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동경은 최고기온 30도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높지 않았다. 거의 25도 전후였다. 어제까지 최고기온 38도, 40도, 41도라고 일주일 동안 살인적인 폭염으로 집 밖에 나가면 안 되는 날씨였다. 오늘은 갑자기 최고기온이 15도나 떨어졌다. 하지만, 어제까지 일주일 내내 40도에 가까운 폭염이었으니 사방에 더위가 축적되어 있어 오전에는 기온이 낮지만 주변에서는 기온 이상으로 축척된 더위를 뿜어내고 있어서 저온 사우나 상태였다. 그런 현상은 집안도 마찬가지로 그동안 에어컨을 켜서 지냈지만 집안 전체가 찬 것은 아니었다. 집안에도 축척된 더위가 벽장에 쌓여있었다. 그래서 오늘은 창문을 열고 환기시키면서 벽장문도 다 열어서 환기시키고 온도조절을 했다. 날씨가 3-4일 선선하다고 해서 너무 반가운 마음에 날씨에 맞춰서 기분도 산뜻하게 지내려고 아침부터 청소를 했다. 창문과 베란다로 시작해서 집안은 물론 목욕탕 청소까지 했다. 기온이 내려간 것만으로도 아침도 먹기 전에 이런 일을 다 해도 전혀 힘들지 않았다.
집안을 정돈했으니 다음은 식량 확보와 더위에 대비해서 쇼핑을 해둬야 한다. 신선한 야채는 어제 많이 샀지만 오늘 새로 나온 것이 있을까 싶어서 언덕 위 가게에 갔다. 오늘 새로 온 야채가 없어서 거기서 만들어 파는 소금 빵과 스콘을 샀다. 산책을 겸해서 나갔기 때문에 7월 하순에 오픈한 커뮤니티 센터 같은 곳에도 들러 봤다. 오픈하는 날 갈 예정이었는데 일요일에 화상회의가 있었고 날씨도 너무 더웠다. 오늘 갔더니 음식을 해서 파는 곳이 있어서 먹을 수도 있고 취미로 할 수 있는 공방도 있고 아주 작은 마트처럼 필요한 걸 살 수도 있었다. 지역에서 생산하는 브랜드 야채도 있었는데 내가 사러 가는 곳보다 약간 비쌌다. 나는 유명한 브랜드 야채보다 신선한 편이 훨씬 더 좋다. 천연효모 빵도 있었는데 가격이 비싸지도 않고 싸지도 않았다. 그래서 빵을 들고 무게를 쟀더니 빵이 무겁지도 않고 가볍지도 않다. 보통 천연효모 빵은 무겁고 가격도 비싼 편이다. 그래도 비싼 값을 하니까, 사는 건데 빵이 좀 어중간하다. 빵도 내가 샀던 언덕 위 가게 것이 가격에 비해 좋은 재료를 써서 그날그날 만들어서 파니까, 훨씬 싸다. 그래도 새로 생긴 곳을 확인했으니 필요한 걸 사러 갈 수도 있겠다.
오후에도 항상 들리는 가게에 가서 필요한 걸 사고 마트에 들러서 화장실 휴지와 달걀 등을 샀다. 오전과 오후로 나눠서 쇼핑을 하고 부족한 걸 조금 채웠다. 별로 산 것도 없는데 돈이 휙휙 날아간다. 날씨가 선선한 동안 다시 살인적인 폭염이 와도 안전하게 집에서 지낼 수 있게 쇼핑을 해둬야 할 것이 꽤 있다. 아침부터 비가 왔지만 크게 오지는 않았다. 오후에 쇼핑을 마치고 와서 다시 산책을 나갈 수 있을까 싶었는데 장대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쇼핑을 할 수 있던 것만도 다행으로 여기기로 했다. 살인적인 폭염에서 살다 보면 생존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히 여길 지경이 된다.
지난번 친구를 만났을 때 나에게 준다는 서류를 받지 못했다. 오늘 친구가 대학본부에서 열리는 학부장 회의에 출석해서 긴 회의를 마치고 저녁을 먹기로 했다. 지난번에 같이 갔던 레스토랑이 가격에 비해 너무 형편이 없어서 둘 다 같은 걸 느꼈지만 말을 하지는 않았다. 며칠 전에 친구가 오늘은 가까운 곳에 있는 고급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저녁을 예약했다는 메일을 했다. 연휴에 점심을 먹으러 갔다가 만석이라서 못 들어간 레스토랑이다. 여기는 내용에 비해 가격대가 만만치 않은 곳이라서 가기 쉬운 곳이 아니다. 저녁 시간에는 샐러드 하나에 3,000엔 정도 했던 걸로 기억한다. 일본에서는 샐러드가 절대로 메인이 될 수가 없는데 그런 가격인 곳이었다. 커피 한 잔에 1,000엔인데 주위에는 아이들이 뛰면서 놀고 인테리어가 후줄근해서 친구가 화를 냈던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주위에는 저녁에 갈만한 레스토랑이 솔직히 별로 없다. 그래서 가깝고 가게 분위기도 나쁘지 않으니까, 예약을 한 모양이다.
그런데, 오늘은 저녁 6시라서 시간이 이르기도 했지만 평일이라서 그런지 손님이 우리 외에는 없었다. 나중에 가족이 와서 저 멀리에 거리를 두고 앉아서 두 팀밖에 없었다. 레스토랑이 리뉴얼 오픈을 했다면서 내가 기억하는 것과 많이 달랐다. 저녁은 친구가 코스밖에 예약이 안된다고 해서 코스로 했다고 한다. 레스토랑이 위치와 중정이 있고 분위기는 원래 나쁘지 않다. 단지 내용에 비해 아무리 고급 이탈리안이라지만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싼 느낌이라서 잘 가지 않았다. 오늘 보니까, 코스도 나쁘지 않고 빵도 맛있는 빵으로 바뀌었다. 설명을 들으니 야채나 재료 하나하나 다 유명한 브랜드를 사용한 모양이다. 식기도 계절을 의식해서 시원하게 보이는 유리로 나온다. 가격도 지난번 먹었던 런치보다 비싸긴 했지만 음식이 신선했고 터무니없이 비싼 느낌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손님이 적어서 좋았다. 사실 오늘처럼 손님이 적은 것이 보통이다.
모든 것은 다 비교인 모양이다. 지난번 황당하게 비싸기만 하고 너무 질이 떨어지는 레스토랑을 경험하고 다시는 가면 안 되는 곳으로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그랬더니 최악에 비해 다른 곳을 관대하게 보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가격은 여전히 좀 비싸다. 만족도는 전망이 좋은 레스토랑이 가장 높다. 거기서 점심 먹는 가격의 5배 이상이다. 전망이 좋은 레스토랑은 점심 밖에 하지 않기에 저녁에는 갈 수가 없다. 그래도 친구와 좋은 시간을 보내고 왔으니까, 좋다. 오늘 저녁은 친구가 내 길고 긴 박사논문을 디지털화해준 것에 대해 고맙다고 내가 냈다. 친구는 자기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니까, 내가 고마워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친구는 그 일을 위해 별도로 사람을 고용해서 일주일에 하루씩 했는데 2달 이상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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