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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사회

일본, 자정작용을 잃은 사회

NHK에 따르면 3월 18일 동경도의 코로나 19 신규 확진자는 323명으로 확진자 누계가 116,616명이 되었다. 사망자 누계는 1,624명으로 사망률 1.39%이다. 일본 전국에서 신규 확진자는 1,499명으로 요코하마항 크루즈선을 포함한 확진자 누계가 453,483명이 되었다. 사망자 누계는 8,777명으로 사망률 1.93%이다. 일본 백신 접종 현황은 오늘 새로 71,217건이 더해져서 누계 508,702건이 되었다. 일본에서 백신 접종이 늘고 있다. 

 

한국의 신규 확진자는 445명으로 내역을 보면 지역감염이 427명이고 해외유입이 18명이다. 확진자 누계가 97,294명이 되었고 사망자 누계는 1,688명으로 사망률 1.73%이다. 백신 접종 상황은 새로 18,733건이 더해져서 누계 641,331건이다. 1차 백신 접종을 완료해서 접종률 80.3%라고 한다. 

 

오늘 일본에서 100명 이상 신규 확진자가 발생한 지역은 동경도 323명, 가나가와 160명, 오사카 141명, 치바 122명, 사이타마 115명이다. 100명에 미치지 못하지만 신규 확진자가 급증하는 지역으로 미야기 98명, 홋카이도 96명, 효고 76명이다. 수도권 신규 확진자가 전체의 48%를 차지한다. 수도권 신규 확진자 비율이 점점 내려가고 있다. 다른 지역에서도 신규 확진자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동경도 신규 확진자는 전체의 21.5%이다. 오늘 사망자가 다수 나온 지역은 동경도 12명, 치바 6명 등으로 합계 32명이다. 수도권 사망자가 전체의 62.5%를 차지하고 동경도가 37.5%를 차지한다. 동경도는 신규 확진자도 많이 나오지만 여전히 사망자도 많다. 

 

동경도와 일본 전국에서 다시 감염 확대가 일어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21일로 수도권 비상사태 선언을 해제한다고 한다(news.yahoo.co.jp/pickup/6388143). 비상사태 선언을 해제하지만 여전히 외출을 자제하고 음식점 등 영업시간 단축을 유지해 달라고 한다. 영업시간 단축이 밤 8시까지에서 밤 9시로 연장이 되었다. 일본 정부는 비상사태 선언을 해제하지만 사람들은 비상사태 선언과 같은 생활을 하라는 것이다. 참 신박한 결정을 하는구나 싶다. 그런 한편, Go To 캠페인 식사권 판매로 집단감염이 다수 일어나 근래 신규 확진자가 급증한 센다이시와 미야기현에서는 독자적으로 3월 18-4월 11일까지 비상사태 선언을 했다(news.yahoo.co.jp/articles/d1b958d41e87bb9ebba498614717f9593e2b5b75). 하지만 음식점 등에 영업시간 단축을 요청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동경도의 신규 확진자를 보면 기가 막히게 비상사태 선언을 할 때는 급증하고 비상사태 선언을 해제하는 타이밍에서는 준다. 오늘 신규 확진자는 지난주 335명보다 적지만 그 전주 279명보다 많다. 일본 전국의 수치를 보면 감염 확대 국면인 걸 부정할 수가 없다. 여기서 비상사태를 해제했다가 다시 신규 확진자가 급증하는 것이 두려운 일본 정부는 수도권 비상사태를 해제하면서 사람들에게 생활은 비상사태와 같이 보내라고 상반된 요구를 하고 있다. 수도권 비상사태를 해제하면 외국인 입국 거부도 풀어야 한다. 일본 사람들이 보기에 정말로 화가 나는 조치가 될 것이다. 정부에서 비상사태를 해제하면서도 외출을 하지 말고 음식점 등도 영업시간 단축을 해야 한다. 그런 한편으로 외국인 입국을 받아들인다면 앞뒤가 맞지 않게 된다. 일본 국민에 대해서는 행동을 규제하면서 외국인을 받겠다는 것이다. 외국인의 잘못이 아닌데도 일본 사람들의 불평불만은 외국인을 향할 것이다. 외국인이 들어 오든 말든 일본에서 '외국인 혐오'는 기본적인 스탠스인데 코로나로 더 강화되었다. 

 

일본에서 동경올림픽을 개최하려면 수도권 비상사태를 해제하고 신규 외국인 입국을 허용해야 한다. 올림픽 출전을 위한 예선전이 있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25일에 열리는 축구 한일전이 있어서 한국 선수들이 일본에 입국할 수 있어야 한다. 25일에 성화봉송이 시작되니 비상사태를 선언한 상태에서 성화봉송을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래서 '정치적인 결정'을 한 것으로 본다. 어쨌든 한국 선수나 한국은 일본에서 다시 욕을 먹고 '혐한'도 더 기세를 올릴 것이다. 앞으로 일본에서 코로나 감염 확산이 다시 일어나면 모든 것은 한국 선수가 입국해서 축구 한일전을 한 탓으로 몰아갈 것이다. 한국이 일본을 망하게 하려고 술수라도 쓴 것처럼 말이다. 자신들이 하는 짓을 한국에서 하는 걸로 돌려서 자신들이 '피해자'가 되는 자작극은 일본의 단골 메뉴이다. 일본 정부에서는 프로야구 선수 등 외국인 특례적인 입국을 허가한다는 걸 관련 단체에 알렸다고 한다(news.yahoo.co.jp/articles/db59a4a0d17866d922ed074fd690eb48bb4912e6). 

 

 

어제 동경올림픽 개/폐막신 연출 총책임자 사사키 히로시가 1년 전에 제안했던 통통한 여성 와타나베 나오미를 돼지로 변신시켜서 올림픽과 돼지를 합친 합성어 '오림피그'라고 불러서 어쩌고 한 내용이 보도가 되어 바로 사퇴하는 소동이 있었다. 동경올림픽은 처음에 유치할 때부터 아베가 "후쿠시마는 통제되고 있다"라고 거짓말로 시작하더니, 국립 경기장을 처음에 정했던 건축가가 아닌 일본 건축가로 변경했다. 건물도 정말로 이상한 특징을 가진 걸로 바뀌었다. 동경올림픽 엠블렘이 표절이라고 밝혀지는 일도 있었다. 올림픽을 유치하기 위해 뇌물수수 한 혐의로 수사를 받았다. 올림픽 개최에 돈을 들이지 않는다는 당초 발표와 달리 역대 올림픽에서 가장 많은 돈을 들이고 있다고 한다. 코로나로 1년 연기했고 최근에 올림픽 조직위원회 회장이며 전 총리 모리 씨의 여성 멸시 발언이 세계적으로 알려져 사퇴하기에 이르렀다. 정말로 이렇게 문제가 계속 생기기도 힘들 정도로 문제가 많다.

 

동경올림픽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무대가 되는 개/폐막식 연출에 관해서도 문제가 많았다. 아베 정권에서 극우적인 인물을 선정했던 걸로 기억이 난다. 작년 12월에 이전에 맡았던 사람들이 그만두고 사사키 히로시가 아닌 다른 인물과 여성 크리에이터가 있었다고 한다. 여성 크리에이터의 연출안이 IOC에서도 평가가 높았는데 모리 씨와 갈등을 빚고 사퇴도 밝히지 않았지만 실질적으로 사퇴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한다. 다른 인물도 내부에서 문제가 있었는지 물러났다. 그래서 사사키 히로시가 총책임자가 되었다. 이번 일이 외부에 알려진 것도 내부에서 리크 한 걸로 보고 있다. 1년 전의 일을 지금 문제시되는 걸 보면 내부에서 갑질이나 다른 문제가 있는 걸로 보인다. 이런 경향은 지금 일본 국회에서 연일 추궁하고 있는 총무성의 접대 문제도 내부에서 리크 한 걸로 보고 범인 찾기에 전전긍긍한다는 보도를 본 적이 있다. 이런 일은 일본에서는 생기기가 어렵다. 왜냐하면 총무성이라면 퇴직해도 관련 업계에서 살아야 하기에 자신의 인생이 걸린 문제라 외부에 리크 하는 걸 상상하기도 어렵다. 이건 다른 업계도 세계가 좁아서 내부 고발이라도 했다가 완전히 버림받기에 살아갈 수가 없는 사회구조이다. 그래서 자체 정화를 기대할 수가 없다. 그런데, 요새 일어나는 일을 보면 뭔가 다른 변화가 생기는 것 같다.

 

사사키라는 인물이 일본에서 유명한 광고를 많이 만들었지만 기본적으로 올림픽 정신에 대한 이해가 있었는지 궁금하다(news.yahoo.co.jp/pickup/6388095). 리오 올림픽 폐막식에 아베가 마리오 분장으로 나온 것도 사사키의 연출이라고 한다. 오늘 아침에 사사키가 얼마나 많은 업적을 남겼는지에 관한 기사가 꽤 있었다. 사사키에 대해 실드 치는 느낌이 들었다. 모리 씨의 여성 멸시 발언이나 정치가가 망언을 했을 때도 비슷한 일이 일어난다. 망언이 단순한 말실수인 것처럼 물 타는 기사를 흔히 볼 수 있다. 일본에서는 권위나 권력이 있는 사람에게 항상 이렇게 관대하게 그들의 실수를 이해하도록 노력한다. 이 기사에 달린 댓글을 봐도 내부에서 있던 일을 리크 하는 사회나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의견이 많다. 나는 다르다고 본다. 내부 회의라고 해서 '차별'이 용인되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직장에서 갑질이나 성폭력도 문제가 되면 안 된다. 이제야 겨우 내부의 문제를 외부에 말할 수 있게 된 거다. 내부에서 '자정작용'이 기능하지 않는다. 

 

사사키의 문제는 바로 해외언론에 실려서 세계적으로 알려지고 말았다(news.yahoo.co.jp/pickup/6388106). 사사키 문제를 보도한 해외언론은 월스트리트 저널, 인사이드 더 게임스, 블룸버그 통신, AP통신, AFP통신, 로이터 통신 등이라고 한다. 올림픽 조직위원회에서도 사사키의 사퇴를 수용했다(news.yahoo.co.jp/pickup/6388115). 마지막에 '돼지' 분장했을지도 모를 와타나베 나오미가 "자신은 (통통한) 체형으로 행복하다"라는 코멘트를 발표했다(news.yahoo.co.jp/pickup/6388116). 그녀가 발표한 코멘트가 가장 훌륭한 내용이었다. 광고 카피를 쓰는 사사키나 다른 조직에서 내는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그녀는 인스타그램에서 일본인으로 가장 팔로워가 많아서 930만 명을 넘는다고 한다. 

 

나는 이전 사사키가 만든 광고에서 느꼈던 '불쾌감'이 있어서 이런 사태는 예견된 일이기도 했다. 일본에서 아주 유명한 광고로 소프트뱅크의 '시라토 가족 이야기'가 있다. 소프트뱅크는 휴대폰 사업에 후발주자로 출발했다. 그래서 소프트뱅크에 대한 인지도를 넓히는 인상적인 광고가 필요했을 걸로 본다. '시라토 가족 이야기'는 주역 배우 이름 우에토 아야와 소프트뱅크가 전개하던 '화이트 플랜'을 합쳐서 '시라(흰 백)'와 우에토의 '토'를 따서 '시라토'라는 성이 탄생했다고 한다. '시라토 가족'은 흰색 시바견이 아버지이고 히구치 가나코라는 여배우가 어머니, 우에토 아야가 딸이며 오빠는 흑인 남성이라는 구성이다. 딸과 어머니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일본이 '남존여비'에 가부장적 사회이기에 그걸 꼬집는 광고가 가끔 있다. 흰 시바견을 아버지로 해서 광고에서는 개에게 깍듯하게 아버지 대우를 한다. 나는 이 광고를 보면서 이런 걸 만든 사람이 이상하다고 여겼다. 그리고 '여성 혐오'가 느껴져서 불쾌했다. 내가 여성이라서가 아니라, 일본 남성도 내심 불쾌하지 않았을까?

 

인간과 동물의 관계는 단순하지 않아서 그리스 신화나 로마 신화에서도 동물과 인간이 합체된 형상이 나오고 한국에서도 신화에 따르면 한국인은 곰의 후손들이 된다. 그렇다고 한국 일부 아저씨들이 곰의 쓸개라는 웅담을 먹는 걸 주저하지 않는 야만적인 행태도 볼 수 있다. 변태적인 인간의 성욕을 처리하는 수단으로 동물을 이용했다는 말도 있다. 지금도 여우 같은 마누라, 곰 같은 남편, 토끼 같은 자식들이라는 비유도 흔히 쓴다. 예전에는 강아지를 식용으로 여겼던 시대도 있었지만, 이제 고양이나 강아지는 '가축'이 아니라, '가족'으로 '반려동물'이 되었다. 다른 인간보다 자신과 교감하는 특별한 존재로서 강아지나 고양이가 있는 사람들은 부지기수로 많을 것이다. 그렇다고 종족 간의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어도 된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금기시된 '터부'이다. 만약, 그런 일이 있다면 '최악의 동물 학대'가 될 것이다. 

 

흰 시바견이 아버지라는 것은 어머니가 '수간'으로 딸과 아들이 태어났다는 말인가? 자식은 무엇이 되나? 설마, 그런 변태적인 상상을 거부하는 스토리텔링이 있었겠지. 하지만, 가부장적이며 남존여비가 강한 사회구조를 비튼다고 아버지를 '개'로 한다는 발상은 일본이나 아니면 다른 곳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들지 않을까? 한국에서는 절대로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다. 세상에는 '개'보다 못한 아버지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개'와 인간은 종족이 다르기 때문이다. 변태적인 상상력을 동원하게 만드는 광고였다. 흰 시바견의 아들이 흑인이다. 인종차별적인 뉘앙스도 들어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아주 유명했고 '호감도'가 높은 광고였기에 '불쾌감'을 언급하기 조차 어렵다. 일종의 '유머 코드'를 이해하지 못하는 머리가 딱딱한 사람이거나 어른스럽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그런 문제의 소지가 있는 광고가 걸러지지 않고 10년 이상에 걸쳐 히트 친 유명한 광고가 되었다. '호감도'를 획득했기에 거기에 문제를 제기할 수가 없다. 다른 걸 느끼는 사람은 그 사람이 이상한 상상을 하거나 괜한 트집을 잡는 사람이 된다. 그렇게 '불쾌감'과 '위화감'을 표현할 수 없게 억누르는 사회적인 억압이 더해진다. 자신들이 느끼는 '불쾌감'에 대해 표현하기도 어려운 사회이다. 이렇게 해서 '여성 혐오'나 '남성 혐오'. '인종차별'이 용인된다. 그런 걸 문제시하는 자체가 문제가 된다. 일본에서는 그런 '차별적인 시선'에 너무나 익숙해서 그런 걸 지적하기가 어렵다. 자정작용이 작동하기 어려운 사회이다.  

 

유명한 광고를 몇 개나 히트 친 일본을 대표하는 크리에이터로 성공한 사사키 히로시가 동경올림픽 개막식 무대에 우주에서 내려온 '돼지'로 통통한 여성을 써서 '오림피그'로 표현하는 연출을 제안한 것은 그가 성공했던 방식이기에 너무나 그 다운 일이 아니었을까. 그와 유사한 광고에 박수를 보냈던 일본 사회에서 자신이 만들어 크게 성공한 광고를 조금 변형하는 것뿐으로 현재의 일본을 심볼릭 하게 나타낸다. 다만, 일본 국내에서는 그런 '유머 코드'가 용인될지 몰라도 세계를 상대로 하면 다르다. 모리 씨 발언이나 사사키의 연출안도 일본 사회가 자정작용을 잃었기 때문에 그대로 외부에 노출되어 세계에 알려지고 있다. 설마, 동경올림픽을 기회로 세계에 일본의 민낯이 알리려는 것은 아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