로 본다. 일본에서는 당시 민주당 정권이어서 동일본 대지진 대처가 형편없었다고 두 번 다시 민주당, 이제는 입헌민주당에 표를 주지 않겠다는 말을 듣는다. 나는 민주당이어서가 아니라, 자민당이었다면 더 많이 은폐했을 것이라고 본다. 지금 코로나 국면에서 지진이나 쓰나미 방사능 오염처럼 예측이 불가능한 자연재해나 인간이 범한 재난보다 훨씬 대처하기 쉬운 코로나 바이러스를 자민당은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비교해 봤으면 좋겠다. 하지만 사람들은 입헌민주당에 미운털이 박혔기에 객관적인 평가를 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누군가의 탓으로 돌려서 문제가 해결되면 좋겠지만 그런 차원이 아닌 것 같다. 사람들의 상처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