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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생활

태풍이 지나고 블루베리 사워가 남았다

오늘 동경은 최고기온 33도, 최저기온 23도였다. 오늘도 더웠는데 내일부터는 최고기온 36도, 최저기온 27도로 폭염이 다시 돌아왔다. 다행히도 내일과 모레는 폭염이지만 수요일에는 비가 오고 기온이 조금 내려간다. 

 

어제 관동지방을 직격 했다는 태풍 '메아리'는 큰 피해를 주지 않고 지나갔다. 내가 사는 곳은 어제 하루 종일 비가 오다가 그치다가를 반복하다가 저녁 5시 넘어서 옆으로 날리는 비가 오기 시작했다. 나는 그런 비가 밤새 올 줄 알고 있었는데 밤 9시 넘어서는 비가 그치고 매미가 다시 울기 시작하고 하늘에는 달이 밝게 빛났다. 다행히도 예상한 것보다 비도 많이 오지 않아서 태풍 피해가 없었을 것 같다. 

 

하지만, 시즈오카현 이즈 지방에서는 폭우로 인해 토사 붕괴가 일어나고 강이 범람해서 침수하는 수해를 입었다고 한다(https://www.youtube.com/watch?v=I8PXHeQOjmg).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인명피해는 없는 모양이다. 어제까지는 태풍이 동반하는 폭우가 걱정이었는데 태풍이 지나가니 바로 폭염이 몰려온다. 오늘 서일본에서는 사람 체온에 가까운 폭염이라고 한다(https://news.yahoo.co.jp/articles/5e93d07d7d1ae8a17402de87dbad287126933aab). 

 

나도 일요일에 화상회의가 11시에 있어서 그전에 서둘러 마트에 다녀왔다.  9시 반에 나가서 돌아오니 10시 반이 넘었다. 어제까지 기온이 내려간 상태여서 오늘 기온이 올라가도 아침에는 덥지 않지만 습기가 많은 상태여서 땀이 많이 났다. 마트에서 돌아와 샤워하고 옷을 갈아입고 화상회의 준비를 마쳤더니 오늘은 쉰다고 한다. 그렇게 바쁜 일이 있는 것이 아니라, 다행이다. 

 

오늘 아침에는 베란다 청소를 하고 집안에 들여놨던 식물을 다시 베란다에 내놨다. 집에서 지냈더니 오후가 되면서 기온이 올라가서 낮에는 에어컨을 켜지 않고 지내다가 저녁을 먹고 나서 바깥 기온이 내려가도 집에서 열기가 빠지지 않는 것 같아 에어컨을 켰다. 

 

 

어제와 오늘 처음으로 블루베리 사워를 만들었다. 어제 오후에 친구가 히로시마에서 보낸 블루베리가 도착했다. 친구가 나무에서 완숙한 것이라서 빨리 상하니까, 냉동 보존하라고 한다. 어제 블루베리를 먹어 봤더니 크고 완숙이라서 과일을 먹는 느낌이 들었다. 블루베리가 달았다. 크기를 보려고 블루베리와 10엔짜리 동전을 옆에 놨더니 10엔짜리 동전 크기와 같은 느낌이다. 500엔짜리 크기는 없었다. 나에게 보낸 건 판매용이 아니니까, 10엔짜리 크기도 충분히 아주 큰 편에 속했다. 바로 3분 2를 씻어서 블루베리 사워를 만들었다. 블루베리가 오기 전에 사워를 만들 병을 끓여서 소독해서 말렸다. 블루베리 사워는 처음 만들지만 뭐든 처음이 있는 거다. 

 

씻은 블루베리 물기를 빼고 소독한 병에 블루베리를 깔고 위에 얼음 설탕을 넣고 다시 블루베리를 넣고 얼음 설탕을 넣기를 반복했다. 블루베리와 얼음 설탕으로 병을 채우고 마지막에 사과식초를 가득 부었다. 사과식초를 많이 쓸 줄 알고 1.8리터나 샀는데 어제 쓴 건 0.8리터 정도다. 유리병 하나밖에 채우지 못했다. 얼음 설탕을 반 이하로 적게 넣어서 얼음 설탕도 반 이상 남았다. 내친김에 블루베리 사워를 더 만들고 싶다. 

 

나는 블루베리 색감을 좋아한다. 아직 일본에서 블루베리가 잘 알려지지도 않았을 때 찻집에서 블루베리 요구르트를 시키면 요구르트에 짙은 보라색 블루베리 소스가 나왔다. 나는 그 블루베리 소스 색감이 예뻐서 블루베리 요구르트를 단골 메뉴로 주문하곤 했다. 거의 40년 전 이야기다. 그때는 블루베리가 어떻게 생긴 것인지도 몰랐다. 이제 블루베리는 흔한 것에 속할 정도로 익숙하지만 그 색감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오늘 아침에 마트에 간 것은 다른 식료품도 필요하지만 냉동 블루베리를 사고 싶었다. 다행히 양배추도 착한 가격에 하나 사고 옥수수도 착한 가격이라서 6개나 샀다. 냉동 블루베리는 1킬로 샀다. 냉동 과일을 봤더니 망고나 아보카도도 냉동을 사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갑자기 화상회의가 없어져서 시간이 비고 말았다. 옥수수를 삶고 블루베리 사워를 다시 한 병 만들었다. 블루베리를 넣고 얼음 설탕을 넣기를 반복해서 병을 채우고 마지막에 사과식초를 넣었다. 어제 만든 것은 블루베리가 예쁘게 동동 떴다. 색상은 아직 보라색과는 거리가 있는 핑크색에 가깝다. 냉동 블루베리는 오늘 만들었는데 바로 매우 짙은 보라색이 나온다. 냉동이 열매가 터진 것도 있어서 짙은 색상이 나온 것 같다. 냉장고에 넣어서 일주일 숙성시키라고 한다. 하루에 한 번씩 병을 천천히 흔들어서 얼음 설탕이 녹게 하라고 하는데 얼음 설탕은 하루가 지나기 전에 녹은 것 같다. 그래도 천천히 흔들었다. 일주일이 되면 블루베리는 꺼내서 잼을 만들 생각이다. 

 

색감이 예쁜 과일로 사워를 만들 생각을 했더니 비트도 만들면 예쁜 색감이 나올 것 같다. 블루베리 사워를 만들고 나면 비트 사워도 만들어 볼까 생각 중이다. 색감은 예쁠 것 같은데 맛이 어떨지 모르겠다. 비트는 피클로 만족하는 것이 좋을까? 

 

 

또 하나 오늘 한 것은 양배추와 오이, 배추 등을 넣고 김치와 회무침 중간인 것을 많이 만들었다. 이전에 김치를 만들 생각으로 김치용 고춧가루를 산 것이 있어서 그걸 썼더니 정말로 김치에 가까운 느낌이 났다. 고춧가루 굵기에 따라 이렇게 느낌이 다르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김치에 가까웠는데 나중에 산초를 넣어서 느낌이 확 달라졌다. 오늘 많이 만들어서 냉장고에 넣었더니 마음이 든든하다. 날씨가 더울 때는 끼니마다 요리하기도 힘들다. 그래서 요리를 할 수 있을 때 많이 해서 밑반찬으로 두면 좋다.

 

요새 많이 먹는 것은 군가지다. 아침에 가지를 2-3개 굽는다. 가지를 반으로 잘라서 사선을 넣는다. 프라이팬에 올리브 오일을 두르고 굽는다. 반은 아침에 먹고 반은 냉장고에서 식혔다가 먹는다. 소스는 쓰유를 희석해서 고추냉이를 넣고 깨도 넣는다. 가지를 생선 굽는 그릴에도 구웠지만 그릴에서 열이 빠지는데 시간이 더 걸리는 느낌이다. 가지는 기름과 잘 맞아서 기름에 굽는 것이 훨씬 맛있다. 이전에는 가지를 좋아하지 않아서 많이 먹지 않았다. 여름에 한 번쯤 가지를 기름에 지져서 된장소스를 발라서 먹었는데 요즘은 산뜻하고 가벼운 소스가 더 좋은 것 같다. 이 소스는 소면을 먹을 때도 가벼워서 좋다. 신선한 가지를 구우면 속이 아주 부드럽고 맛있다. 이전에 먹었던 가지는 그다지 신선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태풍 '메아리'는 지나고 블루베리 사워를 남겼다.  '메아리'가 남긴 블루베리 사워와 블루베리 잼을 주위에 나눌 예정이다. 부디 '메아리'가 맛있는 블루베리 사워를 남겼기를 기대하고 있다. 아니다, 준비하는 노력과 재료를 생각하면 맛있는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안 된다. 저 멀리 간 '메아리'에게 내 기대가 도달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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