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동경은 최고기온 30도, 최저기온 22도로 대체로 맑은 날씨였다. 아침에는 요새 매일 비가 온 습기가 남았는데 기온이 급상승해서 습도가 매우 높아 땀을 많이 흘렸다. 어제는 오랜만에 일이 있어서 시내에 나갔다가 일을 마치고 저녁도 먹고 돌아온 것이 밤 11시가 넘었다. 장시간 외출과 장시간 집중해서 일을 한 것이 오랜만이라 피곤한 줄 몰랐는데 오늘 아침에 일어나지 못한 걸 보면 피곤했던 모양이다. 어젯밤에는 돌아와서 잠시 쉬느라고 멍하니 유튜브를 보다가 밤 1시에 잤다.
오늘이 추석이라지만 일본에서는 그냥 주말이다. 나는 지난 목요일 항암치료를 받으러 갔다가 혈액검사 결과 백혈구와 골수 수치가 너무 낮아서 항암치료를 받지 못했다. 백혈구와 골수 수치가 너무 낮아 면역력이 떨어져서 그냥 있으면 다른 감염증에 걸릴 위험이 있다고 입원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한다. 그래서 백혈구 수치를 높이는 주사를 맞고 이틀 뒤에 혈액 검사해서 백혈구가 높아졌다가 바로 내려가는지 어떤지 보기로 했다. 그래서 오늘 아침 병원에 가야 했다. 오늘도 평일처럼 일찍 병원에 갈 생각이었는데 피곤해서 잠이 깨고 보니 8시가 넘었다. 평소라면 벌써 병원에 도착한 시간이다. 아침에 일어나 씻고 서둘러 빵을 먹고 병원을 향했다. 날씨가 더운 것 같아서 양산과 물도 챙기고 손수건도 타월지로 된 걸로 2장 챙긴다. 땀이 많이 나서 1장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가는 길에 1장을 쓰고 땀에 젖은 손수건은 물로 헹궈서 비닐봉지에 넣는다. 다른 1장은 나중에 쓰면 좋은 것 같다. 땀에 젖은 손수건을 쓰는 건 마치 땀으로 땀을 훔치는 것과 같아서 불쾌하다. 요새는 외출 시 손수건 2장을 챙기기로 했다. 마스크와 손수건, 양산 어느 하나 빠지면 안 된다.
병원에 갔더니 기계로 접수하고 혈액 검사하는 창구는 열려 있었다. 평소보다 늦게 가서 주말에 가는 사람들이 꽤 있는 줄 알았더니 사람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늦게 갔지만 바로 접수하고 혈액검사를 할 수가 있었고 혈액검사 결과도 평일보다 일찍 나왔다. 하지만 창구가 열린 곳은 혈액검사뿐이라, 다음은 구급 외래에 가서 기다렸다. 혈액검사 결과를 보니 백혈구 수치를 높이는 주사 결과가 뚜렷하게 반영되어 수치가 급상승했다. 다음 주 목요일에 가서 항암치료를 받기로 예약을 하고 나왔다. 오전에 병원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마트에 들러서 큰 포도 2송이 샀다. 요새 비싼 과일을 사도 실패하는 일이 많아서 과일 사기가 두려운데 한국에서 많이 먹는 종류, 캠벨인 줄 알고 샀더니 머루포도에 가까운 맛이 나는 베리에이였다. 동경에서는 캠벨을 보기가 쉽지 않아서 베리에이를 캠벨로 착각한 모양이다. 나는 캠벨포도를 좋아해서 비슷한 걸 보고 눈이 뒤집혔나 보다. 그래도 먹을 만하니까, 실패한 건 아니다.
마트에서 돌아와 빨래를 두 번이나 돌려서 널었다. 요새 비가 많이 와서 빨래가 밀렸다. 점심에는 어제 박사과정 학생에게 받은 제주도에서 보냈다는 된장에 넣어서 삭힌 깻잎과 임연수를 굽고 야채샐러드와 먹었다. 깻잎이 아주 맛있었다. 병원에 다녀오면 그것만으로도 그냥 피곤하다. 오후가 되어도 피로가 풀리지 않아 멍하니 시간을 보냈다. 저녁에 보름달을 기다렸는데 흐려서 보이지 않다가 밤늦게 맑은 하늘에 보름달이 밝게 빛나고 있었다. 보름달이 너무 멀리 가서 다른 때 보름달보다 어떻게 다른지 잘 모르겠다. 늦은 밤에 밝게 빛나는 보름달을 본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어제 시내에 나간 것은 지금 같이 일하는 팀이 모여서 문서 발송 작업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나는 거기 2명에게 추석 선물세트를 만들어 주기로 했다. 1명은 박사 후기 학생이고, 1명은 대학에서 강사를 하고 있다. 둘 다 동경에서 삭막하게 추석을 의식할 겨를도 없이 살고 있는 처지로 나도 그렇게 살아왔다. 일본에서는 음력을 의식할 일이 거의 없다. 그래서 바쁘게 살다 보면 추석이나 설날, 자신의 생일도 모르고 지나간다. 나도 지금 집에서 지내기에 추석이 언제인지 알게 되었을 뿐이다.
며칠 전에 포르치니 버섯을 따다가 볶았다. 내가 먹지 않는 베이컨을 넣고 양파에 허브도 넣고 맛있으라고 볶아서 냉동했다. 엄청난 양의 포르치니 버섯을 볶았지만 결과물은 그리 많지 않았다.
어제 오전에 산책을 겸해서 주변 농가를 돌았다. 가지 한 봉지를 사고 밤도 한 봉지 사서 밤은 삶느라고 냄비에 넣고 샤워를 하다 보니 타서 삶은 밤이 아닌 군밤이 되고 말았다. 냄비도 탔다. 예쁜 코린키 호박도 사서 가져가고 싶었지만 다른 자잘한 것이 있어 무거워서 들 수가 없을 것 같아 포기했다. 선물세트 하나는 손에 들고, 다른 하나는 짊어지고 나갔다. 두 사람에게 줄 선물세트는 내용이 약간 다르다. 1명에게는 지난 6월에 매실잼을 줬지만 다른 1명에게는 주지 않아서 매실잼이 들어갔다. 다른 건 선물로 받은 잼도 줬는데 내용이 다르다.
박사과정 학생에게 준 세트다. 내용은 키위와 사과잼, 매실잼, 고급진 블루베리잼, 블루베리 사워, 시소 주스, 군밤, 버섯볶음, 김치 비슷한 무침, 사과 2개다.
대학에서 강사를 하고 있는 사람에게 준 것은 위와 거의 같은데 매실잼이 빠지고 사과와 키위 잼 대신에 루바브 잼이 들어갔다. 김치 비슷한 무침은 아래 사진이다. 예쁜 코린키 호박을 넣고 비싼 사과도 넣었지만 아직 사과맛이 들지 않아 효과는 그다지 없었다. 대신에 코린키 호박은 처음 넣었지만 색감이 예쁘고 맛도 괜찮은 것 같다.
내가 만든 선물세트는 내용물 원재료가 어디서 왔는지 누가 재배했는지 알고 있다. 거진 내가 채취하고 만들었지만 선물로 받은 잼 재료도 가까운 이웃 오빠가 밭에서 재배하거나 친구 남편이, 가까운 농가에서 재배한 것으로 근본이 확실하다. 이런 선물세트는 요새 세상에 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나도 처음 만들었지만 언제 다시 이런 걸 만들 수 있을지 모른다. 어쩌다가 올해는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있어서 이런 걸 만들어 작은 마음을 전할 수 있었다는 것뿐이다. 오늘 밤 보름달이 맑은 하늘에서 환하게 빛났던 것처럼 모두에게 풍성한 추석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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