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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생활

힌남노가 온다는데

오늘 동경은 최고기온 32도, 최저기온 24도로 더운 날씨였다. 거기에 습도가 85%, 낮에는 바람이 전혀 없어서 매우 덥게 느껴지는 날씨였다. 낮에 기온이 올라간 만큼 저녁이 되어도 기온이 내려가지 않아서 오늘은 산책을 나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 밤에 기온이 28도로 내려간 다음 처음으로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러 나가느라고 집 밖에 나갔다. 밤에 되니 기온이 내려가서 선선하게 느껴졌다. 

 

 

힌남노가 제주도를 거쳐서 부산으로 간다고 해서 낮부터 힌남노 소식을 체크하면서 지내고 있다. 제주도는 만조시간과 태풍이 상륙하는 시간이 겹쳐서 피해가 더 클 것 같아서 걱정이다. 일본도 오키나와에 피해가 있다고 하지만 제주도는 직격 한다니 피해가 아주 클 것 같다. 제주도는 태풍이 많이 지나는 곳이라서 태풍에 익숙한 편이지만 힌남노처럼 막강한 태풍은 드물다. 만조시간과 태풍 상륙이 겹치면 해안가는 파도가 쳐서 바닷물이 많이 들어온다. 그래서 수해를 입을 수도 있다. 

 

요새 동경은 여전히 날씨가 덥다. 비가 오고 습도가 높아서 기온까지 높으면 매우 불쾌한 날씨가 된다. 그래도 어제는 습도가 약간 내려가서 맑은 날씨라 청소를 대대적으로 했다. 창문을 닦고 집 청소를 하고 목욕탕과 베란다까지 풀옵션급으로 했다. 태풍이 오기 전에 창문청소를 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지만 청소할 기분이 들 때 신나게 한다. 날씨가 좋다고 이불 빨래도 했다. 거기에 산책을 나가서 버섯도 따고 나름 충실한 하루를 보냈다. 

 

어젯밤에는 머리를 다시 짧게 밀고 목욕도 했다. 머리를 목욕탕에서 밀고 청소하는 걸 계획적으로 하지 않으면 청소하기도 귀찮고 욕조에 머리카락이 많이 남게 된다. 그런 걸 피하기 위해 잘 생각해서 효율적으로 하는 것이 좋다. 어제는 머리를 밀고 몸에 붙은 머리카락도 다 처리하고 청소를 마친 다음에 머리를 감고 샤워를 해서 목욕을 해서 욕조에 머리카락이 많이 들어가지 않아서 괜찮았다. 생각대로 일이 잘 진행되면 같은 일을 해도 부담도 적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서 좋다. 밤에 머리를 자르면 이튿날 아침에 일어나서 봐야 제대로 밀었는지 알 수가 있다. 다행히도 어젯밤 머리를 민 것은 잘된 편이다.

 

글을 쓰면서도 계속 힌남노가 제주도를 직격 한다는 뉴스를 보고 있어서 뒤숭숭하니 마음은 딴 데 가 있어서 집중하기가 어렵다. 에효, 아무쪼록 태풍 피해가 크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추석을 코앞에 두고 이런 일을 겪다니 태풍 피해를 입을 사람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지금 한국 정부가 제대로 대처할 능력이 있다면 모르겠지만 그런 기대를 할 수가 없어서 피해를 입는 사람들은 이중으로 재난을 당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서 화가 난다. 

 

어렸을 때 태풍 피해를 입은 적이 있었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학교로 대피했던 기억도 있다. 나는 그 태풍을 사라호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사라호는 1959년이었다니 내가 태어나기도 전이다. 그렇다면 내가 기억하는 태풍 이름이 뭔지 모르겠다. 태풍 피해를 입은 것은 만조와 태풍이 겹쳤기 때문에 물이 불어나서 수해를 입은 것이다. 당시 골목에 솥이 떠다니고 난리가 났었다. 수해는 당시 집에 물이 들었는데 부엌과 현관까지만 물이 들었는지 아니면 방까지 물이 들었는지는 모르겠다. 부엌이 낮고 아궁이가 있으니까, 부엌에 물이 든 건 알겠는데 마루와 방은 부엌보다 높아서 물이 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당시 어려서 학교로 대피하는 상황에 어리둥절해서 뭔 일인가 한 기억이 있다. 학교 옥상에 올라가서 물이 올라오는 것도 본 것 같기도 하다. 

 

문제는 수해를 입고 난 다음 정리를 하고 다시 생활할 수 있게 복구하는 것이 힘들다. 나는 어렸기 때문에 일하는 입장이 아니라 어른들이 하는 걸 보고 있었지만 집안 살림을 다 내놓고 씻고 말리고 다시 정리하는 걸 본 기억이 있다. 같은 골목이어도 수해를 입은 상황은 집집마다 달랐다. 우리 집은 양호한 편이었지만, 태풍이 불고 만조시간과 겹친다는 걸 들으면 그때 기억이 되살아 난다. 물이 불어나서 수해를 입을 수 있다는 기억이다. 그 이후 한 번도 태풍 피해를 입은 적이 없지만 어렸을 때 기억이 트라우마처럼 되살아 난다. 옛날에는 살림도 단순해서 다른 곳으로 옮길 수도 있었지만 이제는 집에 전기제품도 많고 살림도 금방 옮길 수 있을 정도로 단순하지가 않다. 그래서 태풍 피해를 입게 되면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대미지도 크다고 할 수 있다. 

 

오늘 쓰려고 했던 건 전혀 다른 것이었는데 힌남노 때문에 안절부절, 온통 신경이 거기 가 있어서 도무지 집중해서 글을 쓸 수가 없다. 제주도에 태풍이 오는 걸 동경에서 걱정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걸 알지만 걱정이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그저 태풍 피해가 크지 않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이렇게 멀리서 괜히 쓸데없는 걱정을 해서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사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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