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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사회

일본, 차등 최저 임금제의 사회적 영향ー2

오늘은 최고기온이 27도까지 올라갔다. 일교차가 매우 심한 날씨로 집에 있어도 기온이 급격하게 올라간 탓에 피로감을 느낄 정도였다. 빨래를 했더니 잘 말라서 기분이 좋았다. 이런 날씨에는 겨울에 입었던 패딩을 빨아서 말리는 것이 좋은데 나름 준비가 필요해서 패딩을 빨지 못했다. 오후에 산책을 나가려고 했더니 급격한 기온 상승으로 피곤해서 잠을 자고 저녁시간이 되어서야 깼다. 

 

 

이틀 전에 딴지 게시판에 동경에서 일하다가 지방으로 내려가 일을 했던 경험이 있는 사람이 올린 걸로 보이는 내용이 올라왔다(https://www.ddanzi.com/free/731785848). '차등 최저 임금제'가 가져온 일본 지방의 사회 경제적인 영향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내용으로 글을 올린 사람은 구조적으로 문제를 파악하고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이 높았다. 내가 인상적으로 느꼈던 점은 게시물에 대한 댓글 수준 또한 이해도가 매우 높다는 것이다. 게시물을 올린 여성을 비롯해서 댓글을 보면 문제를 구조적으로 파악하고 그에 대한 해결책이나 방지책, 대안까지 나오는 종합적으로 수준이 높았다. 미안하지만, 일본에서는 이런 수준을 보기가 쉽지 않다.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는 것은 한국만이 아니라, 일본도 마찬가지이다. 일본에서도 지방의 실태에 대해서 단편적으로 알려져도 전체적으로는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일본에서 실태를 알고 있어도 그런 문제점에 대해서 보도하지 않는 암묵적인 룰 같은 것이 옛날부터 있는 것 같다. '지역별 차등 최저 임금제'로 인해 대도시와 지방,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가 심각해지고 지방이 더욱더 피폐해지고 있다. 

 

일본에서는 대부분 미디어가 수도권이나 대도시를 중심으로 보도하기 때문에 지방지가 있어도 지방의 심각한 구조적인 문제를 꼭 다룬다고 볼 수가 없다. 왜냐하면 지방 미디어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그 지역의 소수 엘리트이기에 수도권이나 대도시 감각에 가까워서 그렇지 않은 대다수의 사람들과 입장이 다르다. 자신들의 문제를 직시하고 싶지 않은 심리가 있는 것 같다. 지방과의 격차는 동경에서나 동경을 중심으로 한 미디어를 통해서 느끼기는 힘든 구조이다.

 

내가 지방 국립대학에서 일할 때, 처음에 다 비슷한 말을 했다. 동경에 비해 물가가 싸다는 것이다. 그 동료들은 남성이고 동경에서 생활한 적이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으로 나는 그 말을 듣고 이 사람들은 살림을 직접 하지 않아서 물가를 모르는구나 했다. 동경에서 오래 살다 간 내가 느끼는 점은 달랐기 때문이다. 지방에서 물가가 싸다고 느낀 건 집세나 그 지역에서 직접 생산하는 농수산물 정도로 다른 건 동경보다 더 비싸고 선택지가 별로 없었다. 2000년 초반이라서 당시는 온라인 쇼핑을 하지 않고 직접 물건을 보고 사는 식이었다. 같은 대학에 근무하는 여직원은 그 지역에서 몇 시간이나 걸려 더 큰 도시에 가서 쇼핑하고 유명 브랜드를 사는 게 이해되지 않아서 물었더니, 교통비와 시간을 들여도 그게 더 경제적이고 선택지가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유명 브랜드가 아니면 다른 걸 살만한 것도 없다고 했다. 나 같은 경우는 동경에 출장 오는 일이 많아서 동경에서 지낼 때 다니던 백화점에 들러서 휘리릭 보곤 했다. 

 

지방에는 대중교통도 적고 불편해서 차가 없으면 생활이 곤란하다. 나도 처음에는 대학에서 20분 정도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하는 곳에 살았는데 너무 멀고 불편해서 금방 대학에 자전거로 5분도 걸리지 않는 시내로 이사했다. 대학 캠퍼스에서 보면 학생들 차가 다 중형 이상이라, 학생이 경차를 사지 않고 기름값이 많이 드는 큰 차를 몰고 다니냐고 물었다. 학생들이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를 못 하는 것 같았다. 중고차는 경차가 비싸고 중형 이상이 싸기 때문에 학생들이 그런 차를 산다고 했다. 많은 학생들이 차를 가지고 있는 것도 지방은 차가 없으면 생활이 불편하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돈을 쓰는 걸 봐도 90년대 동경 사립대학 학생들이 신발을 1만 엔 줬다면 2000년대 초반 지방 국립대학 학생은 천 엔대였다. 동경에서 사립대학에 다니는 학생들은 자기 집에 살면서 학교에 다니고 알바를 하기에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고 다양한 상품에서 고를 수가 있다. 알바도 많고 시급도 나쁘지 않다. 지방 국립대학 학생은 다른 지방, 시골에서 와서 부모님께 학비와 생활비를 받는 입장에 알바도 하지만 금전적으로 여유가 없었다. 학비는 국립대학이 훨씬 싸지만 돈은 더 많이 드는 구조다. 동경 사립대학 학생들과 지방 국립대 학생의 차이점은 지방 학생들이 술 담배를 하는 비율이 훨씬 높고 음주도 많이 한다. 남녀관계도 매우 개방적이라서 내가 물었더니 치바에서 간 남학생이 여기는 다른 오락이 없으니까 어쩔 수 없다고 해서 웃었다. 동경이, 대도시가 여러모로 매우 좋은 조건이 갖춰져 있다고 할 수 있다. 대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지방이나 시골에 대해서 낭만적인 환상을 가지고 있지만 지방의 실태는 심각하다.

 

일본의 '지역별 차등 최저 임금제'는 지방이 물가가 싸다는 전제하에 정해지는 것인지 몰라도 결과적으로는 지방을 궤멸시키는 '악순환'의 열쇠 역할을 하는 것 같다. 동경보다 지방이 싼 것은 집세나 인건비 정도가 아닐까 싶다. 지방에서 생산 유통하는 물건이 아닌 이상 도시보다 더 비쌀 확률이 크다. '지역별 차등 최저 임금제'에서 볼 수 있듯이 지방에서 수입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적고 그 수입이 절대적으로 적기에 지방에 사는 사람들이 버티기가 힘들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경제적인 자립을 원하는 젊은 세대에게 힘들기에 지방의 고령화, 과소화는 더욱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지방에서 동경이나 대도시로 대학 진학을 위해 오는 경우는 졸업 후에도 동경이나 대도시에 남을 확률이 크다. 지방에서 대학을 다닐 경우는 졸업 후에 공무원이나 지방에서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거나 대도시로 취직해서 이동할 수도 있다.

 

지방에 남는 사람들은 부모의 노후 케어를 예상하거나 도시에 이동해도 상대적으로 불안정한 취업을 하게 되는 여성이 더 많은 모양이다. 수입이 적어도 여성이 부모와 같이 살면 기본적인 생활이 해결되기에 여유 있는 생활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이건 결혼을 한 경우도 마찬가지로 부모와 동거하면 거주비가 들지 않고 식비도 절약할 수 있기에 수입이 적어도 생활에 여유가 있다. 부모와 동거할 경우는 부모의 노후 케어를 하는 걸로 봐야 한다. 하지만, 미혼 여성이 독립해서 생활할 경우 10만 엔도 안 되는 수입으로 집세가 싸다고 해도 수입이 워낙 적기에 생활하기가 매우 힘들어진다. 지방에서 여성의 경우, 10만 엔 이하 수입이 평균적이라고 한다. 적어도 집세가 30-40%를 차지하고 자동차가 필수이며 식비나 다른 비용에서 절약하지 않으면 생활이 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옷도 중고품을 사서 입고 다시 되파는 것이 주류라고 한다. 좋은 상태의 중고품을 사서 입고 빨리 되파는 것이 손해를 보지 않는 방법이라고 한다. 식비도 재료당 100엔이나 그 이하로 파는 걸로 충당하는 식이라서 마트에 가기보다 100엔 숍을 이용하는 모양이다. 그렇다고 항상 궁상맞게 살고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지방에서는 아는 사람들끼리 상부상조해서 비용을 절감하고 나름 생활을 즐길 수 있는 지혜가 발달해 있다고 한다. 이건 지방에서 알고 지내는 인간관계라는 사회적 자원이 풍부한 사람들이기에 가능한 것이고 상부상조는 결혼과 육아 단계에서도 아이들에게 필요한 용품을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는 식으로 돕기에 결혼도 친구들과 비슷한 시기에 해서 육아도 비슷한 시기에 하게 된다. 그나마 다른 사람들과 교류를 하면서 상부상조하고 결혼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은 다행이다. 지방에서 여성들이 취약한 입장에 있지만 실제로는 같은 입장에 있는 남성들은 목소리조차 낼 수가 없는 형편으로 보인다. 물론, 그들은 대도시로 이동할 수도 없고 경제적으로 불안정해서 결혼도 하기 힘든 처지에 놓여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된다. 

 

'최저 임금'이 낮다는 것은 세금을 많이 낼 수가 없고 지자체는 세수가 적기에 주민들에게 돌아가는 행정 서비스나 복지 서비스도 열악할 수밖에 없다. 기본적인 인프라에 해당하는 수도, 가스, 대중교통, 쓰레기 수거 비용이 비싸고 아이가 있는 가정에 대한 지원도 적어진다. 소비할 수 있는 돈이 적기에 경제도 활성화하기 어렵다. 지방에서 젊은 사람들이 살아남기가 힘든 조건이고 실제로 젊은 사람이 별로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사람은 대학 진학을 계기로 대도시로 이동한다. 일본에서 대학 진학률을 보면 반 정도가 대학에 진학한다고 볼 수 있다. 일본에서도 고졸인 경우는 취업하기가 매우 힘들다. 대도시 상황도 아무리 초고령화 사회라고 하지만 상대적으로 학력이 낮은 사람에게 안정된 일자리를 제공할 여유가 없다. 그래서 어중간한 사람들은 대도시로 이동하는 것을 리스크로 인식하는 경향이다. 요즘 대학에서 보면 통학하는데 편도 2시간 이상 걸리는 지역에 살아도 학교 가까이서 자취하지 않고 통학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학생에게는 학교 가까이서 자취하면서 생활비를 버느라고 알바에 찌든 생활을 하는 것보다 멀어도 집에서 통학하는 것이 생활의 질이 높다고 한다.

 

또 하나는 코로나 이후 대학에서는 온라인 수업을 해서 지방에 있으면서 동경에서 하는 대학 강의를 들을 수가 있었다. 대학에 따라서는 정원을 확보하기 힘든 상황이라, 가정 형편이라든지 다른 이유로 온라인 수업을 원하는 학생에게 온라인 강의를 들을 수 있게 하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 지방에서 온라인 수업으로 수업을 듣는 학생은 동경에서 생활하는데 필요한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동경 소재 대학에 소속되어 있으면서 지방에서 강의를 듣고 졸업할 수 있는 식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지만 이건 동경과 지방, 대도시와 지방의 격차를 줄이는 것에 이바지하지 않는다. 대학생 중에 학력의 질적인 격차가 더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 학교는 단지 전문지식을 배우는 곳이 아니기에 더욱 그럴지도 모른다. 사실, 대학교 레벨에서 배우는 것은 졸업장이 필요하지 않다면 분야에 따라 다른 방법으로 얼마든지 배울 수 있다고 본다.  

 

 

한국에서도 다음 대통령 당선자가 한국의 노동 조건을 악화시키는 방향으로 나갈 것 같다. 쉽게 말하면 일본처럼 장시간 노동에 저임금으로 말이다. 일본에서는 한국에서 '최저 임금' 인상을 그렇게도 까면서 한국경제가 망한다고 난리법석을 떨었다. 이제 보니까, 일본에서는 임금 인상을 한국처럼 절대로 할 수가 없고 한국경제가 망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나기에 그렇게 난리를 쳤나 보다. 한국의 '최저 임금' 인상은 대단한 성과였다. 일본 경제의 근본적인 문제점의 하나가 장시간 노동의 저임금으로 경제가 쇠락하는 악순환의 열쇠라고 본다.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은 경제문제가 아니라,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이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노동자가 아닌 기업 편을 들어서 방치해 왔다. 그렇다고 기업 상황이 임금을 올릴 수 없을 정도로 나빠서가 아니라, 근래는 일본 기업 사내 유보금이 사상 최대로 쌓여도 임금을 올리지 않는 사태가 용인되었다. 장시간 노동 저임금이 기업 쪽에서는 좋다고 할지 몰라도 장기간 지속되면 노동자가 소비할 수 있는 돈이 줄어서 경제가 침체할 수밖에 없기에 기업에도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참고로, 일본의 급료는 30년 전과 같은 수준이라고 한다. 일본 경제의 장기적인 침체를 '잃어버린 30년'이라고 표현하는데 일본 노동자 입장에서는 급료 인상을 '잃어버린 30년'이 되겠다. 경제의 침체는 바로 사회적인 영향이 된다. 장시간 노동은 소비할 시간과 기력까지 빼앗고 다른 사람들과 교류할 여유마저 없어진다. 미혼화와 저출산을 장려한다. 결국, 사회적 비용이 더 비싸지는 결과를 낳게 된다. 

 

한국에서 '업종별 차등 최저 임금제'를 실시한다고 나오는 모양이다. 실제로는 현재도 '업종별 차등 최저 임금'이 있는 게 아닐까 한다. 힘든 일자리에 사람들이 가지 않으면 임금을 올리지 않으면 안 된다. 하지만, 정부에서 '업종별 차등 최저 임금제'를 들고 나온다면 '최저 임금'을 내리기 위해 공공연한 '차별'을 정당화하기 위한 시그널로 보인다. 예를 들어 알바의 '최저 임금'이 내려간다고 기뻐할 수만은 없다. 알바를 고용하는 업주에게 좋을 것 같지만 알바를 하는 사람은 소비자이기도 하기에 그들이 소비할 돈이 적어진다는 것은 그만큼 경제가 활성화되지 않는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물가나 임금이 상승하는데 '최저 임금'을 내리는 방향으로 간다면 그야말로 일본이 빠진 경제적 사회적 침체의 종합세트로 직행하는 길이 될 것이다. 

 

일본은 장시간 노동 저임금이라는 '악의 근원'을 무시하면 언제까지나 경제가 침체하는 악순환 쪽으로 갈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도 같은 방향으로 들어서면 스스로 경제 침체를 부르고 사회가 피폐해지는 악순환의 길로 가는 것이다. 악순환이 되는 길로 접어들면 상대적 약자에게는 바로 낭떠러지가 된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지금까지 피 흘리며 쟁취한 성과를 인정하고 악순환이 아닌 선순환이 되는 길을 가야 한다. 적어도 일본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작년에 찍은 벚꽃사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