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동경은 3월 하순에도 불구하고 한겨울 날씨가 되어 진눈깨비가 펑펑 내리고 있다. 아침에는 비가 내렸는데 진눈깨비가 되어 펑펑 내려서 시야가 뿌였다. 오늘 일기예보를 보면 최고기온 10도, 최저기온 0도로 나오는데 오전에도 불구하고 기온이 2도로 이후에도 계속 2도라고 한다. 언제 최고기온이었지? 내일은 오늘보다 기온이 더 낮다고 한다.
작년 연말에 구급차를 타고 병원에 입원해서 복막염으로 긴급수술을 하고 2개월 가까이 병원생활을 보내다가 2월 하순에 퇴원했다. 복막염 수술을 하고 한달 사이에 15킬로 정도 몸무게가 빠졌다. 고등학교 2학년 이래 처음으로 53킬로를 기록했다. 퇴원하기 일주일 전부터 병원에서 걷기 시작했다. 단지 몸무게가 빠진 것만이 아니라, 체력이 너무 떨어져서 병원 침대에 누워 하루 세끼 먹는 것만도 힘들었다. 그런 상태에서 퇴원하면 일상생활을 보내야 하기에 걷는 연습부터 할 필요가 있었다. 퇴원하고 일주일은 밖에 나가지 않고 집에서 지내다가 날씨가 따뜻해져서 차츰 바깥을 걷기 시작했다. 요즘 중요한 일과는 하루 세끼를 챙겨 먹고 체력을 키우기 위해 산책하는 일이다.
병원에 입원을 계기로 내 인생도 격변하고 말았다. 복막염으로 수술이 늦었으면 죽을 뻔했지만 직장암이 발견되어 수술로 제거했다. 직장암은 간으로 전이된 상태라고 한다. 지난주에 처음으로 항암치료를 위해 4일간 입원했다. 직장암으로 인해 졸지에 인공항문을 달아서 신체장애자가 되었다. 이런 상황이 3개월 가까이 되지만 아직 실감이 나지 않아 낯설어하는 자신이 있다. 갑자기 컴퓨터 화면이 강제 종료가 된 것 같이 인생도 격변할 수 있다는 걸 알았다.
격변하는 것은 내 인생만이 아니다. 병원에 입원해서 휴대폰으로 한국 대선 상황을 지켜보면서 지냈다. 한국 시민들의 만들어 내는 능동적인 움직임이 유일한 낙이었다. 설마, 아무리 그래도 윤석열이 당선할 줄은 몰랐다. 윤석열의 당선으로 한국사회도 격변할 것이다. 벌써, 예고편만으로도 최악이라는 걸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내 병은 스스로의 선택이 아닌 결과였다. 하지만, 윤석열의 당선은 국민의 선택한 결과다. 그 결과가 참혹한 상황을 낳을 것이 예상되는 데도 사람들이 선택했다는 건 믿기지 않는다. 참혹한 상황을 맞는 것은 그를 선택한 사람들만이 아니기에 정말로 화가 난다.
윤석열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복한다는 말을 했을 무렵이라고 본다. 꿈을 꿨는데 윤석열이 당선해서 피바람이 불 것 같았다. 꿈에서 공부하는 아들을 불러서 이 나라에 환란이 닥칠 것 같으니 다른 나라로 가라고 했다. 그다음에 거기서 자리 잡고 돌아오지 않아도 된다고 자식에게 피난을 권하고 있었다. 사실, 많은 나라 젊은이가 이민하는 것은 자국의 정치상황이 주된 이유다. 윤석열이 당선해서 피바람이 불고 젊은 인재들은 줄지어 이민을 나가고 있었다. 그런 꿈을 봤다고 올케에게 문자를 했더니 올케가 하는 말이 "대한민국 국민이 그렇게 어리석지 않습니다. 이명박근혜를 보내고 많이 달라졌다"라고 한다. 나도 그럴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어리석은 선택이 아니라, 자신들이 '똑똑한' 선택으로 이명박을 알고, 박근혜를 알면서도 선택하지 않았었나?
일본은 자연재해가 많다. 지난주 병원에 입원한 16일 밤에도 큰 지진이 나서 5층 병실이 크게 흔들렸다. 지진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되었다. 다음날은 내가 사는 동네가 몇 시간이나 정전되었다고 한다. 지진과는 상관없는 정전이었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동일본 대지진 이후 처음으로 '전력 핍박 경보'를 동경전력 관내에 내렸다. 동북전력에서도 전력이 부족하다고 한다. 일종의 '비상사태'인 셈이다. 오늘 한겨울처럼 추운 날씨에 절전하라고 한다. 저녁에는 일부 지역에서 정전이 될 수도 있다고 한다(https://news.yahoo.co.jp/pickup/6421634). 일본 경제산업성에서도 "최대한 절전에 협력을" 요청하고 있다(https://news.yahoo.co.jp/pickup/6421624). 전력이 부족한 것은 지진 피해로 인한 것이지만, 그런 것과 상관없이 요코하마나 사이타마 등에서 정전이 나고 있기도 하다(https://news.yahoo.co.jp/articles/c2a8499fb8c682e0dfb875aae2eaabc5399b9dda). 솔직히 대도시에서 정전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 믿기지 않지만 현재 일본의 현실이다. 정치가들은 국민의 기본적인 안전이나 생명유지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지만 일본에서는 그다지 문제시하지 않는 것 같다. 동경도 지사도 나와서 절전을 요청하면서 '참으라'고 한다(https://news.yahoo.co.jp/pickup/6421641). 한겨울 추위가 참아서 견딜 수 있는 건가? 일본에서는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주로 정신승리로 극복할 수 있다고 여기니 옛날부터 지금까지 판에 박은 듯 같은 대응을 한다.
갑자기 닥친 한겨울 날씨에 절전을 하라면 어쩌라는 것인지 모르겠다. 나는 정리해서 버리려고 했던 겨울 니트원피스를 꺼내서 입었다. 다른 옷도 껴입고 하반신에는 담요를 휘감고 위에는 얇은 다운 점퍼를 입었다. 보통 집에서 지낼 때 복장이다. 오히려 밖에 나갈 때는 다운 점퍼를 입지 않는다. 동경은 난방이 부실해서 바깥보다 집안이 추울 때가 많다. 히터도 옆에다 가져다 놨다. 오늘은 너무 춥고 산책도 못 나갈 것이라, 이불속에서 지낼 생각도 했지만 잠을 잘 시간은 많아서 낮부터 자면 밤에 잠을 자지 못하고 밤낮이 뒤바뀌는 생활이 되면 곤란하다.
일본과 달리 한국은 윤석열의 당선으로 자연재해 이상의 재난상황을 만들고 있다. 자연재해는 그야말로 자연재해이기에 인간이 어쩔 수 없는 영역이기도 하다. 그런 자연재해보다 아예 작정하거나 생각 없이 휘두르는 권력이 훨씬 더 위험하다. 지금 인위적인 재난상황을 만들고 있는 한국사회를 보면 진눈깨비가 내리는 날씨처럼 시야가 어둡다. 진눈깨비는 녹아서 땅에 스며들어 봄을 재촉하겠지만 한국사회에 닥친 재난상황은 봄을 향한 것이 아니다. 사실, 어디를 향하는지 모르겠다. 일본에서 격하게 환영하는 반응을 보면 일본 극우의 꿈을 이룰 구세주인 모양이다. 한국의 희생을 전제로 한 일본 극우 정권의 꿈의 실현이기에 심각한 문제이다. 윤석열의 당선이 오늘 내리는 진눈깨비처럼 수분으로 땅에 스며들거나 흔적도 없이 증발하는 일이 일어난다면 좋겠다.
나도 오랜만에 기지개를 켜고 블로그를 쓰기로 했다. 몇 시간이나 내린 진눈깨비가 도로는 내리면서 녹았는데 주차장 자동차 지붕이나 다른 곳에 쌓이기도 했다.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을 올리려고 했더니 연결이 되지 않는다. 내가 너무 오랜만에 써서 제대로 작동이 되지 않는 건지, 휴대폰도 맛이 갈 때가 되었는지 아리송하다. 그래서 이전에 찍은 사진을 재사용하기로 했다. 기분이라도 화사하게 동백꽃으로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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