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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사회

일본, 차등 최저 임금제의 사회적 영향ー1

오늘 동경은 최고기온 23도까지 올라간 따뜻한 날씨였다. 지금 베란다에서 며칠째 방풍나물을 말리고 있는데 잘 마르지 않는다. 그래서 빨래를 해도 말릴 장소가 없어서 빨래를 못하고 있다. 

 

요즘 책을 정리하는데 정리하다 보면 가끔 잊고 있던 책을 발견하기도 한다. 며칠 전에 발견한 책이 1958년 발행 고바야시 다키지의 '가니 고센, 1928.3.15'이 있었다. 해설을 보면 두 편의 작품은 1928-9년에 발표해서 일본 프롤레타리아 문학의 방향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글을 쓰면서 다시 해설을 보니 한자도 지금 쓰는 약식이 아니고 옛날 한자를 쓰고 있다. 현재 러시아에 속하는 해역에서 게잡이 어선에서 일하는 노동자를 통해서 일본의 제국주의, 산업이 제국군대와 재벌, 국제관계, 노동자 착취로 이어지는 걸 그리고 있다. 이 작품을 얼마 전에 다시 조명을 받았다. 21세기에 살고 있는 일본 노동자의 현실과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다. 이게 거진 100년 전의 일인데 말이다. 

 

다른 3권의 책도 버리지 못할 것 같다. 요코야마 겐노스케가 명치 30(1897)년 전후에 노동자와 빈민에 관한 실태조사를 토대로 쓴 르포 '일본의 하층 사회'가 있다. 호소이 와키조의 '여공 애사'는 대정 14(1925)년에 초판이 나왔다. 일본 자본주의 발전에 초석이 된 방직공장에서 일하는 여공에 관해서 쓴 것이다. 나카가와 기요시가 편찬한 책으로 '명치 동경 하층 생활지'라고 명치 19-45(1886-1912)년 동경 하층 사회에 관한 생활 기록 14편을 실었다. 이런 기록에서 도시의 빈민층이나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실상을 볼 수 있지만 당시 일본에서 대다수를 차지했던 지방, 시골에서 사는 농어민의 생활 실상은 보이지 않는다. 

 

오래전에 이런 책을 집중해서 읽은 적이 있었다. 그때 인상적이었던 공통점은 마치 인류학자가 미지의 부족사회에 들어간 것과 같은 저자와 필드의 거리감이었다. 같은 일본인, 일본 사회임에도 불구하고 글을 쓰는 엘리트, 글을 써서 발표할 수 있는 권력을 가진 사람과 연구대상이 되는 사람들과의 권력관계와도 같은 거리감이다. 이런 거리감은 일본인 연구자나 기자가 외국인이나, 재일동포, 마이노리티에 관해 쓴 것에도 볼 수 있는 공통점이다. 같은 인간으로서 공감하기보다 계급이 다른 '이질감'이 강조된다. 이런 100년도 지난 일본의 오랜 기록은 현재까지 같은 흐름을 유지하면서 겹겹이 쌓여있기에, 현재를 이해하는 재료로도 유효하기에 버릴 수가 없다. 100년 전 일본은 제국주의였고 가난한 나라였다. 그런 나라에서 침략전쟁을 일으켜 패전국으로 전락했다가 1980년대에는 버블경기로 일본이 미국을 능가하는 시대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쩌면 일본은 큰 맥락에서 100년 전과 지금이 그다지 다르지 않다는 점은 간단히 설명하기가 어렵다. 옛날에는 알기 쉽게 보였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쉽게 드러나지 않는 면이 많아서 알기가 어려운 점도 있다.

 

서론이 너무 길다. 왜 이런 알지도 못하는 일본의 옛날이야기 책을 소개했냐면 '일본의 차등 최저임금'이 미치는 사회적 영향에 대해 쓰려고 하기 때문이다. 일본에는 두 가지 '차등 최저 임금제'가 있다. 한국에도 잘 알려진 '지역별 차등 최저 임금제'와 또 하나 '특정(산업별) 차등 최저 임금제'이다(

https://www.mhlw.go.jp/www2/topics/seido/kijunkyoku/minimum/dl/minimum-19.pdf). 두 가지 최저임금이 적용될 경우는 최저임금이 높은 쪽을 받게 된다. 

 

'지역별 최저 임금'은 각 지방에 따라 최저 임금이 다르게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고치현과 오키나와가 시급 820엔으로 가장 낮고 다음은 이와테현을 비롯한 8개 지방이 시급 821엔이었다. 시급이 높은 쪽을 보면 동경도가 1,041엔, 다음으로 가나가와현이 1,040엔이다. 시급 1,000엔이 넘는 곳은 두 곳뿐이고 세 번째는 오사카 992엔이다. 수도권인 사이타마가 956엔, 도요타가 있는 아이치현이 955엔으로 탑 5이다. '특정(산업별) 최저 임금'은 업종별로 최저 임금이 다르게 정해져 있다. '특정 최저 임금'이 높은 지역과 사업을 보면 치바현 철강 1,023엔, 효고현 수송용 기계 기구 제조업 1,002엔, 오사카부 도료 제조업 1,000엔이 톱 3으로 1,000엔 이상이었다. 낮은 곳을 보면 오키나와현 청량음료, 주류 제조업 686엔, 미야자키현 육류 가공업 678엔으로 나오지만, '지역별 최저 임금'이 더 높기에 그게 적용된다. 그렇다면 누구에게나 다 평등하게 같은 '최저 임금'이 적용되느냐면 결코 일본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최저 임금'을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가 있다. 

 

'지역별 최저 임금'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는 다음과 같다(https://pc.saiteichingin.info/point/page_point_target.html). 일반 노동자보다 노동능력이 낮은 경우 최저 임금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면 오히려 고용기회를 좁게 만들 우려가 있다고 고용자가 지자체 노동국장의 허가를 받는 조건으로 개별적으로 최저 임금 감액 특례가 인정된다고 한다. 

1. 정신이나 육체적 장애로 인해 현저히 노동능력이 낮은 경우

2. 시험적으로 채용 기간인 경우

3. 기초적인 기능 등을 내용으로 직업훈련을 받는 사람 중 후생노동성령으로 정해진 경우

4. 가벼운 업무에 종사하는 경우

5. 계속적으로 노동에 종사하지 않는 경우이다.

 

'특정 최저 임금'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를 보기로 하자(https://pc.saiteichingin.info/point/page_point_haken.html).

1. 18세 미만이나 65세 이상인 경우

2. 고용 후 일정기간 미만의 기능습득 중인 경우

3. 그 외 해당 산업 분야에서 가벼운 업무에 종사하는 경우라고 한다. 

 

이런 구분은 고용자가 정하는 것으로 명확하지 않은 경우도 많다. 거기에 외국인 노동자의 경우도 '차별적'으로 '최저 임금'보다 매우 적은 임금, 최저임금의 반도 안 되는 식으로 고용한 경우가 많다. 외국인 노동자를 '연수생'이나 '견습생'이라는 명칭으로 부르는데 실질적으로는 그냥 적은 임금으로 착취당하는 노동자다. 일본에서는 '단순 노동'에 종사하는 외국인 노동자를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하지만 실질적으로 '단순 노동'이라고 할 수 있는 1차 산업, 지방 농어촌에서는 외국인 노동자가 없으면 일이 돌아가지 않을 정도다. 1차 산업만이 아니라, 다양한 업종에서 저임금으로 장시간 노동에 종사하는 외국인 노동자가 없으면 일본 사회가 돌아가기 힘든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요새 베트남에서 외국인 노동자로 많이 오는데, 그들은 베트남에서도 일본에 오기 위해 꽤 많은 빚을 지고 온다. 정작 일본에 오면 베트남에서 듣던 것과는 다른 대우, 매우 적은 임금밖에 받지 못하기에 도망쳐서 '비합법'적으로 체재하며 일하는 경우가 다발하고 있다. 왜냐하면 베트남에서 빚진 돈을 갚아야 하는데 일본에서 받는 돈이 너무 적기 때문에 정해진 일터에서 일해서는 도저히 빚을 갚을 수가 없기 때문에 그들도 어쩔 수 없이 '도망'하는 선택을 한다. 그들의 행동은 자신들 노동의 대가에 대한 정당한 임금을 받기 위한 선택이다. 

 

여기까지 어제 쓴 것이다. 아직 본론에 들어가지 못했으니 2편에 계속 쓰기로 하자.

 

작년에 찍은 벚꽃사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